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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기만 해도 100만원 드려요” 신기한 한국 회사, 실화야?
[123rf 제공]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달리기만 해도 100만원, 호텔 컨시어지 급 서비스 제공…회사 맞아?”

#.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최근 사내 복지의 일환으로 ‘가을 챌린지’를 진행 중이다. 내년 3월까지 ‘지구 어딘가에서 열리는 42.195㎞ 풀마라톤 대회’에 등록해 공식 기록과 인증샷을 남기면 성적과 무관하게 100만원의 축하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 마라톤에 도전해 100만원을 받은 직원도 등장했다. 올해 1월에는 ▷팔굽혀펴기 100개 ▷와이드 턱걸이 10개 ▷스플릿 스쿼트 100개 중 한가지만 성공해도 30만원 가량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업스테이지 관계자는 “상반기 챌린지에만 60여명이 혜택을 받았다”며 “직원들이 운동을 매개로 소통을 하게 되며 애사심도 커지고 회사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귀한 몸’ 개발자 모시기 전쟁이 단순 임금 인상 경쟁에서 차별적 복지 혜택 등으로 다각화되는 모양새다. 연봉에 따라 이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단순히 ‘돈’만으로는 이들의 장기 근속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사거리 일대에서 직장인들이 힘찬 발걸음으로 거리를 지나고 있다. [사진=임세준 기자]
“연봉, 이직 1순위 고려 아냐”…돈 대신 근무 여건 개선

최근 개발자들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빅테크, 핀테크 등 금융·IT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직원 복지 정책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는 사내에 직원 전용 미용실을 배치한 것은 물론 호텔 컨시어지 못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여행지 관광코스를 짜주는 것은 물론 기념일에 케이크 배달 등도 해준다. NHN클라우드는 올해부터 주4회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줄여 남은 시간에 자기 개발을 하라는 취지에서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8년 격주로 주4일 근무하는 ‘놀금’ 제도를 도입한 카카오게임즈는 직원들에게 캠핑카와 캠핑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각양각색의 복지 정책을 선보이는 배경에는 더는 연봉 인상이 개발자 유인책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경쟁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해도 ‘더 많은 급여’를 주는 회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언제까지고 출혈을 감내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연봉이 개발자들의 1순위 이직 고려 요인이 아닌 점도 한 몫 하고 있다. 커리어테크 스타트업 퍼블리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발자가 이직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성장 가능한 환경’(52%)으로 나타났다. ‘연봉’(24%)은 2위에 불과했다.

학생들이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
임금 상승 야기하는 출혈 경쟁 사실상 끝

지난해만 하더라도 개발자 채용 공고에서 ‘필수 조건’처럼 여겨졌던 스톡옵션 등 인센티브 유인책은 올해 들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연봉 인상폭도 전년 대비 상당히 낮아졌다.

원티드랩에 따르면 지난해 12.2%에 달했던 개발자 평균 연봉 상승률은 올해 들어 5.9%로 급감했다. 지난해 전 직원 연봉을 800만원(평균 인상률 13%)씩 올리며 IT 업계 연봉인상 전쟁이 불을 지폈던 넥슨도 올해 연퐁 인상률을 전년의 절반인 평균 7%로 결정했다.

최근 2년간 지속된 출혈 경쟁에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상위 8대 게임사의 지난해 연간 인건비는 3조1309억원으로 재작년(2조4585억원)보다 2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영업비용 증가율인 20%를 넘어서는 수치다.

IT업계 톱2 네이버와 카카오의 인건비 지출도 만만치 않다. 네이버의 올해 2분기 개발운영비(인건비) 추정치도 4967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3996억원)보다 24.3% 늘어난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카카오는 47.8% 급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몸값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완전재택근무, 1개월 유급 휴가 등 ‘일 잘하는 개발자’를 모시기 위한 파격적인 복지 유인책이 더 쏟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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