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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정금리인데 금리 올려달라고?”…‘돈맥경화’ 속 잡음 많은 정비사업[부동산360]
이촌현대, 금융기관에서 2.9% 고정금리 올려달라 요구
과천 주공4단지, 임대차 보증금 반환 사업비 7% 금리에 주민들 부담
층수 상향 시도하다 재검토 목소리 나오는 단지도
용산구 이촌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공사 현장. 서영상 기자.

[헤럴드경제=서영상·유오상 기자]#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서울시 용산구 이촌현대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최근 금융기관에서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조합이 지난해 6월 경 사업비를 마련하고자 제2금융권에서 4년간 고정금리 2.9%에 1000억원을 빌렸는데 최근 금리를 인상 요청을 꾸준히 해오는 것이다. 조합에서 인상 수준을 물어도 금융기관은 정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조합 관계자는 “사인 간에 돈을 빌린 것도 아니고 금융기관과 정식 계약을 통해 대출을 한 것인데 그 조건을 바꾸자고 하니 황당할 뿐”이라며 “(금리인상에 대해)조합원들을 설득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잇따르는 금리인상에 부동산 PF 중단으로 수도권 주요 입지들의 정비 사업지에서도 ‘돈맥경화’가 극심하다. 이촌현대 아파트와 같이 대출을 이미 마친 상황에서도 잡음이 뒤따르는가 하면, 시공사 선정 후 착공을 앞두고 있는 단지들에서는 공사비 증액 이슈로 시공사와 조합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이주를 마친 단지들에서도 이주비 금리가 최근 수개월 사이 크게 오른 탓에 부담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부지기수다.

9월에 이주를 시작한 경기도 과천 주공4단지 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최근 임대차 보증금 반환 사업비를 은행에서 조달하며 우여곡절이 많았다. 과천 주공4단지 시세가 15억원이 넘고 과천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탓에 주택담보 대출이 안 되는 주민들은 조합을 통해 임차인 보증금을 빌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조합은 8월에 주민들을 상대로 대출 희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당시만해도 조합원들의 총액수를 합하니 1600억원을 빌리겠다고 했는데, 금리가 7%라는 사실을 전달하자 절반이 대출 불가 의사를 밝히며 결국 지난달 800억원만 빌리게 된 것이다. 과천주공 4단지 전세 보증금이 통상 4~5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7% 금리로 계산했을 때 매달 300만원에 이르는 금액을 보증금 반환비용의 이자로 부담해야 되는 셈이다.

한 조합원은 “은행금리를 듣고 주변 가족들에 부탁해 최대한 돈을 끌어왔다”며 “모자란 돈은 조합을 통해 빌렸는데, 아파트 준공 때까지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며 공사비 증액을 놓고 벌이는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강서구 방화6재정비촉진구역은 최근 시공사와 조합이 도급 공사비 인상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 2019년 최초 계약 당시 3.3㎡당 공사비를 471만원으로 책정했는데, 그 사이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시공사 측은 3.3㎡당 공사비를 624만원으로 다시 책정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조합 측에 보냈는데, 총 공사비로 따지면 1410억원이 1888억으로 470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반면, 조합 측은 공사비 인상이 과도해 수용할 수 없다며 크게 반발했고, 시공사 측이 다시 3.3㎡당 공사비를 609만원으로 수정 제안하며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정비사업지 곳곳에서 금리와 사업비 부족 사태로 애를 먹다 보니,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본격적으로 층수 높이기를 추진하던 단지들에서 재검토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시 건축심의위를 통과한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는 당초 서울시에서 층수 제한 폐지 등을 담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이 나오는 때 층수 상향을 노리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주비 금리 때문에 층수를 높이는 것을 재검토하자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사업승인 변경 인가 신청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는 경우 최하 1년에서 길게는 2년까지 기간이 늘어날 텐데 금리가 부담스러운 주민들의 사업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가파른 금리상승으로 체감하는 부담이 커지고 대내외적 여건에 다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더군다나 경기침체 우려까지 더하며 그 입지를 가리지 않고 다들 몸을 사리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sang@heraldcorp.com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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