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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 리포트] 이건 ‘논’이 아닙니다 [지구, 뭐래?]
베트남 호찌민 시내에서 약 5시간을 달려 도착한 짜빈성 외곽지역. 과거 이 지역은 맹그로브숲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지만 수십년에 걸쳐 새우양식업자들에 의해 개간됐다. 짜빈성이 포함된 메콩강 하류지역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위협받고 있는 맹그로브 생태계로 꼽힌다. [안경찬·이건욱PD, 시너지영상팀]
“이건 논이 아니에요”

[헤럴드경제(베트남 짜빈)=김상수·최준선 기자] “이 지역의 구글 위성지도를 보고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아무래도 베트남이라 그런지 논농사를 정말 많이 짓는다고…. 하지만 이건 논이 아니에요. 맹그로브숲을 파괴하고 만든 새우양식장이죠.”(김항석 맹그러브 대표)

베트남 호찌민 시내에서 약 5시간을 달려 도착한 짜빈성 외곽지역. 이곳은 티베트고원부터 인도차이나반도를 가로지르는 4000여㎞ 길이 메콩강 하류에 자리한 곳이다. 메콩강 삼각주는 생물 다양성으로 따지면 아마존 바로 다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처음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강 옆이라는 점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저 울창한 숲만 보여서다. 숲 사이에 난 길을 따라 100여m 걸어나가자 비로소 강이 보였다. 강과 맞닿은, 질척한 땅에 자리 잡은 울창한 숲으로 강이 가려져 있던 것이다.

짜빈성 외곽지역은 티베트고원부터 인도차이나반도를 가로지르는 4000여㎞ 길이 메콩강 하류에 자리한 곳으로, 맹그로브숲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안경찬·이건욱PD, 시너지영상팀]

“지금 지나온 숲이 바로 맹그로브숲입니다”

맹그로브란 열대 및 아열대지역의 기수역, 즉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 바닷물과 서로 섞이는 곳에서 자라는 70여종 나무를 통칭하는 말이다. 통상 바닷물은 식물 성장에 치명적이지만 맹그로브는 오히려 염수에서 양분을 얻는다.

맹그로브숲의 냄새는 흡사 강화도 갯벌이나 순천만의 냄새와 비슷했다. 실제 게와 짱뚱어도 관찰할 수 있었다. 맹그로브나무의 뿌리는 어류나 갑각류 등 다양한 해양생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한다. 갈대 대신 울창한 숲 사이에서 관찰되는 짱뚱어 모습은 맹그로브의 생태적 가치를 가늠하게 했다.

하지만 감탄은 이내 탄식으로 바뀌었다. 취재팀이 드론 카메라를 띄워 하늘에서 주변 지역을 조망하자 네모 반듯한 모양으로 숲이 깎여나간 모습이 포착됐다. 흡사 테트리스 게임에서 네모 블록으로 빈 화면을 채워나가는 것 같았다. 인간의 손길이 아닐 리 없는 이것은 바로 새우양식장이다.

[안경찬·이건욱PD, 시너지영상팀]

새우양식장은 맹그로브숲을 파괴하는 주범이다. 새우를 양식하려면 바닷물을 끌어와야 한다. 여기에 새우가 먹고 자랄 영양분까지 있으면 금상첨화다. 바닷가에 형성되고, 동시에 각종 생물의 서식처이기도 한 맹그로브숲을 새우양식업자들이 가만두지 않았던 이유다.

이렇게 조성된 새우양식장의 수명은 3~4년에 그친다. 새우의 배설물이나 사료 찌꺼기, 세균 등에 의해 결국 새우를 키울 수 없는 환경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이에 업자들은 바로 옆 다른 숲을 벌채해 새로운 양식장을 짓는다. 실제, 운영이 중단돼 바닥을 드러낸 양식장은 잡초마저 자라지 않는 검녹색 황무지로 바뀌어 있었다.

[안경찬·이건욱PD, 시너지영상팀]

짜빈성 일대에서 맹그로브 식재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계 사회적 기업 ‘맹그러브(manglub)’의 김항석 대표는 “새우양식은 열대우림에 불을 지르는 화전농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맹그로브는 세계에서 가장 위협받는 생태계로 꼽힌다. 40년 전만 해도 전 세계 맹그로브숲 규모는 남한 면적의 2배에 육박하는 약 1900만~2000만ha(헥타르)에 달했다. 하지만 1980년 전후 동남아, 남미 지역에서 새우양식산업이 성장하면서 현재까지 숲의 40% 가까이가 파괴됐다. 맹그로브숲이 파괴되는 속도는 전 세계 산림 벌채 속도보다 3~5배 빠르다는 분석이다.

