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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영, 세계일주를 꿈꾸는 슈퍼히어로 (인터뷰②)
등장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깊고 진실한 눈빛으로 관객들과 소통한다. 그리고 호탕한 웃음은 다른 사람들까지 즐겁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그는 냉혹한 채권추심원으로 돌아온 ‘카운트다운’(감독 허종호)의 정재영이다.

정재영은 9년 만에 전도연과 호흡을 맞춰 단 10일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 태건호로 변신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즐기는 그를 지난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누군가의 페르소나, 다음은 누구?

정재영은 누구의 페르소나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 배우 중 하나다. 그와 호흡을 맞춘 강우석 감독과 장진 감독이 그랬다. 하지만 정작 그는 수식어에 얽매이지 않고 시나리오를 작품 선정의 가장 큰 부분으로 꼽았다.

“꼭 누구와 작품을 해야 한다는 고집은 없습니다. 작품을 할 때는 우선 시나리오가 가장 우선순위죠. 내가 공감을 하고 재미가 있어야 해요. 거기다 다른 작품들보다 조금 더 새롭고, 관객들에게 의외성으로 작용하는 결말이 좋아요. 뻔한 해피엔딩은 싫더라고요. 기존에 없는 작품이 매력적이잖아요. 하나의 장을 연 것 같은 기분, 신선함이 있으니까요”



# 멜로? 나는 감당 못해

정재영은 ‘카운트다운’에서도 가슴 설레는 멜로연기를 펼치지 않는다. 답답하리만큼 말이 없고, 섬뜩할 정도의 차가운 눈빛으로 관객들과 마주한다. 이는 자신을 구원해줄 차하연 역의 전도연을 만나도 변하지 않는다.

“손발이 오그라들어 눈물 흘리는 정통멜로는 감당이 안돼요. 게다가 그런 장르의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지도 않고요. 이번에 전도연씨가 저보고 멜로가 힘든 배우라고, 신비감이 없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아무래도 멜로는 새로운 장르가 드물어요. 저는 ‘아는 여자’를 상당한 멜로라고 생각했는데 관객들의 반응은 또 다르더라고요”



하지만 멜로는 낯간지러워 싫다는 그를 매혹시킨 멜로 영화가 있었다.

“‘첨밀밀’을 굉장히 재미있게 봤어요. 그런 류의 로맨스라면 도전해보고 싶어요. 기존에 있는 멜로와는 다른 장르더라고요. 개봉 한지 십년 뒤에 보긴 했는데 마지막 장면이 아직도 가슴 속에 남아있습니다. 그 주인공이라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 또 배우들의 감정도 궁금하더라고요” 



# 배우 아닌, 또 다른 나

큰 웃음만큼이나 호탕한 정재영은 대화를 나누는 내내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자신에 관한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했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영화 속 태건호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신비’한 배우로 인식한다.

“평소에는 굉장히 밝아요. 지인들과 잘 어울리고 농담도 하고요. 화났을 때는 화도내고, 기분 나쁘면 나쁘다고 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죠. 예전에는 낯을 많이 가렸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나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평소에는 항상 뒤에 있어요. 사적으로 이야기하는 자리는 괜찮은데 차려놓은 곳은 견디질 못하는 것 같아요”

예능 프로그램같이 대놓고 웃겨야 하는 자리는 어색하다는 정재영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것으로 뉴스를 꼽았다. 자연스러움을 좋아하는 그에게 경직된 뉴스는 참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다. 



# ‘무한도전’, 그거 진짜 재미있지 않아요?

배우가 되지 않았더라면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멤버가 됐을 것이라고 말한 정재영. 그는 ‘무한도전’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무한도전’ 정말 재미있어요. 멤버들은 새로운 것에 매번 도전하고, 그 프로그램은 인생의 삶의 체험 현장 같아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한 20년은 족히 할 것 같아요.(웃음) 앞으로도 할 것들이 무궁무진하잖아요. 멤버들에게도 분명 보람이 있을 것이고,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브라운관을 통해서는 좀처럼 모습을 볼 수 없는 그이지만 제작보고회, 시사회 등에서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예능감을 발휘한다. 정재영은 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특별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때문에 이왕이면 더 재미있게 하기위해서 노력한다. 



# 다음에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슈퍼히어로!

데뷔 15년을 맞이하는 베테랑 배우인 정재영은 이제 눈빛만으로 감정전달이 가능하다. 또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했기에 다양한 캐릭터들을 소화해온 것도 사실이다.

“단역 때부터 따지면 정말 많은 역할을 했어요. 그래도 하고 싶은 캐릭터는 슈퍼히어로예요. 어떤 신비한 능력을 가진, 예를 들면 입으로 바람을 불면 사람들이 날아간다든지, 마음을 훔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히어로 말이에요. 연기하기도 굉장히 편할 것 같고요(웃음)”

하지만 그의 진짜 차기작은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영화다. 그는 극중 형사 역을 맡아 실감나는 액션 장면을 소화해낼 예정이다. 형사 역은 처음이라는 그는 다들 처음이냐고 반문한다며 웃었고, 또 모두 내가 ‘살인범’으로 나오는 줄 안다고 억울한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 나의 버킷리스트

삶이 단 10일 밖에 남지 않은 태건호로 분한 정재영의 버킷리스트가 궁금해졌다. 이 질문에 그는 15년 차 배우도, ‘카운트다운’의 태건호도 아닌 한 가정의 가장의 면모를 드러냈다.

“가족들과 가보지 못한 나라를 가보고 싶어요. 꿈이 세계일주인데 지금도 틈틈이 갈 수 있는 곳은 가려고 해요. 쉬는 동안 가족들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추억을 만들죠. 죽을 때까지 다 가볼 수 있을까 싶지만, 그것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영화를 보면서 웬만한 지식은 섭렵했으니, 이제 가기만 하면 됩니다(웃음)”

정재영은 영화 속 캐릭터들의 다양함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연기와 작품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진지했고, 다른 배우들의 칭찬을 아끼지 않는 따듯함도 보였다. 또 가족들 이야기에서는 한 없이 다정했다.

관객들은 뚜렷한 주관을 갖고 성실히 연기하는 배우이며 자신의 작품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이슈팀 김하진기자 / hajin@issu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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