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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값 하락세 짧고 굵게 끝난다?…내년 집값 3대 변수에서 갈린다 [부동산360]
건산업, 2023년 주택시장 전망 발표
올해 2004년 이후 가장 큰 낙폭
내년 ‘매매 하락, 전세 상승’ 전망
“내년 임대 수요 다시 전세로 이동”
규제는 풀리고, 금리상승세 꺾여
“공급 부족하면 현재 하락세 지속 어려워”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매년 이맘때쯤이면 내년 경제 전망이 하나둘 나옵니다. 주택시장도 마찬가지인데요. 건설부동산 관련 연구기관으로 처음으로 건설산업연구원이 내년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2일 내놓은 ‘2023년 부동산 경기전망’ 보고서가 그것인데요.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일단 올 4분기 수도권(-1.2%), 지방(-1%), 전국(-1.1%) 모두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해 올 한 해 수도권(-2.5%), 지방(-1%), 전국(-1.8%) 모두 하락한다고 전망했네요.

정말 이대로 올 한 해가 마무리된다면 이건 역대급 하락입니다. 1986년부터 집값 통계를 작성해온 KB국민은행의 시세 변동률 자료에 따르면 ‘전국 기준 1.8% 하락’은 2004년(-2.7%) 이래 가장 큰 낙폭입니다. 수도권 기준으로는 2012년(-3.02%) 내 가장 많이 빠지는 거고요.

연구원은 내년에도 계속 내린다고 예상했습니다. 수도권은 2% 떨어지고요. 지방은 3% 하락해 전국 기준으론 –2.5% 변동률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죠. 전망대로 시장이 흘러간다면 내년은 지방 기준으론 IMF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8년(-11.85%) 이후 가장 크게 떨어지는 해가 될 겁니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본 마포구 일대. [연합]

▶무르익는 집값 상승 여건=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연구원은 올해 하락하고 있는 전셋값이 내년엔 오른다고 전망했습니다. 전국 전셋값은 올 3분기(-0.9%) 마이너스 전환돼 4분기(-0.85)에도 하락할 것으로 보는데요. 이에 따라 올해 ‘1.6%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런데 내년엔 ‘0.5% 반등’한다는 겁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월세가격 상승으로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수요가 회복돼 하락세를 마감할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월세가 많이 올라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다시 전세를 찾는다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집값이 내리는 시기엔 전셋값이 상승합니다. 집값이 떨어지니 집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해 전세만 찾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전세는 거주비용 측면에서 월세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다만 올해처럼 전세자금 대출금리(시중은행 기준 5~7.3%)가 전월세전환율(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돌렸을 때 적용하는 비율로 수도권 기준 3.93%)보다 높을 때는 예외지요. 역사상 이런 적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월세를 내는 게 전세보증금을 은행에서 빌려 이자를 내는 것보다 유리해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월세를 선택하는 상황 말입니다. 역대 처음 있는 ‘월세만 거래되고, 월세만 오르는 시장’인거죠.

그런데 내년엔 금리 상승이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단기간에 금리를 너무 급격히 올렸고, 물가를 잡는 것보다 경기 침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섭니다. 금리상승세가 꺾이면 사람들은 월세 부담과 전세대출금 이자 부담을 비교하기 시작할 겁니다. 내년엔 월세도 상당히 많이 올라 있겠죠. 전세 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구조가 된다는 이야깁니다.

무엇보다 내년엔 부동산 규제완화가 상당히 진행돼 있을 겁니다. 집값이 하락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풀리는 곳이 늘어나겠죠. 지역에 따라 전세 상승 속도가 빨라지는 곳이 있다면 집값이 자극 받는 곳도 나타날 겁니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급매 게시물. [연합]

▶‘과도한’ 미분양 우려=여기서 가장 큰 변수가 하나 더 있는데요. 공급이 너무 적다는 겁니다. ‘공급부족’ 이야길 하면 미분양이 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지금 미분양이 얼마나 있죠? 전국 기준 3만2722가구입니다. 이중 서울(610가구)을 포함한 수도권 물량은 5012가구에 불과합니다. 수도권 전체가 대구(8301가구)보다 적습니다. 대구는 알다시피 단기간 공급이 집중된 효과로 미분양이 많죠.

요즘 많은 사람이 비교하는 2008년엔 미분양이 얼마나 됐는지 아세요? 16만5599가구입니다. 수도권에서만 2만6928가구나 있었습니다. IMF 이후엔 20만가구 이상이던 때도 있었죠.

