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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출과 물가사이‘환율딜레마’…“달러곳간은 지켜라”
“환율 하룻새 30원 급등

그냥 놔두는 건 직무유기”

정부 시장개입 논리 강조



환율 금융위기 수준 진입

달러 무작정 내다팔았다간

3년전 정책실기 되풀이



한두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 토끼다. 그걸 다 잡자니 길을 잃을 지경이다. 정부가 처한 상황이 꼭 그렇다. 정부는 ‘수출, 물가, 금융 시장 안정’이라는 세 가지 정책과제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환율의 방향성에 따라 이 세 가지 거시ㆍ금융 정책이 충돌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 둔화로 급감하기 시작한 수출을 고려하면 최근 외환 시장의 흐름처럼 원화 가격이 떨어지는 게 좋지만, 물가를 생각하면 원화 가격 하락에 따른 구매력 저하가 반가울 리 없다.

그렇다고 환율 방어를 위해 섣불리 ‘달러 곳간(외환 보유액)’을 열었다간 3년 전 리먼 사태 때 겪은 실탄 부족 사태가 올 게 불 보듯 뻔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정부는 지금 ‘진퇴양난’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으로 인해 환율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수출엔 좋지만 물가엔 나쁜 환율로 인해 정책 펴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롤러코스트 환율, 감당하기 벅차다=지난 7월 말까지만 해도 전년보다 12% 이상 하락(원화 강세)했던 환율은 8월 들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가 재확산되면서 한 달 반 만에 9.3% 이상 상승(원화 약세)했다.

아시아 통화가 동반 약세라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이 3%대임을 감안하면 원화 가치 하락세는 분명 비정상적인 수준이다.

지난달부터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급전직하한 상황에서 원화 가치 하락은 IT, 자동차 등 수출 주력 품목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물가에는 치명적이다. 수입업체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상반기 우리나라 수입물가 상승률이 21%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며 “최근 원자재 가격은 안정적이지만 환율이 올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 이종구 의원(한나라당)은 “물가를 잡는 데 박 장관의 의지가 약하다”면서 “그동안 원화 가격 하락으로 수출기업인 대기업들이 향유했던 이익을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해서라도 원화 가격을 강세로 돌려놓으라고 주문했다.

심지어 이 의원은 “정부는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말을 듣기 싫겠지만 악역을 맡아야 한다. 나도 예전에 다 해봤다”면서 “환율이 하루 새 30원까지 오르도록 놔두는 것은 (장관의) 직무유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압박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정부는 지난 20일 외환 시장이 개장하기 전부터 시장에 강한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최종구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이날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급등이 과도하다”면서 “조정 계기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며 시장을 압박했다.

결국 지난 20일 원화 가격은 달러당 1144원으로 시작해 장중 1156.35원까지 갔다가 장 막판 달러 매도가 몰리면서 전날보다 11.4원 떨어진 선에서 장을 마칠 수 있었다.

▶금융위기 영향권 진입?… “그래도 달러 팔아선 안 된다”=최근 원화 가격 하락세에 대해 시장에서는 금융위기의 영향권에 진입한 수준까지 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은 21일 원/달러 환율(20일 기준 1148.4원)이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1160원)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그리스의 구제금융 신청 당시인 2010년 4월 1104원과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요청한 그 해 11월 1142.3원 수준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시장에 달러를 매도해 정작 위기가 닥쳤을 때 ‘달러 실탄’이 부족한 외환 정책의 실패 사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외환 보유액(8월 말 기준)이 3122억달러로 세계 7위를 유지 중이고, 총 외채 중 단기 외채 비중이 2008년 9월 금융위기 당시 52%에서 현재 38%대로 떨어져 외채 건전성이 양호해졌지만 달러가 소진되는 건 한순간이라는 것이다.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물가 부담을 다시 받더라도 달러 곳간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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