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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협 “1~5월 무역적자 소폭 확대…반도체·석유제품 수출↓”
반도체 비중 높은 베트남·대만 수출 두 자릿수 감소
미국·프랑스·독일 등 자동차·의약품·에너지 수출 견인
대만·베트남 등 반도체·무선통신기기 수출 감소세 주도
정만기 부회장 “노동유연성 확보하고, R&D 세액공제 늘려야”
정만기(오른쪽) 한국무역협회 부회장과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이 30일 삼성동 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무역현안 관련 제4차 언론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재근 기자]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중국과 베트남, 대만 등으로의 반도체·무선통신기기 등 중간재 수출 부진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월간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5월 들어 다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 에너지·의약품·자동차가 수출 성장세를 견인했지만, 반도체 수요가 높은 중국과 베트남, 홍콩, 대만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대 감소율을 보이면서 수출 감소세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는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센터에서 ‘무역현안 관련 제4차 언론 간담회’를 열고 수출입 동향을 발표했다. 무협에 따르면 5월 20일까지 수출은 13.5%, 수입은 6.6%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295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5월까지 반도체·석유제품, 중국(-28.5%)·베트남(-28.2%) 수출이 가장 부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4월까지 12개 주요수출국 가운데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대만(-17.7%), 한국(-13.1%), 베트남(-13.0%) 수출이 두 자릿수대 감소율을 보인 반면, 미국(1~3월, 6.6%), 이탈리아·프랑스·독일(1~2월, 3.7%~7.0%) 등 유럽 선진국은 수출증가세를 유지했다.

가공단계별로 살펴보면, 4월까지 반도체 수요가 높은 중국(-28.5%), 베트남(-28.2%), 홍콩(-43.8%), 대만(-38.5%)을 중심으로 중간재 수출이 크게 줄었고, 소비재 수출은 환율 상승과 자동차 수출 호조에 힘입어 미국(39.9%), 캐나다(39.3%), 독일(76.3%)을 중심으로 25.9% 늘었다.

무협은 수출 부진의 구조적인 요인으로 크게 ‘수출산업기반·수출경쟁력 약화’를 꼽았다. 무협에 따르면 기업 투자를 가로막은 규제 확대로 지난 2017년 이후 5년 동안 반도체 외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는 68조3000억원에서 2020년 46조3000억원까지 급감했다. 2021년 60조5000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2017년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아울러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제조업 해외투자는 외국인 투자유입의 약 2배였지만, 2018년 2.3배, 2019년 3.8배, 2020년 5.9배, 2021년 6.2배로 확대됐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무협은 수출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실근로시간의 급격한 감소’를 지목했다. 우리나라 주당 실근로시간은 2017년 42.5시간에서 지난해 37.9시간으로 5년 만에 4.6시간(-10.8%)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은 실근로시간이 0.5%, 독일은 3.7%씩 줄었다. 주당 4.6시간 감소는 1일 8시간 근무기준 연간 30일가량 줄어드는 셈이다.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최근 대만 경제부차관과 면담을 했는데 당시 부총리가 ‘2015년 대만의 실근로시간은 주당 43시간으로 한국보다 높았는데 2021년 기준 한국이 38.7시간으로 대만(40시간)보다 줄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크게 놀라워했다”며 “한국의 근로시간 감소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전례 없이 빠르다”고 말했다.

근로시간은 가파른 속도로 줄어드는 반면, 임금 수준은 경쟁국 대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한국의 USD 기준 실질최저시급은 8.76달러로 2017년 6.82달러 대비 2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7.1%, 영국은 10.7%씩 늘었고, 미국과 프랑스는 오히려 9.5%, 0.2%씩 줄었다.

정 부회장은 “실근로시간 단축과 임금상승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등에 긍정적인 요인임에는 틀림없다”며 “다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노동생산성 증가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유연성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이 같은 구조가 형성되지 않고 있어 수출경쟁력이 약화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무협은 수출부진 타개를 위한 과제로 ‘노동유연성 제고와 임금 안정’, ‘고금리 금융애로 해소와 조세부담 완화’, ‘외국인 인력공급 확대’ 등을 제시했다. 특히, 무협은 중장기 핵심 대응 방안으로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글로벌 주요 경쟁국들과 동등한 규제 환경을 구축하고, R&D 생산성 제고를 위한 세제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협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실질평균세율은 24.04%로 주요국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비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실질평균세율과 차이도 1.14%p로 미미하다.

정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연구개발 지원이 ‘세액공제’가 아닌 ‘현금지원’에 쏠려 있다”며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 투자자의 시선으로 ‘한국은 세금을 많이 걷는 나라’라는 인식이 늘고 있는 것 역시 이 같은 구조 때문”이라며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에 대한 세제지원을 늘리고, 과제기획과 선정, 평가, 현금지원 전과정의 행정관료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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