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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년전 김지하의 ‘한류’예언, 현실이 되다
‘남녘땅 뱃노래’서 “한국 세계 문명 전환 중심”예측
K-팝 글로벌 아이콘 된 시점서 산문집 ‘남조선 뱃노래’로 재출간


시인은 예로부터 예언자, 초인으로 불렸다. 김지하(72)는 시인을 ‘민중의 꽃’이라 부른다. “가난한 이웃들의 저주받은 생의 한복판에 서서 그들과 똑같이 고통받고 신음하며,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고 그 꿈의 열매를 가난한 이웃들에게 선사함으로써 희망과 결합시켜 주는” 시인은 그 자체가 상징이기 때문이다.

참다운 시인이란 그렇게 역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한다. 그런 면에서 ‘시대의 말, 양심’이었던 김지하 시인이 오늘 새롭게 발견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김 시인의 생명사상의 움틈과 뿌리내림을 보여 주는 산문집 ‘남조선 뱃노래’(자음과모음)는 ’남녘땅 뱃노래’란 제목으로 28년 전 나온 걸 다시 펴낸 것이지만 오히려 현재성이 강하다. 최근 중국의 패권, 한국의 G20 부상 등 아시아권으로의 시선 집중, 중심 이동은 그가 이 책에서 강조한 새로운 문명의 태동이라는 세계사의 거대한 전환, 우리 민족이 문명사적 전환의 중심이라는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까닭이다.

김지하 시인은 18일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나가수’ 임재범의 노래는 완전히 판소리의 시김새”라며, 감기가 나은 뒤의 시원한 느낌, 치유적인 노래가 K-팝이 인기있는 한 귀퉁이를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예전에 판소리를 잘하면 그늘이 있다고 그랬어. 어른들이 소리에 무릎을 치면서 ‘다 나았다’라고 했어. 어째서 다 나았다고 했을까 이상했는데, 그게 임재범의 노래에 있는거야. ‘헤어져서 나 혼자 갈 때 돌아서 갈 때 네 얼굴이 보이더라’ 는 가사를 보면 아픔과 절망에서 소롯소롯한 우정, 희망이 다시 솟아나는 거지.”

K-팝의 원류 한자락을 시김새에 걸친 시인이 보는 한류는 단순하지 않다. 민족사상인 화엄사상, 개벽, 천부경과 경제적 성장, 이에 대한 반격까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만들어냈다는 얘기다.
 
김지하 시인이 28년 전에 내놓은 이야기 모음‘ 남녘땅 뱃노래’를, 본래 첫 제목이었던‘ 남조선 뱃노래’로 다시 펴냈다. 김 시인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K-팝(Pop)의 본질은 서구에서 배워 온 가락이나 춤이 아니라 판소리의 시김새에 한 자락을 걸친 전통의 소리와 정서에 닿아있다”고 말했다.

동서 융합, 상생이라는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 역시 ‘남조선 뱃노래’에 연결된다.

여기서 남(南)은 단순한 지리적 뜻만이 아니라 총체적인 사람 생활에 있어서의 근본적으로 회복해야 할 본디 성품을 포함한다. 이는 수운 선생의 시천(侍天)사상, 해월 선생의 양천(養天)사상, 증산 선생의 체천(體天)사상 등 전통적인 민중사상과 연결되며 상생론으로 확산된다.

김 시인은 루돌프 스타이너 영성교육학회 창시자이자 영국 녹색운동의 실질적 창시자의 말을 빌려 “인류의 대 문명사 변동과정을 보면 앞으로 다가오는 문명시대에는 그에 걸맞는 성배민족이 반드시 먼저 나타난다“고 했는데, 바로 이 성배민족이 우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시인은 대선 정국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요즘 정치인들은 양심이 없어. 유치해서 못 보겠어. 정치는 높아야 해. 서민들이 삶을 광범위하게 본격적으로 잡으면서 도덕적 높이까지 갖춰 올라가야지.”

대통령 적임자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직접민주주의와 어른들의 보조정치를 해결할 수 있는 인물로 안철수와 정운찬을 꼽았다. 박근혜 대선 후보의 경우, 여성이기 때문에 대권의 당위성이 있다고 했다. 그렇긴 해도 혼자 나오면 안 되고 안철수, 정운찬과 손잡고 이원집정제를 추구할 경우, 5년 동안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신라의 신관과 정치권력의 이원집정제는 현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를 뚫고 나갈 수 있는 정치 시스템”이라며 그는 특히 초과이익공유제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책에는 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수로 복역 중 감옥에서 쓴 옥중수기, 인혁당 사건으로 재수감돼던 중 ‘김지하는 공산주의자’라는 정부의 날조된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쓴 ‘양심선언’, 법정 최후진술 ‘나는 무죄이다’, 자신의 생각을 담아두기 위해 혼자 녹음한 자료 등 저자의 사상적 궤적을 살필 수 있는 글들이 생생하다.

특히 죽음에의 환상과 정신의 마모를 불러오는 감옥의 흰벽, 사형선고를 접하며 꺼져가는 정신을 건져내 인간의 존엄, 영광을 회복하는 정치적 상상력의 깨달음의 순간은 이 산문집의 백미다.

김 시인은 오는 8월 16일부터 전남대를 시작으로 ‘숲으로부터 배우는 미학적 지혜’란 제목으로 본령인 미학 강의를 해 나갈 예정이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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