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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산원유 보험’ 민간에 떠넘기기?
EU가 손 뗀 유조선 보험
정부, 국내보험사에 인수 요청
1척당 1조…담보능력도 부족
보험업계 “리스크 크다” 난색



유럽연합(EU)이 오는 7월부터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유조선에 대해 보험 제공을 하지 않기로 하자 정부는 코리안리 등 국내 민간보험사들에 관련 보험을 대신 인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내 보험사들은 담보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하고 있어 수용 여부가 관심이다.

미국이 조만간 발표할 국방수권법(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등을 담은 이란제재법)의 적용 예외 국가에는 한국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는 최근 유럽계 재보험사들의 보험거절 방침에 따라 임시방편으로 코리안리 등 국내 민영보험사들에게 이란산 원유수입 선박에 대한 보험 제공을 요청했다. 아울러 민영보험사들이 보험 제공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국내 보험사들은 원유수입 선박에 대한 담보능력이 부족해 이 같은 요청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원유수입 유조선 1척당 보험금 규모는 약 1조원 상당이다. 국내 보험사가 단독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규모다. 이 때문에 그 동안 국내 보험사들은 로이드 등 유럽계 재보험사에 재보험을 가입해 위험을 분산시킨 후 보험을 인수해 왔다.

특히 사고 발생 때 가장 손실이 큰 P&I보험의 경우 논의 대상이 아니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정부의 요청을 수용해 선박 및 적하보험에 대해선 보유 한도를 기존 한도보다 최대 2배 가량 많은 4000만달러까지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이들 원유수입 선박에 대한 담보 규모가 4억달러이란 점을 감안할 때 턱없이 부족하다.

금융당국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국가적인 사안이다 보니 모른 체할 순 없다는 입장이나 그렇다고 이렇다 할 묘안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경부 등으로부터 보험사들이 보험 가입한도 축소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보험 제공에 나설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으나, 보험금 규모 등 워낙 리스크가 크다 보니 (보험업계에)보험인수를 해달라고 함부로 요청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만일 사고라도 날 경우 그 손해액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유럽연합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재보험 인수 범위 등 적절한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보험권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선박 및 적하보험에 대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입항 허가요건인 P&I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며 “P&I보험은 보험사가 아닌 영국의 P&I클럽이란 곳을 통해 선박회사들이 가입하는데, (정부가)이 문제부터 해결하지 못하면 입항 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에 나머지 노력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양규 기자>
/kyk7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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