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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들,경제가 출렁이는데 그림에는 왜 투자?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유럽발 재정위기로 전세계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출렁대고 있다. 그야말로 요즘 세계 경제는 얼음 위를 겉는 형국이다. 하지만 하나 예외인 곳이 있다. 바로 글로벌 아트마켓이다. 아트마켓은 세계 경기 침체에도 아랑곳없이 호황을 거듭하고 있다.

정상급 메이저 갤러리와 경매사에는 ‘000의 작품이 나오는대로 즉시 연락해달라’는 슈퍼리치들의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아트, 그들만의 뜨거운 투자리그 =주식, 파생상품 등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을수록 미술품 거래시장은 외려 활기를 띈다. 마땅하게 유동자금을 투자할 곳을 찾지못한 슈퍼리치들에겐 전세계적으로 희소성이 있고, 미래 투자가치가 확실한 ‘차별화된 미술품’이 또다른 투자대상이기 때문이다. 남다른 예술적 경쟁력만 있다면 작가의 국적이며 연령, 장르는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거리에서 주어모은 쓰레기로 만든 작품일지라도 확실한 컨셉과 조형성이 있다면 오케이다.

이에 전세계 미술시장의 추이를 발빠르게 전해온 미국의 전문잡지 ‘아트 앤 옥션(Art+Auction)’이 6월호 특집기사로 소개한 ‘미래에 가장 소장가치가 있는 50인의 작가’가 화제를 뿌리고 있다. 이 잡지는 아트 어드바이저, 슈퍼 컬렉터, 유명경매사의 스페셜리스트, 아트딜러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및 평가를 시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50명의 미래 주목할만한 작가를 선정 발표한 것이다.

조사는 미술시장 내에서 실제 매도및 매입된 작품을 중심으로 하되, 향후 수요및 평가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뤄졌다. 특히 미술시장에서의 현재 위치 보다는 가까운 미래, 즉 향후 10~30년 내에 핵심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지를 주로 평가한 것이 특징이다.

즉 아직은 ‘최고의 보석’이 아니지만 머잖아 곧 세계 미술계를 쥐락펴락할 이머징 아티스트(유망작가)를 콕 집어 선정한 것. 이 리스트는 해외 뿐 아니라 국내의 상위 0.01% 컬렉터들 사이에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50인 작가들의 공통점은 독창성과 완결성= ‘아트 앤 옥션’이 꼽은 50명의 미래스타는 국내 미술애호가들에겐 대체로 생소한 이들이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작품이 소장되면서 유명세를 얻은 한국작가 정연두(43)와, 국내에서도 한두차례 작품이 소개됐던 일본 작가 코헤이 나와, 헤르난 바스(미국) 쯤이 귀에 들어올 뿐이다.

50인 중에는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중국 작가 린 티안미야오(Lin Tianmiao), 영국의 유명 미술상(賞)인 터너상을 수상한 사이먼 스탈링(Simon Starling), 일본계 작가로 런던을 무대로 작업 중인 히라키 사와(Hiraki Sawa) 등이 포함됐다.


또 딘 발렌타인, 아니타 자블루도비츠 등 세계적인 아트 컬렉터들이 작품을 사들이는 바람에 일약 스타가 된 알렉스 허바드(Alex Hubbard, 그는 바닷가에 버려진 것들로 평면작업을 한다)를 비롯해 라이언 갠더(Ryan Gander), 바티 커(Bharti Kher), 피오나 래(Fiona Rae), 프랭크 틸(Frank Thiel), 크리스틴 베이커 (Kristin Baker), 니콜 아이슨맨 (Nicole Eisenman), 치에 푸에키(Chie Fueki), 티에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 아드리안 게니(Adrian Ghenie), 니콜라스 로보(Nicholas Hlobo), 애덤 맥윈 (Adam McEwen) 등이 이름을 올렸다. 모두 남다른 아이디어와 개념을 바탕으로 이를 탄탄하게 풀어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들이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이들 아티스트는 이미 세계의 정상급 컬렉터들 사이에선 이름이 제법 알려져 있다. 이를테면 미국의 부동산 거물인 엘리 브로드, 구찌, 보테카베네타 등의 명품브랜드를 이끄는 크리스찬 피노 PPR회장, 미국 마이애미의 사업가 루벨 부부 등 노련한 선수(?)들은 이들의 작품을 일찌감치 선점한바 있다. 


작가들의 연령은 대부분 30~40대이다. 20대 작가들도 간혹 눈에 띈다. 또 여성이 적잖이 포진한 것도 이채롭다. 국가별로는 미국, 영국, 독일 순으로 많고, 한국 이란 인도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루마니아 남아공 작가가 포함됐다. 그런데 이들 또한 뉴욕 런던 베를린 등에서 교육을 받았거나 해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라, 큰 무대를 오가며 자국의 고유한 문화를 기반으로 독보적이면서도 스펙타클한 작업을 펼치는 작가들이 대부분인 것.

또 이들은 세계 화랑계를 쥐락펴락하는 폴라 쿠퍼, 다이치 프로젝트, 매리 분, 레만 머핀, 헌치 오브 베니슨, 리손, 하우저 앤 워스, 엠마뉴엘 페로탕, 화이트큐브, 가고시안 등등 쟁쟁한 갤러리의 눈에 들어 데뷔한 것이 특징이다. 그들의 작품은 전시 때마다 대부분 매진된다. 그리곤 가파르게 값이 오른다.

일례로 미국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린 파울크스(Llyn Foulkes)는 2008년 보다 작품이 다섯배 이상 올랐다. 흑백의 추상회화를 선보여온 웨이드 기튼(Wade Guyton) 또한 작품이 3년새 4배나 뛰었다. 또 독특한 비틀림이 있는 조각으로 유명한 토마스 하우즈아고(Thomas Houseago)는 2010년말 뉴욕서 판매됐던 작품이 불과 석달 후 런던 크리스티에서 두배의 가격(24만7000달러)에 낙찰되며 화제를 뿌렸다. 


엘리엇 헌드리(Elliott Hundley)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UCLA에서 석사를 받기도 전에 월드스타로 떠올랐고, 브룩클린 출신의 매튜 데이 잭슨(Matthew Day Jackson)은 전투기 조종석을 활용한 대작의 경우 100만달러를 훌쩍 넘어선다. 재작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 6만3000달러의 추정가가 매겨졌던 잭슨의 작품은 자그만치 94만1000달러에 낙찰되기도 했다.

인도 뉴델리 출신의 바티 커(Bharti Kher) 또한 관심을 모으는 작가다. 커는 힌두교 여성들이 이마에 붙이는 점(빈디)으로 회화를 만드는데, 작품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반디 회화도 값이 어마어마하지만 조각은 무려 150만 달러에 거래된바 있다.

또 붉은 색의 스프레이로 파워풀한 회화와 입체작업을 펼치는 독일 출신의 스털링 루비(Sterling Ruby)도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밖에 스텐실로 기하학적인 검은 글자를 쓰는 크리스토퍼 울(Christopher Wool)의 작업 또한 컬렉터들 사이에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결국 이들 작가의 작업은 과연 세계 어디에서도 만나기 힘든 독자성을 지니고 있는가, 아울러 세계인을 매료시킬 만한 완성도를 지니고 있는가의 여부로 판가름난다. 즉 사람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남다른 매력이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지구촌에 작가와 작가 지망생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까다로운 심미안을 지닌 슈퍼 컬렉터들을 ‘한방에 보낼만한’ 쟁쟁한 작가는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러니 그들의 한정된 수작(秀作)은 늘 치열한 경합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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