맹그로브가 중요한 이유

맹그로브숲의 가치는 비단 다양한 생물에게 서식지를 제공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맹그로브숲은 일반 열대우림보다 최대 4배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 일반 산림보다 수 배 깊고 습한 토양을 통해 죽은 잎이나 가지 등 유기물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오리건대학 연구진은 동남아산 양식새우 100g이 내뿜는 ‘탄소발자국’이 198㎏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2012년 내놨다. 아마존 숲을 벌목해 조성한 농장에서 소를 키워 얻어낸 소고기의 탄소발자국보다 10배 많은 양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맹그로브숲 1ha는 연간 1472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이는 약 900대 이상의 자동차가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과 비슷하다. 반면 같은 규모의 맹그로브숲이 파괴된 자리에서 생산되는 새우는 단 0.5t에 불과하다.

[디자인=이보름(디브스튜디오)]

숲을 파괴하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다시 복원하는 데엔 수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든다. ‘맹그러브’에 따르면, 베트남의 경우 1ha 면적에 약 2500그루 맹그로브 나무를 심는 데에 한국 돈으로 약 1000만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복원할 토지를 확보하고 자금을 지원할 투자자를 찾는 것도 문제지만 탄소흡수원으로 역할을 할 때까지 5년여를 무사히 키워내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김 대표는 “묘목의 생존 확률을 높이려면 나무가 심어질 곳과 유사한 환경을 갖춘 별도 양묘장에서 1년간 길러 옮겨 심어야 한다”며 “결국 강변, 해변에서 어린나무를 키워야 하는데 이미 곳곳이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돼 생장이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짜빈성 일대에서 맹그로브 식재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계 사회적 기업 ‘맹그러브(mangluv)’의 양묘장. 묘목의 생존 확률을 높이려면 나무가 심어질 곳과 유사한 환경을 갖춘 별도 양묘장에서 1년간 길러 옮겨 심어야 하는데 이미 곳곳이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돼 생장이 원활하지 않다. [안경찬·이건욱PD, 시너지영상팀]

실제 김 대표가 안내한 양묘장은 맹그로브숲을 사이에 두고 강물로부터 수십m 떨어져 있었는데 그럼에도 조수간만의 차로 물이 차오를 때마다 밀려온 각종 쓰레기로 뒤덮여 있었다.

맹그로브숲이 사라진 사이, 생물 다양성이 약화하면서 생태계가 교란됐던 것 역시 맹그로브숲을 복원하는 장애물 중 하나다. 상위 포식자가 없어진 환경에서 무분별하게 개체 수가 늘어난 따개비가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숲이 파괴되면서 따개비의 천적도 사라졌다”며 “어린나무를 따개비로부터 보호하려고 설탕을 집어넣은 봉투를 나무에 매달거나 울타리를 설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임시방편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우리와는 무관한 일일까?

전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맹그로브 생태계를 주목하고 있지만 맹그로브를 위협하는 새우양식산업은 여전히 고공 성장 중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간한 ‘2022 세계 수산·양식 동향(SOFI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 세계 양식산업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은 어종은 흰다리새우(whiteleg shrimp)로 확인됐다. 약 581t이 생산돼 전체 양식산업(해조류 제외) 생산량의 6.6%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건 증가 속도다. 흰다리새우 생산량은 2015년 380만3600t에서 5년 만에 52.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양식산업 생산량이 20.0%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2.5배 빠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새우는 주로 북미, 유럽, 일본 등 고소득 시장 소비자들에 의해 소비됐다. 하지만 중국 등 아시아 신흥 경제국의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새우 소비자들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전 세계 새우 생산국들이 주목하는 ‘큰손’이다. FAO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021년에만 약 8억5142만달러(약 1조 2200억원)어치 새우를 수입했다. 전 세계 국가 중 6위 규모다. 미국이 81억4857만달러를 수입해 그 규모가 가장 컸고, 이어 중국(41억2736만달러), 일본(21억4358만달러), 스페인(12억8515만달러), 프랑스(8억9292만달러), 한국 순이다. 인구 1인당 새우 수입량으로 계산하면 한국이 프랑스와 중국을 앞선다.

수입량 또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의 새우 수입 규모는 2020년 7억1525만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듬해인 2021년엔 이보다 19.0% 급증했다. 해양수산부를 통해 확인한 올해의 수입 규모 역시 전년 대비 늘어난 모습이다. 올 상반기에 이미 4억1183만달러에 이르는 새우류 품종을 수입했는데 해수부의 전년 통계와 비교하면 이미 55%를 넘어섰다.

