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박근혜 노믹스, 경제계에도 서열 변화 오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시대 개막과 함께 재계 권력 지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 5년 전까지만해도 정부 정책의 기초를 만들 정도로 힘을 과시했던 전경련의 자리를 중소상공인들이 중심이 된 대한상의가 대신하는 모습이다. 또 경제 5단체 중 막내 취급받던 중기중앙회도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9일 박 당선인은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및 상공인 대표단을 만났다. 14만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는 상의로부터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나아가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 제안을 듣고, 또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는 자리다.

이날 손 회장은 박 당선인에게 중견기업 성장 사다리 구축과 벤처창업 활성화, 법인세 인하 기조 유지 등을 건의했다.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해 중견기업으로 발전시키고, 벤처 창업 활성화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당선인의 방침과 일맥 상통하는 내용이다.

박 당선인도 경제민주화 실천 차원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상생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14만 회원사 중 95%가 중견, 중소기업인 상의가 향후 기업 정책 이행의 핵심이 되달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 인수위는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수출 지원 정책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는 내용의 ‘중소ㆍ중견기업 육성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재계 서열 변화의 흐름은 지난 26일, 박 당선인이 재계 관련 첫 일정으로 중소기업중앙회를 선택한 것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당시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을 살리려면 거창한 정책보다 손톱 끝에 박힌 가시를 빼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 말은 직후 출범한 인수위 업무 방향의 핵심 키워드가 됐다.

중기중앙회의 힘은 새 정부 정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박 당선인에게 제안했던 ‘중소기업부’ 신설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중소기업청의 부 확대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반면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의 ‘규제 전봇대 뽑기’ 정책의 기초를 만들었던 전경련은 부쩍 힘이 빠진 모습이다. 박 당선인은 대기업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도 변화해주길 바라며, 어렵더라도 근로자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지혜와 고통 분담에 나서줄 것을 부탁한다”고 대기업의 변화를 채찍질했다. 반면 총수들이 기대했던 감세기조 유지나 환율 정책 등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규제개혁과 감세라는 큰 선물 보따리가 함께했던 5년전 당선인과 총수들의 회동과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의 재계 관련 정책 우선순위가 대기업이였다면, 이제부터는 중견, 중소기업에게 넘어가는 모습이고, 이에 따라 경제 단체들의 보이지 않는 서열에도 미묘한 변화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각종 현안에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했던 전경련의 시대가 저물고, 중견ㆍ중소기업을 앞세운 대한상의, 그리고 중기중앙회의 시대가 열렸다는 의미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