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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갤러리 재개관..뉴욕 레지던스를 거쳐간 작가들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홍익대를 나와 뉴욕 프랫에서 수학한 후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강익중(52)은 언젠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어우러진 ‘멀팅 포트(melting pot)’ 뉴욕은 거리만 걸어도 예술적 자극을 받는다”고 했다. 접시닦이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하던 시절,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가로, 세로 3인치짜리 캔버스를 늘 소지하고 다니며 지하철에서도 그림을 그렸던 것도 뉴욕이라는 ‘격전의 장’이 주는 팽팽한 긴장감 때문이었다고 술회했다. 이렇듯 ‘현대미술의 메카’인 뉴욕은 작가들에겐 늘 선망의 대상이다. 그곳에서 보고, 느끼고, 부딪히고, 작업하고 싶은 것은 모든 작가의 염원이다.



▶“뉴욕에서의 6개월, 큰 자양분됐죠”=지난 2009년 여름, 세 명의 젊은 작가(이형구 정수진 최우람)가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두산그룹 두산갤러리가 뉴욕 맨해튼의 미술 중심지역 첼시에 갤러리와 레지던시(작가가 체류하며 작업할 공간)를 열고, 이들을 첫 입주 작가로 뽑았기 때문이다. 세 명의 작가는 2009년 하반기 그곳에서 작업하며 뉴욕의 수많은 뮤지엄과 갤러리, 스튜디오를 누볐다. 또 두산갤러리 뉴욕에서 개인전도 가졌다.

이렇게 시작된 뉴욕행은 해마다 상반기, 하반기로 나눠 1년에 6명의 작가가 뉴욕에 거주하며 작업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제 서울 종로구 연지동의 두산갤러리는 ‘두산 레지던시 뉴욕 입주 작가 그룹전’을 연다. 오는 8월 19일까지 계속될 이 전시에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두산 레지던시 뉴욕에 입주했던 권오상 김기라 김인배 김인숙 민성식 박윤영 백승우 성낙희 이동욱 이주요 이형구 정수진 최우람 홍경택 등 1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뉴욕에 머물며 작업한 뒤로 더욱 성장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들의 작품을 통해 두산 레지던시 뉴욕의 그간의 성과를 살펴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두산갤러리는 단순히 작가를 파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들이 뉴욕에서 보다 심도 있는 예술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즉 6개월간 작업할 수 있는 스튜디오와 머물 수 있는 아파트를 제공하는 것과 함께, 스튜디오 방문 프로그램, 오픈 스튜디오, 아티스트 토크 등을 개최해온 것.

지난 2010년 하반기 뉴욕에서 작업했던 홍경택은 “잠시 여행차 뉴욕에 들리는 것과 그곳에 머물며 작업하는 것은 천양지차였다. 한마디로 콕 집어 말할 순 없지만 내 생애 더할 나위 없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여타 작가들도 “이역만리에서 자유롭게 머물며 작업했던 체험, 잊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4명 작가의 참신하고 개성 있는 작업=제각기 6개월간 뉴욕물(?)을 먹었던 작가들은, 올해로 개관 5주년을 맞는 서울의 두산갤러리가 새롭게 규모를 확장하며 여는 재개관전을 위해 뭉쳤다. ‘RE-OPENING 두산갤러리 서울’이란 제목의 전시에는 14명의 작가가 근작 및 신작 1~2점을 내놓았다.

이형구는 연지동 두산갤러리 외벽에 미니멀하게 조성된 윈도 갤러리에 작품을 설치했다. 인간과 동물의 신체기관을 예술적으로 변형해온 그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의 골격구조를 역추적한 작품을 출품했다. ‘뇌해도’ 연작으로 유명한 정수진은 회화 고유의 시각적 질서를 보여주는 대작을, 차가운 금속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온 최우람은 움직이는 기계 생명체를 내놓았다. 



또 2차원의 평면 매체(사진)와 3차원인 조각을 넘나들며 실물과 이미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흥미로운 작업을 선보여온 권오상은 특유의 ‘사진 조각(photo-sculpture)’을 출품했다. 한편의 장편영화를 만들 듯 긴 준비작업을 거쳐 현대사회 속 개인, 특히 여성이 느끼는 고독과 결핍을 표현해온 사진작가 김인숙은 두점의 신작 사진을 내놓았다.

이 밖에 홍경택은 여백 없이 꽉 찬 도서관을 그린 그림을 출품했으며, 김기라는 소비를 조장하는 현대사회 속 개인의 욕망을 반추한 검은 ‘정물벽화’ 작업을 시현했다. (02)708-5050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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