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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예가 이인진,이번엔 ‘집’오브제로 대규모 작품전
{헤럴드경제=이영란 기자} 흙으로 빚은 풋풋하고 독특한 집들이 한데 모였다. 저마다 빛깔과 형태가 다르고, 자연의 텁텁한 무늬와 결이 새록새록 새겨져 있어 한점 한점 여유를 갖고 감상하면 그 묘미가 각별하다.
홍익대 미대 도예유리과 이인진 교수가 장작가마에서 구운 작품이다. 자연의 기본요소인 흙과 불이 하나가 되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맑은 심상으로 욕심없이 빚은 작가의 내면이 곁들여진 ‘흙집’들이다. 


도예가 이인진 교수가 경기도 용인의 지앤아트스페이스(관장 지종진)에서 지난 6월28일 개인전을 개막했다. 이 교수는 지앤아트스페이스 초대로 오는 9월2일까지 ‘이인진-하늘 아래 집’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지앤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실내공간 뿐 아니라 야외에도 함께 작품이 전시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제7회 ‘2013 이천세계도자비엔날레’의 전시감독으로 선임된 이 교수는 이번에 자신의 다양한 작품 중 특별히 ‘집’을 다룬 입체 작품만으로 전시를 꾸몄다. 다완 등의 도자기와 함께 작가는 20여년간 집 조각도 꾸준히 만들어왔다. 이번 전시는 그간의 여정을 갈무리하는 자리로, 일련의 흙집 작품과 페인팅 작품이 어우러졌다.


전시는 흙과 불의 만남으로 탄생한 토우(土宇)가 자연에 동화돼 다시 그 속으로 귀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낯익은 기와집 지붕, 서양의 박공 지붕, 그리고 지붕에까지 창을 크게 뚫은 집 등 다양한 형태의 집들에선 동서양 모두를 고향으로 여기는 이인진의 인생역정이 배어 있다. 동서는 물론 우주만물을 향해 열려있는 작가의 태도는 나그네에게도 잠시 머무를 공간을 내어주는 우리 선조들의 따뜻한 정을 작품에서 느끼게 한다.


이인진은 우리 고유의 분청작업에 더해 7일간 가마에 불을 지펴야 하는 비젠야키(비젠시에서 생산되는 장작가마 소성 도자기) 장작가마 소성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이제는 가스가마에 밀려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 장작가마 소성은 우리네 옛 도공의 기술로, 이를 오늘에 되살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게 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고 힘든 작업방식이다. 


그러나 이인진 교수가 이번에 선보인 작업들은 그가 이제 흙과 불을 자유자재로 운용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그는 가마불 속 흙덩이들이 일주일간 서서히 완성되도록 인내하고, 기다린다. 인간의 영역을 떠나, 자연의 조화에 결과를 내맡기는 여유로움도 터득했다. 이는 원초적 미감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이인진이 틈틈이 제작해온 토우 작품은 20년이 지나 그 수자가 엄청나게 늘었다. 작가는 그 집들이 작가의 공방 이곳 저곳에서 눈과 비, 바람을 맞으며 자연에 동화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리고 이번에 그 집들을 지앤아트스페이스의 독특한 공간에 옮겨놓은 것. 

그가 빚은 작은 집들은 여러 점이 한데 모여 마을이 됐고, 싱그런 넝쿨과 수초들이 어우러져 깊이감을 더하고 있다. 갤러리 1,2층에는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토우들이 사이좋게 모여 자연이 교향악을 들려준다. 또 사진 위에 무념무상의 상태로 붓질을 더한 평면작품도 나와 시선을 잡아끈다..


홍대 도예과 출신인 지종진 관장은 “오래 전 이인진 교수의 공방을 찾았을 때 풀과 나무 사이에 배치된 토우들에 매혹당해 카메라 셔터를 쉼없이 눌렀다. 이번 전시는 머리 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여 기획된 것으로, 관람객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이인진의 흙집들을 즐겁게 음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인진 교수는 미국 라구나비치미술학교와 캘리포니아 주립대를 다녔으며, 홍익대에서 석사과정(도예)을 밟았다. 미국 하와이, 중국 경덕진대학교 등 해외 7개의 대학교에서 13회의 워크숍 및 전시를 가졌고, 미국 사이프러스대학 미술전 대상 등 다수의 상을 휩쓸었다. 현재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 등 6개국 10여 곳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한편 이인진 전시가 진행되는 9월 2일까지 지앤아트스페이스 아카데미에서는 ‘토우(土宇)’ 를 주제로 흙으로 집을 만드어보는 전시연계 프로그램이 열린다. 031-286-8500. 사진제공=지앤아트스페이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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