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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는 인생이다, 거짓말처럼…
프로야구 정규리그가 끝나고 야구팬들의 시선이 온통 포스트시즌에 쏠려 있다. 한국 프로야구 30년, 관중 600만명 시대를 맞아 한국영화계에도 야구를 소재로 한 작품 제작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주인공을 롯데자이언츠의 투수로 설정한 ‘투혼’이 6일 개봉했다. 물론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작품이고 남녀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부산 사투리가 걸죽한 영화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롯데팬들이라면 더욱 좋아할 만하다.

주인공 윤도훈(김주혁)은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 투수였다. 통산 149승, 3년 연속 MVP를 받은 화려한 전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구위는 떨어지고 안하무인 성격은 더욱 악화됐다. 그 결과는 2군행이다. 게다가 바람을 피운 죄로 집에서도 쫓겨나 아내 오유란(김선아)으로부터 ‘1년간 출입금지’ 조치를 당했다. 그래도 반성의 기색은 없다. 여전히 술 먹고 싸움박질에 입만 열면 제자랑, ‘내가 누구냐, 윤도훈’ 타령이다. 아내도 어린 아들 딸도 안중에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갑자기 쓰러진다. 췌장암 말기란다. 그동안 맘고생만 시킨 게 너무 가슴 아픈 윤도훈은 그동안의 망나니 같은 삶을 반성하고 다정한 남편, 자상한 아빠가 되기로 다짐한다. 조용히 삶을 정리하려던 아내는 마지막 희망을 위해 수술대에 오르기로 결심하고 남편 윤도훈에게 소원을 빈다. 다시 한 번 멋진 투수로 그라운드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이미 몸도 구위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 윤도훈은 불가능에 도전하기로 한다. 윤도훈은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걸려있는 중요한 게임에 선발투수로 나선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코미디 영화로서의 웃음과 가족영화로서의 감동, 야구영화로서의 박진감이 잘 섞여 있는 편이다. 영화 초반에는 2군 코치이자 김주혁의 선배로 등장하는 박철민과의 댓거리가 꽤 큰 웃음을 준다. 조연들의 캐릭터도 균형을 잘 잡고 감초처럼 유머를 빚어낸다. ‘주유소습격사건’을 비롯한 코미디영화에서 보여온 김상진 감독의 장기가 잘 드러났다. 윤도훈과 역시 소년 야구선수인 어린 아들과의 에피소드도 양념처럼 잘 버무려졌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아내와의 사랑을 확인하고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은 신파조로 다소 길게 늘어지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가족영화로서는 무난하게 정서를 이끌어낸다.

김주혁의 투구를 비롯한 야구장면은 이 영화의 미덕 중 하나다. 실제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보는 듯 디테일이 살았고 사실감과 박진감이 느껴진다.

좋은 투수는 어깨에 힘을 빼고 공을 던지듯 김주혁은 강약, 완급을 조절해가며 마지막까지 제 역할을 해냈다. 주로 로맨틱 코미디에서 활달한 이미지를 보여준 김선아는 남편에 대한 애증이 뒤섞인 감정변화를 자연스럽게 인물에 녹여냈다. 전체관람가.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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