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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대그룹 3년간 211개 업체 사들여. 손쉬운 돈벌이 수단 전락 우려
30대 재벌그룹이 최근 3년동안 기업 인수ㆍ합병(M&A)을 통해 계열사로 편입시킨 업체 숫자가 200개를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M&A로 사들인 회사 중에는 기술력과 인지도가 높은 중소 우량기업들이 많았고 일각에서는 본업과 동떨어진 M&A에 대한 경계심이 일고 있다.

24일 재벌닷컴이 총수가 있는 자산 순위 상위 30대 재벌그룹(공기업 제외)의 계열사 변동내역을 조사한 결과,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년간 신규 편입한 계열사 442개 중 47.7%인 211개가 M&A를 통한 것이었다.

연도별로는 2009년 40개, 2010년 77개에 이어 지난해에는 94개로 나타났다. 한 그룹 관계자는 “M&A를 통해 경쟁력을 빠르게 강화할 수 있다. 외부의 다양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 혁신)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고 전했다.

이들 M&A 기업은 대기업이 회사를 통째로 사들였거나 지분 취득을 통해 대주주에 오르면서 경영권을 장악한 경우였다.

대기업 그룹이 새로 편입한 계열사 중 M&A 비중은 CJ(76.9%), LS(76.2%), 현대백화점(75.0%), 신세계(66.7%), GS(61.5%), 롯데(60.0%) 등의 순이었다. 삼성(51.9%), 현대차(56.0%), LG(52.4%), 현대중공업(54.5%), 효성(55.6%) 등도 50%를 넘었다.

M&A 기업이 가장 많은 CJ는 2009년 이후 신규 편입한 39개 계열사 가운데 자체 설립한 회사는 9개사에 불과했고 나머지 30개사는 인수한 회사였다. 미디어 관련 기업을 주로 사들였고 게임개발, 부동산건설, 통신업 등 분야에서도 계열사를 늘렸다.

롯데는 신규 편입한 계열사 35개 중 21개사를 사들였고 GS와 LS도 16개씩 인수했다. 삼성, 현대차, SK는 3년동안 나란히 14개 기업을 M&A로 편입했다.

삼성은 지난해 의료분야에서 명성이 높았던 벤처 1세대기업인 메디슨과 이 회사의 계열사를 인수해 바이오산업 진출의 발판으로 삼았다. 현대자동차는 현대건설을 인수하고 여러 부동산기업을 인수해 건설ㆍ부동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그러나 대기업의 적극적인 M&A 행보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본과 기술을 각각 공급해 서로 윈윈하는 전략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IT나 바이오 분야에서는 순기능을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각 그룹의 M&A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력 사업과 동떨어진 경우도 엿보인다. 특히 부동산 임대, 유통업 등 상대적으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업종에 치우치는 경향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M&A를 손쉬운 돈벌이로 인식하거나 중소기업 사업영역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경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객이 전도되며 대기업의 주역량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경계론도 제기됐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대기업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신규 사업을 개척하기 위해서 M&A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다만 고유 사업과 관련없는 M&A는 문제가 있다. 핵심사업에서 벗어난 기업을 인수하면 자금과 역량, 경영자의 관심이 분산돼 본업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정일 기자/ry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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