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對日 무역역조 개선 서광 보인다
작년 285억弗 전년比 75억弗 줄어…전자·자동차분야 부품수입 감소

소재부품 수입선 다변화…국내 기술경쟁력 제고도 한몫



1876년에 항구를 열어 일본 제품을 수입한 이후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한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해방과 독립을 달성하고 일본과의 무역을 미 군정이 담당한 기간에도 무역적자는 계속됐다. 오랜 역사 동안 지독히 따라다니던 대일 무역적자 꼬리표가 최근 그래프 방향을 선회해 주목된다.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는 285억8900만달러로 2010년(361억2000만달러)에 비해 75억3100만달러 줄었다. 수출이 5000억달러를 넘어선 해였기에, 지난 1998년 IMF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보여줬던 ‘수출부진→국내투자 위축→대일수입 감소→대일적자 감소’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특히 대일 무역수지 적자의 70%를 차지하는 골칫덩어리인 부품소재ㆍ기계류 무역에서 일본 수입 비중이 줄고 있다. 무역수지 개선이 추세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일본에서 받은 배상금 5억달러가 현금이 아닌 현물(기계ㆍ원자재ㆍ기술자 파견)이었던 것이 지금까지 대일 무역적자의 원흉으로 자리 잡았다고 주장한다. 2000년 이후 한국이 미국과 유럽, 중국, 동남아에 무역흑자를 기록할 때도 유독 일본에는 소재부품 분야의 적자로 무릎을 꿇어온 바 있다. 그만큼 국내 산업의 뿌리에 일본 소재부품 산업의 영향이 막강하다는 증거다.

하지만 이제 중국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2010년 한국의 전체 소재부품 수입 비중에서 25.5%를 차지해 1위였던 일본은 23.6%로 감소해 2위로 내려앉은 반면 2위였던 중국이 27%로 급성장했다. 한국이 소재부품 수입국을 다변화하는 데 따른 변화다.

무역수지 개선에는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도 크다. 지진으로 인한 산업계 생산체제의 붕괴가 대일 수출 확대 및 수입 둔화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일본 기업들이 한국 제품에 관심과 시범구매를 조금씩 늘려왔다”며 “지난해 지진 이후에는 갑자기 한국에 관심을 넘어선 러브콜이 급증해 현재 매분기 대일 수출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라고 말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완제품 수출도 인기지만 원자재 수출도 무서운 상승세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대일 수출 1위 품목인 석유제품은 지난해 수출이 130.5%나 급증해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일 수입도 지진으로 영향을 받았다. 지난 2월 일본무역진흥회(JETRO)가 발간한 보고서는 “지진의 영향으로 감산할 수밖에 없었던 부품 및 원재료와 이를 사용한 완성품의 수출이 크게 둔화됐다”며 “특히 반도체 등 전자부품과 비금속제품,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수출이 큰 차질을 빚었다”고 언급했다.

환율 효과도 크다. 원/엔 환율은 2007년 중반에 비해 최근 2배로 급등했다. 대일 수입업체들의 가격부담이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든 정도까지 치솟은 것. 무역협회 관계자는 “2008년 이후 일본 업체들의 자체 비용절감 노력으로 가격경쟁력을 유지해온 곳들도 있지만 최근 달러당 80엔대가 무너지면서 상당수 업체들이 한계상황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8년 1월 100엔당 833.3원이었던 원/엔 환율은 2010년 1256.5원, 올해 1월에는 1494.7원까지 치솟았다. 일본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한 원자재나 소재부품에 눈을 돌려 채산성을 맞추려는 움직임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무역협회가 지난해 8월 61개 일본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52개 기업이 현재의 초엔고 상황이 정착될 경우 해외조달로 변경하겠다고 응답했고, 실제 올해부터 움직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윤정식 기자>
/yj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