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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자’로 새겨진 윤정희, 파리하늘에 별이 되다
유족·지인 등 60여명 장례미사
납골당 명패에 본명으로 기록
딸 진희씨 “하늘에서 평안히”
백건우 “천사가 천국으로 안내”
윤정희의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77·오른쪽)가 고인을 프랑스 파리 외곽 뱅센의 묘지에 안치한 뒤 딸 진희(46) 씨와 함께 걸어 나오고 있다.[연합]

영화배우 고(故) 윤정희가 반평생을 살아온 프랑스 파리 인근 뱅센에서 영면에 들었다.

고인의 배우자인 피아니스트 백건우(77)와 하나뿐인 딸 진희(46) 씨 등 유족은 30일(현지시간) 오전 뱅센 노트르담 성당에서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딸 진희 씨는 가족과 지인 등 60여명이 참석한 이날 장례 미사에서 연단에 올라 흘러내리는 눈물을 삼키며 프랑스어로 추도사를 낭독했다.

진희 씨는 ‘엄마(Oma)를 위한 기도’라는 제목의 추도사에서 “나의 엄마는 빛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도 전에 반짝이는 빛 중 하나였다”며 “나의 어머니는 나의 정신적인 구세주였다. 손을 놓아주겠으니 하늘에서 평안히 지내달라”고 애도했다. 프랑스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하는 진희 씨는 2019년부터 파리 외곽 자택 근처에 거처를 마련해 알츠하이머로 투병하는 고인을 돌봐왔다.

남편 백건우는 눈물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화장터로 향하는 운구차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이날 장례 미사에서 사용한 진혼곡(가브리엘 포레의 레퀴엠 작품 48에 수록된 ‘낙원에서’)을 직접 고른 백건우는 연합뉴스에 “이 곡엔 천사가 이 사람을 천국으로 안내한다는 뜻이 담겼다”며 “(죽음이) 무겁고, 시커멓고, 슬프기만 한 게 아니라 오히려 희망 있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삶을 받아들이듯,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참 중요하다. 그걸(죽음을) 어떻게 아름답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백건우는 고인을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 문화행사에서 우연히 만났고, 고인이 2년 뒤 프랑스로 영화를 공부하러 유학 왔을 때 파리에서 다시 만나 사랑에 빠졌다.

영화배우 고(故) 윤정희 [연합]

윤정희는 하늘로 가는 마지막 길에 많은 한국인이 아는 예명이 아닌 본명(손미자)으로 불렸다. 납골당에 붙은 금빛 명패에도 ‘윤정희’가 아니라 ‘미자 백, 구성(舊姓·결혼 전 옛 성)은 손’이라고 프랑스어로 적혔다.

장례식에는 유족과 친지 이외에 고인의 마지막 출연작이 된 영화 ‘시(詩)’를 연출한 이창동 감독과 최재철 주프랑스 한국 대사, 이일열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 등이 참석했다.

1960∼1970년대 한국 영화를 화려하게 수놓은 1세대 여배우였던 고인은 10여 년간 알츠하이머로 투병하다 지난 19일 파리 외곽의 한 병원에서 79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연 윤정희는 ‘장군의 수염’(1968), ‘신궁’(1979), ‘위기의 여자’(1987) 등 280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1960∼70년대 대종상·청룡영화상·백상예술대상에서 연기상, 인기 여우상 등을 20여 차례나 받았다. ‘만무방’(1994)을 끝으로 스크린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그는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로 복귀했으나 이 작품은 배우로서 마지막 영화가 됐다.

조범자 기자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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