[디자인=이보름(디브스튜디오)]

한국의 새우 수입 현황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것은 베트남이다. 지난해 한국으로 수출된 베트남산 새우는 약 3억7134만달러(약 5300억원) 달해, 한국의 새우 수입량 중 43.6%를 차지했다. 해수부가 집계한 올 상반기 통계에서도 베트남산의 비중이 51.3%에 달한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수입산 새우의 절반은 베트남이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은 맹그로브숲을 보유한 전 세계 108개국 중에서도 특히 손실 정도가 심각한 국가로 꼽힌다. 주요 환경단체가 함께 설립한 ‘글로벌 맹그로브 얼라이언스(GBA)’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는 “가장 광범위한 손실 중 일부가 동남아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리아우제도, 동·북칼리만탄, 서파푸아), 방글라데시(순다르반), 베트남(메콩강 삼각주), 미얀마(이라와디 삼각주)가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구의 허파, 인도네시아 이탄지
“인도네시아 산림파괴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울리(Uli Arta Siagian),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WALHI 소속 활동가

인도네시아 열대림이 특히 가치가 큰 건 바로 이탄지(泥炭地)에 있다. 전 세계에서 이탄지를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지역이다. 이탄지는 나뭇가지, 잎 등 동식물의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못하고 퇴적돼 형성된 늪지대로, 탄소 저장 효과가 일반 산림의 10배에 달한다. 인도네시아를 세계 최고 탄소흡수원으로 꼽는 이유다. 인도네시아 내 존재하는 이탄지 규모는 1500만ha에 이른다. 남한 면적의 1.5배다.

한·인니산림협력센터 관계자들이 이탄지 내에서 이동하고 있다. [한인니산림협력센터 제공]

이탄지 파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바로 산불이다. 일단 이탄지의 산불은 규모부터 상상을 초월한다. 엘리뇨 현상으로 극심한 가뭄을 겪던 2015년 인도네시아에선 산불로 약 260만ha 산림을 잃었고 그중 33%가 이탄지였다. 2019년에도 약 160만ha에 이르는 대형 산불이 났다. 두 번의 산불로 서울 면적(약 6만ha) 70개 규모가 불에 탄 셈이다.

국내 산불과 규모 자체가 다른 건 바로 이탄지의 특성 때문이다. 조준규 한·인니 산림협력센터장은 “탄소저장량이 많은 이탄지에서 불이 나면 마치 지하 10~20m 내 저장된 석탄에 불이 붙은 형국이 된다”며 “지상 작업으론 진화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전했다.

탄소배출량도 심각하다. 2015년 산불 당시 인도네시아의 일평균 탄소배출량은 미국과 중국을 넘어설 정도였다. 앞서 1997년에도 1170만ha에 달하는 산불이 발생했는데 당시 배출된 탄소가 전 세계 화석연료 배출 탄소의 최대 40%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있다.

[디자인=이보름(디브스튜디오)]
[디자인=이보름(디브스튜디오)]

이준산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임무관은 “이탄지가 본래 습지이기에 산불이 나기 힘든 땅이지만 농민이 수로를 내고 물을 빼내 이탄지를 건조한 땅으로 바꾸고 농사를 짓다 보니 산불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린피스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 ‘연기 속에서의 복원’은 인도네시아 산불 원인과 관련해 세계자원연구소(WRI)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가뭄 자체보다는 광범위한 벌목활동으로 인해 숲의 상태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산림은 여전히 사라진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천연림 벌채허가권을 새로 내주지 않겠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산림 모라토리엄(Moratorium)’을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이를 3년마다 갱신하도록 했는데 2019년엔 아예 갱신이 필요없도록 영구적인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또 이탄지 복원에 집중하는 별도 행정기관(이탄지복원청)도 6년 전부터 운영 중이다.

인도네시아 산림은 기능에 따라 ▷보전림 ▷보호림 ▷생산림(한정·상설·전환가능)으로 나뉜다. 생산림 중 일부는 여전히 정부 허가를 통해 개간이나 벌채 등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모라토리엄은 천연림이나 이탄지 등 생태적으로 중요한 산림엔 더는 추가 개발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추가 개발은 불가하지만 기존 이미 허가가 나온 지역의 개발은 가능하다.

