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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수위 ‘묵언수행’ …삼청동 커피숍 ‘넥타이’ 특수
“지금은 금언(禁言) 기간이다.” “나는 수행비서일 뿐이다.” “외과수술 해서 입 없앴다.”

‘모른다’는 말을 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연일 강화되는 ‘입단속령’에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들은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기 위한 변명만 늘었다. 인수위 출범 후에도 몇 차례 언론과 접촉을 가지며 향후 추진 정책들에 대해 의견을 털어놓던 한 위원도 지난 8일 “보안의 중요성에 대해서 들었다”며 갑자기 입을 닫았다. 인수위 측에서 엄중한 경고를 받았을 것이란 게 주변의 추측이다.

이같이 “설익은 정책들이 무질서하게 나와서 국민의 혼란을 주면 안 된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지시에 따라 인수위가 점차 ‘요새화’되면서 인수위가 위치한 삼청동 카페들은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철통보안에 가로막혀 인수위 활동이 좀처럼 외부로 알려지지 않자, 조금이라도 흘러다니는 정보를 얻기 위해 인수위가 자리한 삼청동 금융연수원 주변으로 모여드는 발걸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조직개편을 앞둔 정부부처, 경제민주화 정책에 관심이 많은 기업 관계자들로 추정되는 넥타이 부대다. 연인들이 주로 출몰했던 카페촌을 늙수그레한 중년남성들이 독차지한 것.

이른 오후부터 밀려들기 시작하는 넥타이 부대 사이로 간혹 여의도 국회 관계자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답답한 마음은 국회와 당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국회의 한 보좌관은 “국회에만 있으면 인수위 돌아가는 상황을 알기 어렵다. 언론을 보면서 대강 짐작만 할 뿐이다”며 “분위기도 궁금하고 해서 근처에 일이 있을 때 (삼청동에) 들른 적이 있다”고 밝혔다.

때마침 찾은 매서운 한파 탓에 인수위 건물 주변 카페에서 몸을 녹이는 넥타이 부대의 모습은 이제 심심찮게 목격되는 풍경 중 하나다. ‘혹시나’ 해서 삼청동을 찾았다가 인수위 진입조차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지만 때아닌 ‘삼청동 카페 특수’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부처 관계자는 “인수위가 어떻게 되는지 다들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회 사람들도 만나고 기자들도 만나지만 정보를 모으는 데 한계가 있다”며 “현장에 직접 가 있으면 작은 것 하나라도 더 들을 수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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