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포퓰리즘 규제 더 못참아”…대형마트 한목소리 반발
들불처럼 번지는 규제

전주서 시작된 강제휴업안

천안·춘천등 전국으로 확산

SSM 지방진출금지 논의도


권리침해 외치는 업계

“고객불편·일자리축소 야기

마트내 자영업자 외면 처사”

헌법소원 등 법적대처 강구


총선과 대선 등 두 번의 선거가 예고된 올해, 포퓰리즘을 헤쳐나가는 일이 가장 어려운 숙제가 될 것이라 내다봤던 유통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그 첫 시험대에 대형마트가 섰다. 연초부터 대형마트는 강제휴업 도입으로 영업일 제한과 지방 진출 불허 등 각종 규제를 만나게 됐다.

지난 7일 전주시가 대형마트에 대한 강제휴업 조례안을 통과시킨 후속 논의가 춘천과 천안 등 다른 지역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전주시의회는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로 제한했다. 전주시내 전통시장 일부가 매달 첫 번째, 세 번째 일요일에 휴업하는 것을 감안해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두 번째, 네 번째 일요일에 의무적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

이는 지난달 17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세부 내용을 각 지자체가 정하도록 한 데 대한 후속조치다. 전주시가 처음 조례안을 마련한 데 이어 천안과 춘천, 보령, 군포, 의왕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와 관련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이 나오는 다음달 중순부터 이 같은 영업일 규제를 본격 적용받게 된다.

이뿐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아예 대형마트와 SSM의 지방 진출을 금지하는 방안까지 나오고 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와 SSM의 지방 중소도시 신규 진출을 5년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형마트 입장에서 보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정치권에서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골목상권이라는 말만 나오면 대기업에 엄격해지는 정서를 감안해 몸을 낮췄던 유통업체들도 상황이 신규 출점 규제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자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영업일 규제도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데, 점포 신규 진출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명백한 영업 권리 침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지방에는 기존 상권을 보호해야 하는 중소도시뿐 아니라 새롭게 개발되는 부지 등 기업형 유통업체에 대한 수요가 생기는 곳도 있다”며 “일률적으로 지방 진출을 제한할 수가 있느냐”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대형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유통업체들은 헌법소원을 내는 방안까지도 검토 중이다.

연초부터 강제휴업 도입으로 영업일 제한과 지방 진출 불허 등 각종 규제를 만난 대형마트들의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정가와 관가를 중심으로 한 대형마트 규제가 소비자의 불편이나 실물 경제의 흐름은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많다. 두 차례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표 결집이 확실한 소상공인들을 의식해 무작정 ‘대형마트 때리기’ 선봉에 나섰다는 것.

실제로 주부 이모(34) 씨는 “일하는 엄마가 애 소풍 전날 김밥 재료라도 준비하려면 퇴근 후 대형마트에서 장 볼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 불편은 생각지도 않고 대형마트 문을 닫아 놓고 억지로 시장을 이용하라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A 대형마트 고위 관계자는 “신규 점포를 1곳 열 때 신규 고용창출 규모가 1000명 정도”라며 “기업에 일자리 많이 만들라고 주문하면서 정작 정부는 고용의 기회를 박탈하는 행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형마트 규제가 실제 소상공인들을 배려하는 대안이 될지도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작 대형마트 규제안이 전해지자 불안에 떨고 있는 이들은 대형마트 내 안경점이나 아이스크림 전문점, 네일아트 숍 등을 운영하고 있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B 대형마트에서 안경점을 운영 중인 김모(39) 씨는 “요즘 경기도 안 좋아서 매출이 시원찮은데, 강제 휴업까지 하면 더 어려워질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 문을 닫게 한다는 발상이 1차원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업주부 최모(52) 씨는 “누가 주차도 불편하고, 계산도 번거로운 전통시장에 가겠냐”며 “휴업일이 생겨도 전날 미리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가 편리한 온라인몰을 이용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