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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아버지(‘모빌’작가 칼더)는 일밖에 모르셨으니 아마도 한국인..”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아찔할 정도로 눈부신 화이트 큐브에 검디 검은 조각 6점이 들어차 있다.

어떤 것은 바닥에 단단히 둥지를 튼 ‘스테빌(Stabile)’이고, 어떤 것은 높은 천장에 매달린 작은 강철판 조각, ‘모빌(Mobile)’이다. 크고 작은 모빌들은 공기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찰랑찰랑 움직인다.


움직이는 조각 ‘모빌’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검은색 작품들이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회장 이현숙) 3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제갤러리는 개관 30주년을 맞아 미국 뉴욕의 칼더 재단과 손잡고 알렉산더 칼더의 개인전 ‘NOIR(검은색)’를 12일 개막했다. 전시에는 칼더가 193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제작한 크고 작은 검은 조각 6점이 나왔다.



개막식에 맞춰 내한한 칼더의 외손자이자 칼더 재단을 이끄는 알렉산더 스터링 칼더 로워(Alexander S. C. Rower, 49) 이사장은 “흔히 칼더의 조각에 대해 색상, 형태, 움직임 세가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데 그런 단정적인 규정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칼더의 작품에서 색상, 형태, 움직임은 작품의 표면에 불과하다.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하는데 그것은 공간성과 시간성이다. 이 두 요소를 빼면 칼더 작품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강조했다.


이어 “할아버지는 작업과정에서 자신의 에너지가 오브제에 전달되고, 작품은 그 에너지를 다시 내뿜는 것으로 생각했다. 조각은 물론 장신구 하나하나까지 모든 것을 직접 제작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로워 이사장은 “세상만물을 하나로 엮는 힘이 무엇인가가 칼더가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주제”라며 “서울 관객들과 칼더라는 작가가 구현한 예술적 언어의 다양성을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검은 재킷에 할아버지가 만든 강렬한 목걸이를 착용하고 나온 그는 “이 목걸이도 할아버지가 금판을 두들겨 직접 만드신 거다. 생전에 1800점에 달하는 장신구를 만드셨는데 모두 직접 제작하셨다. 까르띠에, 티파니 등의 럭셔리 브랜드에서 ‘장신구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지만 ‘내 손으로 직접 만들지 않으면 에너지가 전해지지 않는다’며 마다하셨다”고 전했다.



할아버지와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해달라는 질문에는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가 작업하시는 장면을 보고 자랐다. 늘 철사를 구부리고, 철판을 두드리며 일 속에 파묻혀 지내셨다. 휴가도 안가셨고, 취미가 곧 ‘일’이셨다. 그 점에서 아마도 할아버지는 (일 많이 하기로 유명한) 한국인이셨던 듯하다”며 웃었다.

또 “우리는 다른 재단과는 달리 미술관을 만들지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 뉴욕이나 워싱턴에 ‘칼더 미술관’을 세울 순 있지만 그 보다는 재단이 보유 중인 작품을 전세계 미술관과 갤러리에 대여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칼더를 각인시킬 수 있다"며 현재 전세계적으로 21개의 칼더 관련 프로젝트가 열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대로 조각가 집안에서 태어난 알렉산더 칼더는 대학(스티븐스 공대)에선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그는 미술로 방향을 틀어 뉴욕 아트 스튜던츠 리그(회화 전공)를 다녔고, 파리로 이주한 뒤론 조각 작업에 빠져들었다.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던 칼더는 1930년 피에트 몬드리안의 스튜디오를 방문하면서 작업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 몬드리안의 작품을 입체로 표현하고 싶어한 그는 손이나 작은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었다. 이를 본 뒤샹이 ‘모빌’이라 명명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34년부터 칼더는 모터가 아닌 기류(바람)에 의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었다. 또 바닥에 고정시키는 조각도 선보였는데, 이 작업에 대해 조각가 장 아르프는 스테빌이라 명했다. 



이렇듯 모빌(Mobile·움직이는 조각)과 스테빌(Stabile·정지된 조각)은 칼더 작업의 양대산맥이다. 모빌은 우아한 움직임이, 스테빌은 동물의 역동적인 형태를 연상시킨다. 칼더의 작품은 부드럽고 날렵한 선이 단순한 색조(주로 검은색과 빨간색)와 결합돼 미니멀한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NOIR’ 전은 검은빛 작품만 전시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칼더에게 있어 색채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또 오만가지 색을 품은 검은색에 작가가 왜 그토록 심취했는지 질문케 한다. 전시는 8월17일까지. 사진제공=칼더 재단 ©Calder Foundation, New York / Art Resource, NY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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