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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홍대 ‘리치몬드’ 30년 역사…‘연희동’서 다시 쓴다
-홍대점 폐점 1년 만에 21일 연희동점 개점…단골들로 벌써부터 북적

-홍대, 강남에 점포 열자는 제안 모두 거절…“대형 프랜차이즈와 갈 길 달라”


[헤럴드경제=박수진ㆍ정태란 기자] 지난 1월 임대료 부담으로 30년 동안 지켜온 홍익대 앞 보금자리를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에 내주고 폐점한 리치몬드과자점(리치몬드)이 약 1년 만에 서울 연희동에 새 점포를 열었다. 리치몬드 홍대점의 폐점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홍수 시대에 살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현실과 맞물리며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리치몬드 과자점 창업주인 권상범 명장은 지난 21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최고의 경쟁력”이라며 전통 빵집의 자부심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 ‘홍대 포기 말라’, ‘강남에 새 점포 만들자’는 주변의 권유 모두 거절한 이유는?=지난 2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자리한 리치몬드의 새 보금자리는 이른 오전부터 빵 굽는 냄새로 가득했다. 약 97.75㎡ 크기의 아담한 2층 건물, 기존 홍대점(264㎡)에 비해 작은 규모지만 마치 프랑스 거리의 전통 빵집을 재현한 듯한 아늑함과 멋스러움이 더해졌다.

사실 지난 1년 동안 많은 제안이 있었다. ‘홍대를 포기하면 안된다’는 우려도 있었고 ‘강남 등 번화가에 새 점포를 내보자’는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권 명장은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가게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본인의 철학을 중시했다.

“강남에 매장을 내면 원하는 만큼 시간을 내서 충분히 매장을 보살피는 것이 어렵습니다. 가장 좋은 재료로 만든 제품을 빠른 시간 안에 고객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원칙입니다. 평소에도 고객에게 ‘하루 드실 것만 사고 귀찮더라도 나중에 또 사러 오시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 “전통 빵집과 대형 프랜차이즈 갈 길 달라…우리의 길 걸어가는 것이 경쟁력”=리치몬드는 지난 1979년 창업 이후 성산동, 이화여대, 홍대 인근에만 직영점 3곳을 운영해왔다. 전국에 수천개씩 점포 수를 늘려가며 몸집을 부풀리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들과는 차별된 길을 걸어왔다.

권 명장은 대기업과의 치열한 상권 경쟁에 대해 “높고 큰 나무들만 들어서있으면 웅장하겠지만 아기자기한 맛은 없다. 큰 나무도 있고 작은 나무도 있고, 그리고 그 밑에 자라난 들국화도 제 멋을 뽐내야 그 산이 아름답지 않겠나”라고 비유했다.


권 명장의 뒤를 이어 연희점 운영을 맡은 아들 권형준(37) 씨도 “대기업은 그들 방식의 제품을 팔고 우리는 우리의 방식으로 제품을 만든다. 우리 제품을 좋아해주는 손님들이 있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 상대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개점 당일 오전부터 리치몬드 연희점은 단골 손님과 동네 주민들로 북적였다. 홍익대 졸업생인 제갈한결(25ㆍ여) 씨는 “학교 다니면서 리치몬드제과점을 자주 갔다. 재료가 신선하고 맛도 좋아서 가족 모두 리치몬드 빵을 좋아한다. 홍대점 폐점 소식에 너무 슬펐는데 이렇게 다시 생겨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tair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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