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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버존이 뭐죠?”
과속방지턱·시속 30㎞이하 불구
보행신호 무시·과속주행 다반사

운전자 대부분 존재조차 모르고
길가 표지판도 ‘시선끌기’ 역부족
내비게이션 안내·경고조차 없어


“실버존이 뭐죠? 노인과 관련된 것 같긴 한데….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교통약자인 노인을 위해 공원, 노인복지시설 등 노인의 왕래가 많은 곳에 설치한 교통안전구역인 실버존(노인보호구역)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실버존(SILVER ZONE)은 스쿨존(SCHOOL ZONEㆍ어린이보호구역)과 마찬가지로 시속 30㎞ 이하 주행, 과속방지턱 설치 등을 통해 노인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2008년부터 도입된 교통안전구역이다.

하지만 헤럴드경제가 서울시의 여러 실버존을 찾아 확인해본 결과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성동구의 한 실버존에서는 대부분의 차량이 시속 30㎞ 이상으로 주행하고 있었다. 심지어 교차로에서 보행신호를 무시한 채 운행하는 운전자도 상당수에 달했다.

노인보호구역임을 나타내는 표지판은 스쿨존과 달리 도로 상단이 아닌 길가에 위치했고 크기도 작아 운전자의 시선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광진구의 또 다른 실버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운전자는 “실버존이라는 게 뭐냐”는 반응이었다.

성동구의 실버존에서 만난 전모(48ㆍ법인택시 기사) 씨는 “택시운전을 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실버존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비게이션에도 실버존을 알리는 경고음은 없었다.

조모(42ㆍ법인택시 기사) 씨는 “내비게이션에서 아무런 경고음이 없어 신경쓰지 않고 지나갔다”며 “보통 운전자는 표지판보다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는데 실버존임을 알아차리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김현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전국의 노인보호구역은 2008년 97개소를 시작으로 꾸준히 증가해 2012년 6월 현재 총 1494개에 달하지만, 노인교통사고는 2008년 2만3012건, 2009년 2만5983건, 2010년 2만5810건, 2011년 2만6483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실버존은 지자체나 경찰이 위험지역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 관련 기관 등이 요청할 때 설치된다”며 “수동적 정책과 홍보 부족으로 실제적인 노인 교통사고 예방을 막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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