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고(故) 윤정희의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77·오른쪽)가 고인을 프랑스 파리 외곽 뱅센의 묘지에 안치한 뒤 딸 진희(46) 씨와 함께 걸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1960∼1970년대 한국 영화계를 이끈 ‘은막의 여왕’ 고(故) 윤정희(본명 손미자)가 30일(현지시간) 반평생을 살아 온 프랑스 파리 인근 뱅센에서 영면에 들었다.

이날 프랑스 파리 외곽 뱅센의 노트르담 성당에선 고인의 배우자인 피아니스트 백건우(77), 딸 진희(46)씨, 진희 씨의 아들 등 유족을 비롯해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장례 미사가 열렸다.

고인은 10여 년간 알츠하이머를 앓다 지난 19일 파리 외곽 한 병원에서 79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영화배우 고(故) 윤정희(본명 손미자)가 30일(현지시간) 반평생을 살아온 프랑스 파리 인근 뱅센에서 영면에 들었다. 고인의 배우자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하나뿐인 딸 진희(46) 씨, 진희 씨의 아들 등 유족은 이날 오전 뱅센 노트르담 성당에서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사진은 고인이 안치된 납골당 모습. 연합뉴스

성당은 ‘미자 백의 장례 미사’라고 안내했다. 고인의 본명은 ‘손미자’이고, 1976년 결혼과 함께 남편 성을 따라 ‘미자 백’이 됐다.

고인의 하나뿐인 딸 진희 씨는 추도사를 낭독하기 전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친구 2명에 이어 추도사를 한 딸은 ‘엄마(Oma)를 위한 기도’란 제목의 추도사에서 유창한 프랑스어로 “나의 엄마는 빛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도 전에 반짝이는 빛 중 하나였다”고 추모했다. 이어 “어머니는 항상 (피아니스트인)아버지의 손가락이 흐르는 물과 같다고 끊임없이 말해왔다”며 “음악은 어머니의 영혼과도 같았다”고 했다. 그는 “나의 어머니는 나의 정신적인 구세주였다”며 “손을 놓아주겠으니 하늘에서 평안히 지내달라”고 했다.

프랑스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하는 진희씨는 2019년부터 알츠하이머로 투병하는 고인을 돌봤다. 백건우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선곡했다고 한다.

피아니스트 백건우(77)가 30일(현지시간) 아내 고(故) 윤정희가 안치된 묘지 앞에서 가족, 지인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혼곡으로 가브리엘 포레의 레퀴엠 작품 48에 수록된 일곱 번째 곡 ‘낙원에서’(in Paradisum)가 울려퍼졌다.

장례미사는 조문객들이 한명씩 앞으로 나와 고인이 안치된 목관에 나와 성수를 뿌리며 작별 인사를 하는 것으로 90분 간의 전례를 마쳤다.

미사가 끝난 뒤 고인의 유해는 화장터로 옮겨졌다. 화장을 마친 유골은 납골당에 안치됐다. 납골당 명패에는 ‘미자 백, 구성(舊姓·결혼 전 옛 성)은 손, 1944~2023’이라고 프랑스어로 적혔다.

고 윤정희의 젊은 시절 모습.

장례식에는 성년후견인 소송으로 갈등을 겪었던 고인의 막냇동생 손미현씨도 참석했지만, 백건우와 진희씨와 대화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현씨는 언니의 별세 소식을 뉴스를 통해 알고 장례식 장소와 시간도 알아서 찾아왔다고 한다.

유족과 지인 외에 고인의 마지막 출연작이 된 영화 ‘시(詩)’를 연출한 이창동 감독과 최재철 주프랑스 한국 대사, 이일열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