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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1% 슈퍼 컬렉터 ‘이들’에 꽂히다
美 미술전문잡지 ‘아트 앤 옥션’ 이머징 아티스트 50명 선정…국적·장르 불문 쓰레기 재활용해도 이들이 ‘터치’하면 작품
린 파울크스 작품값 5년새 5배 상승
인도출신 바티 커 조각은 150만弗
매튜 데이 잭슨, 94만弗 경매낙찰도


“어디 ‘이거다’ 싶은 그림 없소? 미래에 확실히 뜰 만한 작가의 작품 말이요. 추천 좀 해 보쇼.”
전 세계적으로 이름난 슈퍼 컬렉터들은 화랑 관계자, 미술비평가를 만날 때마다 이 같은 질문을 던지곤 한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출렁이지만 예외인 곳이 있다. 바로 글로벌 아트마켓이다. 아트마켓은 세계 경기침체에도 아랑곳 없이 호황을 거듭하고 있다. 정상급 갤러리와 경매사에는 ‘○○○의 작품이 나오는 대로 즉시 연락해 달라’는 주문이 끊이질 않는다.

▶아트, 그들만의 뜨거운 투자 리그= 주식 등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을수록 미술품 거래시장은 오히려 활기를 띤다. 유동자금이 있어도 마땅하게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슈퍼리치들에겐 전 세계적으로 희소성 있고 미래 투자가치가 확실한 미술품이 최고의 투자대상이기 때문이다.

남다른 예술적 경쟁력만 있다면 국적이며 연령, 장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거리에서 주워 모은 폐품으로 만든 작품일지라도 확실한 콘셉트와 조형성이 있다면 오케이다.

이에 전 세계 미술시장의 추이를 발빠르게 전해 온 미국의 전문잡지 ‘아트 앤 옥션(Art+Auction)’이 6월호 특집기사로 소개한 ‘미래에 가장 소장 가치가 있는 50인의 작가’는 큰 화제를 뿌리고 있다. 이 잡지는 아트 어드바이저, 슈퍼 컬렉터, 유명경매사의 스페셜리스트, 아트 딜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평가를 통해 50명의 작가를 선정했다.

조사는 미술시장 내에서 실제 매도및 매입된 작품을 중심으로 하되, 향후 수요 및 평가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뤄졌다. 즉 아직은 ‘최고의 보석’이 아니나 머잖아 곧 세계 미술계를 쥐락펴락할 이머징 아티스트(유망작가)를 콕 집어 선정한 것. 이 리스트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의 상위 0.01% 컬렉터들 사이에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일반인들은 ‘거저 줘도 안 갖겠다’고 할 법한 쇼킹한 작품이지만 상위 0.01%의 슈퍼 컬렉터들은 바로 그 도발적인 표현에 주목한다. 독일 출신의 작가 스털링 루비의 설치작품. 스프레이 페인트로 칠한 로켓포, 폭탄 형상의 붉은 조각들에 관을 상징하는 듯한 검은 나무판을 곁들여 전쟁과 인간의 생명에 대해 되묻고 있는 작업이다.

▶50인 작가들의 공통점은 독창성과 완결성= 아트 앤 옥션이 꼽은 50명의 미래스타는 국내 일반 애호가들에겐 대체로 생소한 이들이다. 한국작가로 유일하게 선정된 정연두(43)며 국내에서도 한두 차례 작품이 소개됐던 코헤이 나와(일본), 헤르난 바스(미국) 쯤이 귀에 들어올 뿐이다.

50인 중에는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중국 작가 린 티안미야오, 영국의 유명 미술상(賞)인 터너상을 수상한 사이먼 스탈링, 일본계 작가로 런던을 무대 삼아 작업 중인 히라키 사와 등이 포함됐다.

또 딘 발렌타인, 아니타 자블루도비츠 등 세계적인 유명 컬렉터들이 작품을 사들여 일약 스타가 된 알렉스 허바드(그는 해변에서 주워 온 쓰레기로 회화작업을 한다)를 비롯, 라이언 갠더, 피오나 래, 프랭크 틸, 크리스틴 베이커, 니콜 아이슨맨, 치에 푸에키, 티에스터 게이츠, 아드리안 게니 등이 이름을 올렸다. 모두 남다른 아이디어와 개념을 바탕으로 이를 탄탄하게 풀어낸 독창적 작품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대주들이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이들 작가는 이미 세계의 정상급 컬렉터들 사이에선 이름이 제법 알려진 작가들이다. 노련한 선수(?)들은 이들의 작품을 일찌감치 선점한 바 있다.

작가들의 연령은 대부분 30, 40대다. 20대 작가들도 간혹 눈에 띈다. 또 여성이 적잖이 포진한 것도 이채롭다. 국가별로는 미국, 영국, 독일 순으로 많고 이란, 인도,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루마니아, 남아공 작가가 포함됐다. 그런데 이들 또한 뉴욕, 런던, 베를린 등에서 교육을 받았거나 해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① 뒤틀림이 있는 표현이 특징인 토마스 하우즈아고의 유령 같은 조각.
② 힌두교 여성들이 얼굴에 붙이는 점 ‘빈디’로 작업하는 인도 작가 바티 커의 동물 작품.
③ 크리스토퍼 울의 스텐실 텍스트 회화. 현대 가정의 이면을 파헤치고 있다.
④ 버려진 것들을 콜라주한 엘리엇 헌들리의 대형 부조작품.
⑤ 100만달러를 호가하는 전투기 조종석 작품으로 유명한 매튜 데이 잭슨의 해골 설치작업.

또 이들은 폴라 쿠퍼, 다이치 프로젝트, 매리 분, 레만 머핀, 헌치 오브 베니슨, 리손, 하우저 앤 워스 등 쟁쟁한 갤러리들의 눈에 들어 데뷔한 것이 특징이다. 그들의 작품은 전시 때마다 대부분 매진된다. 그리고는 가파르게 값이 오른다. 미국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린 파울크스는 2008년보다 작품값이 5배 이상 올랐다. 흑백의 추상회화를 선보여 온 웨이드 기튼도 작품이 3년 새 4배나 뛰었다.

또 독특한 비틀림이 있는 조각으로 유명한 토마스 하우즈아고는 2010년 말 뉴욕서 판매됐던 작품이 불과 석 달 후 런던 크리스티에서 2배의 가격(24만7000달러)에 낙찰되며 화제를 뿌렸다. 브루클린 출신의 젊은 작가 매튜 데이 잭슨은 전투기 조종석을 형상화한 작품이 100만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재작년 런던 크리스티에 6만3000달러에 나온 작품은 자그만치 94만1000달러에 낙찰되며 기염을 토했다.

인도 뉴델리 출신의 바티 커 또한 관심을 모으는 작가다. 커는 힌두교 여성들이 이마에 붙이는 점(빈디)으로 회화를 만드는데, 작품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조각은 무려 150만달러에 거래된다. 또 붉은 색의 스프레이로 역동적인 회화와 입체작업을 펼치는 독일 출신의 스털링 루비도 인기가 치솟고 있다.

결국 이들 작가의 작업은 과연 세계 어디에서도 만나기 힘든 독자성을 지니고 있는가, 세계인을 매료시킬 만한 완성도를 지니고 있는가로 판가름된다. 즉 사람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남다른 매력이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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