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경북서부해바라기센터 부소장 경위 오혜진)
'해바라기'하면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대부분 '지고지순한 사랑', '순정'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내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조금 다르다. 어릴 적 내 눈에 여름 태양을 향해 위풍당당하게 서있던 해바라기 꽃밭은 마치 견고한 성처럼 느껴졌고 친구와 싸우면 그 속에 숨어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어른이 되어서 알게 된 약간의 식물학적인 지식(해바라기는 꽃잎처럼 보이는 것이 하나의 꽃으로 그 안에 암술, 수술, 씨방이 모두 있다.)은 나에게 강인하고 든든한 해바라기의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강렬했던 해바라기의 이미지와 누군가의 견고한 안식처가 되고 싶다는 바람 덕분이었는지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해바라기센터에 근무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경북서부해바라기센터(김천)는 여성가족부, 경북도, 경북지방경찰청, 김천제일병원 4자 협업을 통해 운영되는 곳으로, '기다림'이란 그 꽃말처럼 365일 24시간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자들을 위해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다. 다음을 기약하기 위한 모든 조건을 하나의 꽃 안에 갖춘 해바라기처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군데 모여 원스톱으로 피해자 조사, 심리치료, 법률지원 등 입체적이고도 신속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해바라기센터는 전국에 37개소가 있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한 걸까? 센터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지 못하고 무너지는 피해자들을 종종 본 나로서는 센터 밖의 무언가가 절실했다. 사회가 가지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선입견과 무관심을 개선하고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가 보호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센터 밖의 '우리들' 말이다. 센터 밖의 '우리들'은 회사원일 수도, 아이를 둔 엄마일 수도, 학생일 수도, 바로 당신일 수도 있다.
그래서 센터에서는 선뜻 용기내지 못하는 수많은 '우리들'의 힘을 빌려보고자 지난 6월부터 슬로건 및 UCC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피해자를 지원함에 있어서 차별을 두지 않는 만큼 공모대상에는 지역이나 남녀노소구분이 없고 공모전에 참여함으로써 피해자를 돕는 일에 동참하게 된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주제에 대해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공모전 관련사항은 054-439-9600 또는 www.sbonestop.or.kr에서 확인가능하다.
탈무드에는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은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주변에 작은 관심을 더할 때 짙은 그늘에 있던 피해자를 다시 햇살 속으로 끌어낼 수 있고 그 관심은 한 명의 피해자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혼자 고민하고 있을 피해자에게 여기 당신을 믿고 지지하는 이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가장 든든한 지지자는 바로 당신이기에 다시 꽃피우고 봄을 부르는 당신의 용기 또한 필요하다고 덧붙여 당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