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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영, ‘카운트다운’의 특별함과 깊은 뜻 (인터뷰①)
배우 정재영이 전도연과 9년 만에 호흡을 맞췄다. 허종호 감독의 ‘카운트다운’이다. 그는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극중 인물의 감정변화를 제대로 녹여냈다.

영화 속 인물을 마치 자신인 것처럼 소화해내는 정재영은 대중들 앞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선다. 하지만 그의 그런 ‘도전’은 전혀 낯설지 않고, 위화감도 없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시원한 웃음만큼 솔직한 정재영을 만났다.

# ‘카운트다운’도 ‘태건호’도 모두 특별했다

정재영은 ‘카운트다운’에서 아들의 죽음으로 해리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 그리고 시한부 선고마저 받는 채권추심원 태건호를 연기했다. 극중 간암 선고를 받는 그가 왜 하필 자신이냐고 묻는 것처럼 그가 ‘카운트다운’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새로운 시나리오였어요. 상투적인 드라마 트루기가 아닌, 앞 내용이 궁금한 이야기더라고요. ‘왜 이럴까?’라는 의문이 들고, 마지막이 되기 전까지 계속해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시나리오에 호감을 느꼈죠.”

그는 상투적이지 않은 시나리오에 태건호라는 인물에게도 특별함을 더했다. 


“태건호라는 캐릭터는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무거워요. 자칫하며 지루하게 흐를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빠른 행동으로 풀어가려고 노력했죠. 대사도 가급적이면 하지 않는 방향으로 말이에요. 물론 힘든 점도 있었습니다. 태건호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을 안고 계속 걸어가야 하는 게 어려웠어요. 첫 도전이라 그런 부분이 어떨 때는 실제 나, 정재영과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죠.”

# 이정도 액션은 약한 편이다

이번엔 채권추심원이다. 누군가의 돈을 받아내기 위해 늘 누군가를 쫓아다녀야만 한다. 피도 눈물도 없이 냉혹한 태건호를 위해 정재영은 강한 액션도 불사했다.

“따로 연습하지는 않았어요. 전작들을 통해서 기술적인 액션 장면 촬영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난이도가 약하다고 할 수 있죠. 저보다는 맞는 사람들이 힘들었을 겁니다. 태건호는 전기충격기로 상대를 한방에 제압할 수 있었잖아요.(웃음)”

그의 말대로 태건호는 대부분 전기충격기로 폭력을 행사했지만, 위험천만한 카체이싱으로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이는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한 것으로 알려져 이목을 끌기도 했다.

“평소에는 안전운전 합니다.(웃음) 영화니까 가능한 거겠죠. 그 장면을 위해서 안전장치를 모두 해놓은 상태였어요. 배경이 되는 곳 역시 시장이 쉬는 날, 영화에 맞게 세팅을 다 해놓고 위험한 위치게 계신 분들은 모두 스턴트맨이었죠. 저야 운전을 하면 되는 거였어요. 위험했다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전도연씨가 더 그랬죠.”



# 극중 아들에게는 미안하고, 참 고맙다

정재영이 그려낸 태건호는 5년 전 잃은 아들의 죽음에 대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 아들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였다. 실제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정재영은 극중 아들로 나오는 친구와 호흡을 떠올리며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친구라 촬영할 때는 굉장히 민감했어요.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그 친구의 부모님이 와 계실 때였죠. 자상하게 대해주는 아버지가 아닌 태건호는 매일 같이 아들을 구박하고 괴롭히는데, 그 모습을 부모님 앞에서 보인다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특히 아버지가 촬영장에 오실 때는 긴장이 최고조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관객들에게 태건호라는 인물에게 ‘그럴 수밖에 없는’ 당위성과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아들에게 심하게 하면 할수록 현재의 태건호를 이해하는 것이 더 수월하고, 보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충격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크게 와 닿으니까요. 그래서 실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라 심적으로 부담이 컸지만, 인물을 위해서 견뎌냈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친구라, 매번 새롭게 해줘야 했어요. 찍을 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그렇지 않으면 금방 적응해버려 반응을 하지 않더라고요. 촬영 외적인 시간에도 ‘나쁜 태건호’로 있어야 해서 힘들었어요.”

그는 그 친구에게 연기를 위해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제 역할을 잘 소화해줘 대견하다는 말을 계속했다. 



“작품 속 대사나, 웅변을 하는 장면을 위해 굉장히 노력했을 거예요. 깜짝 놀랄 만큼 정말 잘했어요. 저렇게 생생하게 표현될 줄 몰랐는데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에게도 감사해요. 전문연기자가 아니고, 아버지에게 구박을 받아야하는 힘든 연기를 해야 하는데도 아마 영화의 깊은 뜻을 알고 계셔서 선택해주신 것이 아닐까 싶어요.”

영화를 위해서 따뜻한 마음을 숨겨야 했고, 위험한 장면도 소화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찡그린 표정 없이 당시를 떠올리며 늘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의 작품에 대한 이러한 열정이 극 속에 고스란히 담겨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정재영은 호탕한 웃음처럼 그렇게 늘 관객들과 호흡하는 배우로 남을 것이다.

이슈팀 김하진기자 / hajin@issu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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