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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설었던 日원작 연극…일상의 감성 건드리다
‘니 부모 얼굴…’ 등 화제작 잇단 공연


일본 원작의 연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일상과는 좀 거리가 있었다. 학교폭력과 자살, 죽음의 코드는 낯선 주제였고 불편했다. 그러나 이젠 남의 얘기가 아니다.

학교 폭력의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는 일본 원작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사진>는 얼마 전까지 이슈가 됐었던 학교폭력과 왕따, 청소년 자살문제를 다른 어떤 작품보다 세밀하게 다뤘다.

하타사와 세이고의 작품을 우리나라로 옮겨 온 이 작품은 학교폭력 문제 등을 흔한 청소년물로 만들어 그들의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품엔 관계된 학생들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어른들의 관점에서 서로의 이기심과 아이들에 대한 무관심, 아이들이 왜 그런 ‘괴물’이 되었어야만 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일본 연극이지만 등장인물과 학교 이름 등 주요 명칭만 바뀌었을 뿐 관객들은 마치 한국 사회를 보는 것 같다.


조은컴퍼니의 한ㆍ일 문화교류전 두 번째 작품,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본다’는 마치 일본 순정 멜로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49재가 다가오기까지 죽은 영혼이 영매사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직접 만난다는 단순한 줄거리. 일본 만화와 영화 등 대중문화의 흔한 레퍼토리여서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어둡고 칙칙할 수 있는 소재지만 유쾌함과 아기자기함이 극 속 곳곳에 숨어 있다. 일본 극단 도무의 곤도 히로미츠가 영매사와 귀신을 소재로 만든 이 작품은 무당과 굿으로 접신하는 우리의 정서와도 멀지 않게 느껴진다.

‘기사라기 미키짱’은 일본 특유의 디테일함을 보여준다. 아이돌 가수의 죽음과 등장인물 각각이 가진 이야기들, 세세한 단서와 소품 하나하나가 극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감정 과잉이 우리에겐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유사한 아시아적 정서가 깔려 있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한ㆍ일 연극문화교류는 최근 들어 활발해지는 추세다. ‘웃음의 대학’, ‘하카나’, ‘너와 함께라면’ 등의 작품이 무대에 올라 호응을 얻었으며, 명동예술극장은 2003년부터 격년으로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을 개최해 하타사와 세이고의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호라이 류타의 ‘죄’ 등을 무대에 올렸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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