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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한국 자생식물 이야기〈2〉 분홍바늘꽃(Epilobium angustifolium L.)
숲속의 꽃불잔치, 분홍바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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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림생태복원실)


분홍바늘꽃(Epilobium angustifolium L.)으로 흔히 잘못 알고있는 꽃이 있다. 북미 원산 가우라’(Gaura lindheimeri) 꽃 모양이 나비를 닮고 수술이 바늘을 닮았다고 해서 나비바늘꽃이라 불린다.

꽃이 흰색이나 분홍색으로 피는데, 분홍색으로 피는 바늘꽃이라는 뜻에서 가우라를 분홍바늘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흔하다.

가우라, 분홍바늘꽃 모두 꽃잎과 꽃받침이 4장씩 달린다. 가우라의 경우 꽃이 만개하면 꽃받침이 뒤로 젖혀지면서 뒤켠으로 물러나는 대신, 네 갈래로 갈라지는 암술 머리가 노란색으로 곤충을 불러들이는 데 힘을 보탠다.

분홍바늘꽃의 경우 암술 머리가 흰색이지만, 분홍색 꽃잎에 더해서 붉은색 꽃받침이 곤충을 유혹하는 데 일조한다. 늘 그렇듯 꽃이 수분을 위해 곤충을 불러들이는 전략은 최소한의 에너지 소모로 곤충 눈에 띄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꽃, 꽃받침, 수술, 암술 등 모든 부위를 화려한 색상으로 치장할 필요는 없다. 수정이 되는 순간 색깔을 발현시키는 데 들어가는 물자(색소) 공급을 끊어버리니 수정 후 꽃색이 변하는게 당연하다.

분홍바늘꽃은 중국, 몽골, 러시아, 일본, 한국(인제군, 평창군, 태백시, 삼척시) 등에 분포하는 여러해살이 고산성 식물이다.

서늘한 기후를 선호하는 북방계 식물로서 국내에선 태백, 삼척 지역이 남방한계선이다. 국내 자생지가 4~5곳인 희귀종 분홍바늘꽃 남방한계선은 기후변화가 가속화될 경우 점차 북상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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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바늘(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높이 1~2정도로 높게 자라며, 꽃은 6~8월경 분홍색으로 피며 원줄기 끝에 총상화서로 달린다. 국내 자생 바늘꽃속 식물(10여종) 중에서 분홍바늘곷 꽃차례가 가장 크고 화려하다. 숲속에서 분홍색 꽃차례를 줄줄이 올린 분홍바늘꽃 대군락을 만난다면 우와소리가 절로 난다.

이 보다 황홀한 숲속의 분홍색 꽃불잔치는 없을 것 같다. 열매는 바늘 모양 삭과로 달리고, 7~9월에 성숙한다. 열매 하나에 털이 달린 미세종자 100~200개가 들어찬다. 꽃차례에 100개 정도 열매가 달리니, 한 포기에 종자 2만립을 받는 것도 가능하겠다.

열매가 익으면서 꼬투리 끝이 갈라지면서 털 달린 미세종자가 바람을 타고 멀리 전파된다.

재배특성 및 번식방법

서늘하고 습윤한 기후를 선호하는 북방계 식물 분홍바늘꽃은 추위에는 강하나, 여름철 고온다습이나 봄철 건조에 약하다.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도 잘 들고 습한 환경이 좋다. 토양은 보습성과 배수성이 양호한 사질양토(마사와 황토가 섞인 흙)가 좋다. 자생지 환경을 살펴보면, 완만한 경사지에 축축한 토양이지만 배수에도 유리한 조건을 갗추고 있다.

파종 후 발아초기에 세균성 입고병(마름병 또는 모잘록병)이 발생하기 쉬운데, 살균제를 뿌려준다. 개화를 앞둔 꽃차례에 진딧물이 잘 꼬이며, 환기 불량시 잎 뒷면에 흰가루이가 잘 붙는다.

주기적인 살충체 살포를 통해 진딧물, 흰가루이에 대한 효과적인 방제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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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홍바늘꽃 열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번식은 종자, 포기나누기, 뿌리삽목 모두 가능하다. 지하부 뿌리뻗음이 좋아서 뿌리를 통한 대규모 군락 조성이 용이한데, 봄이나 가을에 땅속을 기는 굵은 뿌리를 2~3마디로 잘라서 뿌리삽목 하면 좋다.

종자로 번식할 경우, 7~9월경 성숙한 열매를 따서 종자망(또는 세탁망, 양파망)에 담아 바람이 잘 통하는 반그늘에서 2~3일간 말린다.

열매를 건조하는 동안 후숙이 진행되며, 열매 봉합선이 벌어지면서 털이 달린 미립종자가 드러난다. 말린 열매를 망에 담은 채로 비벼주면 꼬투리, 털과 종자가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이 때 망사주머니의 눈(그물코) 크기를 1.5정도로 하면 미립종자만 빠져나온다. 분리된 종자는 늦가을에 바로 직파하거나, 봉투에 담아 냉장(1~4) 보관했다가 이듬해 봄 3~4월경에 파종하면 발아가 잘된다.

원예·조경용

뿌리뻗음을 통한 대규모 경관 조성이 용이하고 꽃차례가 크고 화려해서, 고랭지에서 호수, 공원등 환기가 양호한 수변환경에서 군락을 조성하면 좋다.

수분 유입이 원활한 절개지 사면에 식재하면 짧은 기간에 넓은 면적을 녹화해서 흙무너져내림을 방지할 수 있다.

화분에 재배할 경우, 키가 높이 자라므로 5월경 줄기 끝부분을 적심(생장중인 식물의 줄기 또는 가지의 선단 생장점을 잘라주어 가지 수를 늘려서 꽃, 열매가 풍성하게 달리도록 함)하면 풍성한 꽃을 기대할 수 있다.

·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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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바늘꽃 자생지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전초(全草)를 말린 것을 홍쾌자(紅?子)라 하며, 젖이 나오지 않을 때나 소화불량으로 인한 복부 팽만에 사용한다.

뿌리를 나우(懶芋)라 하며, 염증을 줄이고 통증을 가라앉히는 데 효능이 있다고 한다. 북미 원주민들은 이른 봄에 어린 싹을 채집해서 식용했다고 하며, 비타민 C와 프로비타민 A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기능성 성분으로는 우르솔산(ursolic acid), 올레아놀산(oleanolic acid), 노나코잔(nonacosane)이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바늘꽃, 분홍바늘꽃 추출물이 피부 보습용 화장품 개발 재료로서 활용가치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바늘꽃류 추출물은 수분 보유능이 증가하여 피부 보습 효능이 우수하고, 거친 피부결의 개선, 매끈한 피부 유지, 당김 현상 개선 등의 효과를 가진다고 한다. 국내 자생 분홍바늘꽃의 효능을 활용한 산업화 연구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현재,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는 분홍바늘꽃 대규모 경관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수년 이내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전시원에서 펼쳐질 분홍바늘꽃 꽃불잔치가 기대된다.

이동준(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림생태복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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