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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새는 에너지 눈으로 봐도 척~”
34년 외길…이석현 포스코 에너지 컨설턴트
협력사 새는 에너지 잡아주는 것
또다른 동반성장 원동력 되죠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배출 규제 경향으로 최근 재계에서는 저탄소 녹생성장이 최대 화두다. 포스코는 규제 이전부터 에너지 절감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해왔는데, 실제로 올 3분기까지 달성한 9000여억원의 원가절감액 중 1120억원이 에너지 부문에서 나왔을 정도다. 포스코의 이 같은 성과는 수십년간 ‘새는 에너지’를 막아온 에너지 컨설턴트들의 노고가 있어 가능했다.

이석현(57·사진) 포스코 컨설턴트는 1978년 포스코에 입사한 후 34년간 에너지 진단 및 절감 업무를 주로 해온 에너지 컨설턴트계의 베테랑이다. 그는 하루에 50억원가량의 에너지를 쓰는 포스코에서 석탄이나 전기 등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업무를 담당해왔다. 그는 “에너지 절감 업무만 30년 이상 하다 보니 이제는 기본적인 생산설비 정도는 특별한 장비가 없이 눈으로 보기만 해도 어디서 에너지가 새는지 파악할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그는 사내 설비뿐 아니라 협력업체 설비까지 에너지 진단을 도와주고 있다. 기술력이 낮은 영세업체일수록 새는 에너지를 막지 못해 생산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업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활동은 ‘동반 성장’이라는 사회적 책임은 물론, 납품 단가도 낮출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는 게 포스코 측 설명이다.


포스코가 협력사들의 에너지 진단까지 도와주게 된 것은 지난 2008년부터다. 이 컨설턴트는 “당시 에너지관리공단은 철강업체 중 가열로 보유업체 10개를 골라 에너지 진단을 해달라고 회사에 의뢰했다”며 “철강설비 에너지 진단은 공단보다도 포스코가 훨씬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에너지 진단업무에 참여하면서 절약한 에너지 비용이 40억원”이라며 “일상적인 업무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그 이후 이 컨설턴트는 사내 업무만큼이나 협력사들의 에너지 진단업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3년 사이 30개 업체의 설비를 진단해 50억원가량의 에너지 절감을 이뤄냈다. 열화상장비나 가스분석기 등 특수장비를 늘 들고다녀야 하는 노고가 있지만, 자신이 부지런히 움직일수록 영세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니 힘들 틈이 없었다.

이 컨설턴트가 그간 업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포스코에 슬라브(철강 반제품) 진정제를 납품하는 동림에서 일어났다. 그가 에너지 진단이 아닌 다른 업무로 동림을 방문해 우연히 건조로를 보게 됐는데, 새는 열이 너무 많아 보였다. 실제로 그 설비는 폐열 회수장치 쪽으로 열이 흐르지 않아 에너지 효율이 나쁜 장비였다. 이에 이 컨설턴트는 즉석에서 ‘이젝터(공기분출기)’의 원리를 이용, 폐열 회수장치 안에 작은 파이프를 넣어 바람을 넣어주는 설계도를 그려 업체 측에 넘겨줬다. 그 결과 동림은 연간 1억원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영세업체일수록 전문인력이 부족해 대기업만큼 에너지 절감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에 정년 퇴임을 하게 되면 30여년간 현장에서 경험한 기술을 국가와 사회에 환원한다는 마음으로 이들 업체를 도와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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