국토부가 공개한 2001년부터 2021년까지 21년간 연평균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6만4257건입니다. 미분양이라는 게 언제나 전국적으로 평균 6만건 이상은 있었다는 겁니다.

최근 언론에 수시로 나오는 ‘미분양 급증’이라는 건 사실 앞선 시기 미분양이 워낙 적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진단입니다. 역대급으로 집값이 뛴 문재인 정부의 연간 미분양 주택 흐름을 볼까요. 2017년 5만7330가구, 2018년 5만8838가구, 2019년 4만7797가구, 2020년 1만9005가구, 2021년 1만7710가구입니다. 집값이 폭등했던 2020년 이후에만 2만가구 밑으로 빠졌습니다.

당시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2020년 이후엔 정부의 규제를 피해 전국적으로 주택 수요가 이동하면서 집값이 폭등했습니다. 2020~2021년 2년간 전국 아파트값만 31.77%나 올랐습니다. 수도권은 41.1% 폭등했고요. 미분양이라고 남아 나지 않을 때입니다. 얼핏 보이죠. KB국민은행 시세 변동률을 보연 연간 5%만 넘어도 폭등이라고 할 정도인데 30%이상 올랐다는 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건지요!

그 시기와 비교하니 현재 3만가구 이상이 많아 보이는 겁니다. 최근 2년 간이 비정상적인 거지 최근 3만가구 이상 늘어나는 게 우리나라 주택시장 규모에서 심각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건설사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 미분양 5만~6만가구는 정상적이라고 합니다. 미분양 통계라는 게 지자체에서 분양계약 마감일 이후 미분양 물량을 조사해 보고하는 게 기초가 됩니다. 건설사들이 ‘순위 내 청약기간’에 팔고 남은 물량입니다.

그런데 사실 건설사들 사이에선 분양을 시작하고 1년 이내에 모두 팔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준공 전에 모두 팔면 사업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거고요. 사실 건설사들 사이에선 청약기간에 분양을 모두 마치면 ‘분양가를 너무 싸게 했구나’ 땅을 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분양가를 좀 더 올렸으면 수익성이 좋아졌을 테니까요. 분양가를 적당히 높여서, 적정 기간 내 파는 게 최고인 겁니다. 손재영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건설사의 초기분양률(분양 개시 후 3~6개월 사이)이 60%만 넘는다면 수익을 내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하네요. 이 기준으로 보면 미분양 통계에 잡히는 물량은 언제나 일정 정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서초구 잠수교에서 한 시민이 아파트 건설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현실화하는 ‘공급부족’=전문가들은 앞으로 미분양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합니다. 건설사들이 분양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기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집계된 건설사들의 올해 분양 계획은 41만5000가구였는데요. 10월 현재 기준 19만5000가구만 분양했습니다. 목표의 절반도 안 됩니다. 주택산업 환경이 너무 나쁜게 이유입니다. 공사 자재값이 많이 올랐고, 은행 대출이자(PF금리 10~12%)가 뛰어 사업성이 악화됐습니다. PF대출 이자는 14%까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이러니 굳이 무리해서 사업을 추진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앞으로 입주할 물량은 계속 줄어듭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워낙 강력한 공급규제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인허가를 받은 물량이 별로 남지 않았습니다. 현 정부가 공급을 늘리겠다며 발표한 270만호 공급계획은 아직까진 그저 계획일 뿐입니다. 이중 실제 입주가 얼마나 진행될지 아무도 모르고요. 알다시피 3기신도시는 아직 토지보상도 못끝냈죠. 입주까지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이런 이유로 건산연은 올해 말까지 주택 인허가는 작년 대비 16% 감소하고, 내년에도 올해보다 7%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전국 분양 물량은 내년 25만가구로 올해(30만가구)보다 5만가구 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연간 분양 25만 가구는 2006년 이후 가장 작은 규모라네요.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되면 주택가격 하락세는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집값이 하락했던 건 금리인상 변수 외에 대규모 주택공급(입주)이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금리인상만으로 집값 하락세는 지속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역사상 신축 아파트 공급이 희소하면 집값이 계속 떨어진 적은 없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을 훙춘욱 EAR리서치 대표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현재 주택시장은 2020~2021년 단기간 30% 이상 폭등한 게 빠지는 과정입니다. 당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전국적으로 집값을 끌어올린 사람들이 금리가 단기간 급등하자, 일부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과거처럼 입주 물량 과잉에 따라 전세가격 하락부터 촉발되는 하락장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공급물량이 따라오지 않고 금리 부담만으로 인한 집값 하락세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하락세가 1~2년 짧고 굵게 이어진 후, 반등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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