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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화 위기마다 출렁…변동성 세계 4위
달러화 대비 변동성 0.93%

무역의존·개방 높아 취약

남아공 ‘란드’ 1.60%로 1위


기업 수익 불확실성 고조

수출·투자 동반위축 초래

제도 개편 근본대책 필요

환율의 급변동은 한국 금융시장의 고질병이다. 대내외 악재가 터질 때마다 원화 환율은 다른 나라 통화보다 훨씬 큰 폭으로 출렁거렸다. 이 같은 ‘원화의 트라우마’는 이달에도 어김없이 반복돼 원화 환율의 변동성이 세계 주요국 통화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주요국(G20) 통화의 움직임을 비교해보니 유로존 재정위기 확산과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극에 달한 한 달여 동안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변동성은 0.93%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컸다.

‘환율 변동성’은 해당 기간 각국 환율의 전일 대비 변동률을 평균한 수치다. 환율 변동성이 0.4% 이상이면 경제주체가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하기 어려워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환율 변동성이 원화보다 높은 통화는 1.60%의 변동률을 기록한 남아공 란드, 1.44%의 브라질 헤알, 1.08%의 멕시코 페소 뿐이었다.

국가채무 문제로 붕괴 위기에 몰린 유로화의 변동폭은 0.64%로 9위였고, 영국 파운드는 0.50%로 13위 수준이었다.

주요 아시아 국가의 환율 변동성은 원화보다 훨씬 적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0.70%)가 8위로 비교적 높았지만 싱가포르 달러(0.58%ㆍ12위), 말레이시아 링기트(0.48%ㆍ14위), 필리핀 페소(0.40%ㆍ15위), 태국 바트(0.34%ㆍ16위)는 모두 10위권 밖이었다.

환율이 과도하게 움직이면 기업의 수익과 비용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다. 그 결과 수출과 투자는 줄어든다. 특히 환율 상승기에는 수익가격을 상품가격에 전가하는 비율이 높아져 물가불안을 더욱 부추긴다. 한은은 환율 변동성이 1%포인트 증가하면 수출금액은 7.1%포인트 줄어들고, 수입물가는 2.7%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26일 기획재정부는 ‘한국 금융ㆍ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유독 크다’는 시장의 우려에 대해 “무역의존도 및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아 대외 불안 요인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전제하고 “8월 5일부터 9월 23일까지 보면 브라질ㆍ인도ㆍ러시아 등 브릭스(BRICs) 국가의 달러화 대비 환율 절하폭은 우리보다 크고, 주요 아시아 국가는 우리와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환율의 급변동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게 중론이다.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전신) 차관을 지낸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원화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희생자였다”며 “이런 잘못된 흐름을 차단하려면 환율제도 개편, 외환 거래구조 선진화 등 혁명적 사고가 필요한데 단기위험을 두려워해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1.8원 급등한 1183.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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