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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해법은?

실손의료보험은 질병, 상해로 입원하거나 통원치료를 받을 때 가입자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지급해주는 보험상품이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보상한다. 인기가 많아서 이미 가입자 수가 3900만명 이상으로,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 됐다. 하지만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가 매우 복잡한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몸이 불편한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영수증 등 서류를 준비해 팩스로 보내거나 사진을 찍어 카카오 등을 통해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보험사는 접수서류를 외부 손해사정 업체에 의뢰해 확인하고 일일이 내용 입력 후 심사를 거쳐 의료비를 지급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 등에서는 이미 전산을 통한 간단한 의료비 청구 시스템을 구비했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청구 간소화 시스템이 없다. 3900만 가입자의 불편은 차치하고라도 ‘IT강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수십명의 국회의원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상정하려 했지만 의사협회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모두 폐기되고 말았다. 지금도 관련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으나 처리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제도를 보험업계는 추진하려 하는데 의료계에서는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 때문이다. 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되면 보험업계는 막대한 손해조사비와 인건비 등 사업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수많은 보험계약자는 서류 준비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면서 편하게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병원의 커다란 수입원인 비급여 부분이 노출됨으로써 수입이 감소될 수 있다. 그리고 환자 진료에 대한 정보를 누출시키는 부담도 있다. 그래서 의료업계에서는 사생결단의 자세로 입법 저지에 총력을 기울인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로 가장 커다란 혜택을 보는 것은 3900만 보험계약자다. 일례로 소액 의료비는 절차도 번거롭고 비용도 들어 대부분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았다. 조사에 의하면 소액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적이 있다는 가입자가 전체의 90%를 상회했을 정도다. 하지만 청구 간소화로 전산화가 되면 소액 결제도 자동으로 해결된다. 다음으로 보험사들 역시 혜택이 있다. 초기 시스템 준비에 비용이 들겠지만 청구 간소화로 인한 경비절감이 훨씬 크다. 문제는 의료업계의 불만이다. 의료업계도 보험금 청구 간소화로 인한 혜택을 같이 받을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실손의료보험제도는 보험업계, 의료업계 그리고 계약자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그리고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도 보험업계, 의료업계, 계약자 모두 혜택을 받을 법안을 마련해 입법화돼야 한다. 그래야 어느 한쪽의 불만이 없을 것이다.

해결책은 ‘협력’하는 것이다. 금융위,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업계, 보험업계, 소비자단체 모두 윈-윈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비급여 관련기준을 마련하고 비급여에 대한 치료가이드 수립 등에 적극 동참해 대다수 선량한 의료인 및 환자를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의료업계도 받아들일 만한 내용의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법안과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실현되는 날이 속히 오길 기대해본다.

김창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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