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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위스컬렉터의 통큰 기부..2천억원대 중국미술품 기증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중국현대미술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해온 스위스인 컬렉터 율리 지그(Uli Sigg)가 자신의 컬렉션을 홍콩의 미술관(M gallery museum)에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기증할 미술품을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1억7000만달러(한화 약1946억원)에 달한다.

울리 지그는 "중국인들이 그들의 현대사를 집대성한 자국의 미술품들을 보고 싶어하기 때문에 나의 컬렉션을 언젠가는 기증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이제 홍콩의 M 갤러리 뮤지엄(M+)에 기증하기로 합의했다"며 "기증품을 선보이는 특별전시는 오는 2017년 열 예정"이라고 했다.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 미술관에 중국 현대미술품을 기증한 것에 대해서는 "조각 등 작품의 내용 중 일부가 중국의 정치, 사회를 다소 예민하게 묘사한 것이어서 중국 미술관에 기증할 경우 혹시라도 제한될 우려가 있어서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위스인 사업가로 중국에서 20년 넘게 활동하며 말미에는 주중 스위스 대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 기간을 비롯해 30년간 율리 지그는 약 1500여점의 미술품을 수집(한국미술가의 작품도 여러점 포함돼 있다)했으며, 특히 현대 중국미술부문에 있어선 세계 최고의 컬렉션으로 손꼽히고 있다.

지그의 컬렉션 중에는 저명한 미술가이자 기획자인 아이웨이웨이의 작품 26점을 필두로, 한점에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쩡판즈와 장샤오강, 위에민준의 회화와 조각, 그리고 왕 케핑의 작품이 포함돼 있다. 미술관측은 이들 작품을 기증받는 것 외에 2200만달러를 투입해 율리 지그의 다른 작품 47점을 구입하기로 했다.

스위스 루체른에 사는 율리 지그는 중국현대미술에 정통한 컬렉터이다. 그는 1979년 중국에 스위스의 엘리베이터를 수출하기 위해 베이징으로 부임했다. 그리곤 이듬해부터 이렇다할 기반 없이 오로지 열정과 투지만으로 작업하는 중국 현대미술가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리곤 중국현대미술의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중국미술사를 공부했다. 그리곤 1980년대 후반부터 그들의 작품을 사들였다. 그의 컬렉션은 ‘차이나 아방가르드’의 발아기인 1979~1988년대 작품에서부터, 2차 시기인 1989~1999년대 작품이 집중적으로 포함돼 있다. 미술사적으로 아주 귀한 작품들이 아닐 수 없다. 또 가격대로도 수십, 수백배씩 올라 지금 시점에선 일반이나 미술관이 구입하기 불가능한 것들이 대다수다.


그는 이들 일련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게 된 것은 엄청난 행운이라며 “미술은 시대를 반영하고, 시대의 철학과 사고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산물이기에 유명작가 뿐 아니라 무명 작가의 것도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것이라고 판단되면 반드시 수집했다"고 밝혔다. 율리 지그는 1993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중국의 반체제 아티스트 아이웨이웨이를 만나 교류했다. 그리곤 아이웨이웨이의 중요한 작품들을 계속 수집했다.
지그는 "아이웨이웨가 당나라 도자기에 색을 입히거나 코카콜라 로고를 활용해 작업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랬다. 나는 그것들을 (값을 하나도 깎지않고) 모두 샀고, 지속적으로 작업할 것을 권유했다"고 했다.

그는 기회있을 때마다 지금은 컬렉터가 되었지만, 궁극적으론 자신은 ‘연구자’라고 강조했다. 중국 작품들의 특징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지며 연구를 마칠 때까지 컬렉션을 계속하겠지만, 미래엔 중국인들의 미술관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리고 마침내 이를 실현한 것이다.


율리 지그의 루체른 자택을 취재차 방문했던 이지윤 큐레이터(숨 아트프로젝트 대표, 런던 코토드대학 박사과정 수료)는 "울리 지그는 중국 작가들의 아트 프로젝트를 위해 프로듀서로서도 함께 일했다. 그는 때론 작품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의미가 있다면 그 작품을 구입해주고, 그 작가들을 지원해준다. 유명작가 컬렉션만이 전부가 아닌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그는 중국과 스위스간 경제협력에 공헌한 공로로 1998년부터 4년간 주중 스위스 대사로 선임돼 일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그는 이 기간에 새로운 중국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중국현대미술상 ‘CCAA(ChineseContemporary Art Awards)’도 만들었다"고 했다. 이 상은 중국의 떠오르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는 상으로, 미술관이나 기관이 아닌 개인에게서 비롯된 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지윤 씨는 또 "스위스의 비평가 헤랄드 제만에게 중국 작가들을 소개하고 알린 것도 율리 지그다. 우리는 헤랄드 제만이 2001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아시아미술의 국제화를 도모한 것으로만 알고 있으나, 그 뒤에는 아시아 작가들이 발굴될 수 있도록 맥락을 만들어놓은 울리 지그의 묵묵한 지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간 지그의 중국현대미술 컬렉션은 유럽의 여러 미술관에서 순회전시됐다. 그리고 마침내 그 오랜 항해를 마치고 오는 2017년에는 홍콩의 뮤지엄에 안착하게 된다. 우리도 이렇듯 근사한 컬렉터, 연구하고 공부하는 컬렉터, 그리고 큰 뜻을 펼치는 컬렉터를 만나고 싶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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