[디자인=이보름(디브스튜디오)]

다만 이 같은 정부의 의지나 정책이 제대로 반영되기까진 아직 개선과제도 많다. 우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괴리다. 세계 4위 인구대국인 인도네시아는 1만개 이상의 섬으로 구성돼 있으며, 300종족 이상의 다민족 국가다. 역사적으로도 지방정부의 자치가 강하다. 중앙정부가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도 일선 현장까지 온전히 적용되기까지 난항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현지 환경단체들은 산림 모라토리엄 이후에도 일선 현장에선 지속적으로 불법적인 벌채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린피스 인도네시아는 최근 인공위성 기초 열대우림 모니터링업체 ‘더 트리맵(TheTreeMap)’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산림 모라토리엄 이후에도 보전림 9만200ha, 보호림 14만6871ha에 추가로 플랜테이션이 조성됐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의 산림지역 내에 조성된 팜유 농장 현황. [그린피스 제공]

“4500㎞나 떨어져 있는데…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요”
[디자인=이보름(디브스튜디오)]

인도네시아 산림파괴의 책임은 결코 인도네시아만의 몫이 아니다. 전 세계 기업과 소비자, 그리고 당연히 한국도 감당해야 할 몫이다. 헤럴드경제는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인도네시아 최대 환경단체 왈히(WALHI), 산림지역 인권보호단체 푸사카(PUSAKA) 등을 만나 산림파괴에 따른 피해와 대안을 들었다.

이들은 우선 인도네시아 산림파괴의 원인 중 하나로 팜유산업을 꼽았다. 팜유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기존 가공식품, 화장품, 샴푸 등에 팜유가 쓰였다면, 최근엔 팜유를 활용해 만드는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가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으면서 전 세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 수입하는 인도네시아산 팜유도 급증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의 인도네시아산 팜유 수입량은 2012년 3만7370t에서 2021년 34만1802t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현재 한국에 들어오는 팜유의 절반 이상이 인도네시아산이다. 팜유 개간이 산림 벌채로 이어지는지 한국이 책임감을 갖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디자인=이보름(디브스튜디오)]

인도네시아 최대 환경단체 왈히(WALHI)의 울리(Uli Arta Siagian)가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안경찬·이건욱PD, 시너지영상팀]

왈히의 울리(Uli Arta Siagian) 활동가는 “한국을 포함, 전 세계 기업이 바이오 연료 수요로 팜유를 구매하고 있고,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산림이 희생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세계 각국 정부는 팜유가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데에 찬반이 갈리고 있다. 다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팜유가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만큼 충분한 에너지 규모를 갖추려면 현재로선 부족하다. 더 많은 산림 개간은 불가피하다.

그린피스 인도네시아의 세카르(Sekar Banjaran Aji) 활동가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2025년부터 팜유 의무 혼합비율을 50%까지 높이려 하는데 이를 위해선 929만ha의 토지가 팜유농장용으로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한 면적만큼의 땅이 추가로 개간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린피스 인도네시아에서 산림 보호활동을 하고 있는 세카르(Sekar Banjaran Aji)가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안경찬·이건욱PD, 시너지영상팀]

산림이 파괴되면 환경적 가치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산림과 함께 삶을 가꿔왔던 원주민과의 갈등도 불거진다. 푸사카재단의 프랭키 삼페란떼(Frangky Samperante) 대표는 “산림지역에 거주하는 부족에게 숲은 조상과 연결되는 신성한 곳으로 여겨진다. 그런 장소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산림지역 인권보호단체 푸사카(PUSAKA)의 프랭키 삼페란떼(Frangky Samperante) 대표가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안경찬·이건욱PD, 시너지영상팀]

푸사카에 따르면, 팜유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로 친환경 국제 인증인 ‘RSPO(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와 인도네시아 정부가 도입한 인증인 ISPO(Indonesian Sustainable Palm Oil)’ 등이 있다. 그리고 이들 모두 원주민 등에게 자유의사로 개발에 동의하는 ‘자유의사에 의한 사전 인지 동의(Free, Prior, Informed Consent·FPIC)’가 기본 조건이다.

이 같은 절차가 있지만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는 게 문제다. 그러다 보니 개발 과정에서 원주민과의 인권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울리는 “그전에 원주민들은 자급자족의 삶을 영위할 수 있었지만 이제 어른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아이들은 놀이터를 잃었다. 자급자족의 삶이 노동자의 삶으로 바뀐 것”이라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산림을 지키려면 결국 소비자가 변해야 한다고 이들은 한목소리로 당부했다. 울리는 “산림 보유국과 산림 소비국 모두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며 “관련 기업은 유통 과정에서 환경파괴나 인권침해 등이 없는지 적극 검증해야 하고, 소비자들도 이 제품이 어떤 유통 과정을 거쳤는지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랭키는 “기업들이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고 변화를 약속하지만 실상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인도네시아 산림이 파괴된다면 세계 기후에 영향을 줄 것이며 당연히 한국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세카르는 “인도네시아 산림파괴가 단지 숲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모든 게 사라진다는 걸 깨닫게 됐다. 이젠 멸종돼 볼 수 없는 다양한 동물도 그중 하나”라며 “이젠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human@heraldcorp.com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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