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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電·鐵·化 불확실성 커져...‘3高’에 투자 고민 깊어진 기업들
500대 기업 설문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니
전자·석화 등 50% 이상 투자 감소
LG엔솔 애리조나공장 계획 연기 등
해외 투자도 규모·시점 조율
하반기 투자 확대 반도체가 유일
환율·금리·물가 ‘3중고’현상에 올해 하반기 국내 대기업들의 투자활동이 상반기에 비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기업들이 밀집한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 [헤럴드경제 DB]

새 정부 출범 이후 잇달아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놨던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현상에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한치 앞을 내다보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며 특히 전기·전자(반도체 제외), 철강·금속, 석유화학 등의 업종은 올 하반기 국내 투자를 대폭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인플레·소비 위축에 국내 투자 감소=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국내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100개사 응답), 전기·전자, 철강·금속, 석유화학제품 등의 업종에서 하반기 투자 규모 감소 전망이 50%를 웃돌았다.

전기·전자업종에서 상반기보다 투자가 확대될 것이란 응답은 0%였다. 상반기와 비슷(42.9%)하거나 상반기보다 감소할 것(57.1%)이란 전망이 많았다. 철강·금속업종에서도 투자 확대를 계획 중이라는 응답은 없었다. 상반기와 비슷하거나 감소한다는 응답이 각각 절반을 차지했다.

석유화학제품업종은 상반기보다 확대될 것이란 응답이 16.7%에 그쳤다. 반면 상반기보다 감소 전망은 50%에 달했다. 자동차·부품업종은 상반기와 비슷할 것이란 응답이 60%였고, 확대와 감소가 각각 20% 수준이었다. 하반기에 상반기 대비 투자 확대를 전망하는 업종은 사실상 반도체가 유일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총 1000조원이 넘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당국의 긴축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소비 위축과 수요 둔화세가 우려되는 가운데 투자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와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들이 나오며 가전 등의 수요가 늘었지만 올해는 예년 대비 판매량 증가세가 조금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도 원점에서 ‘재검토’=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 역시 위축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까지 급등한 데다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애초 계획보다 현지 공장 건설에 더 큰 비용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착공에 나설 계획이었던 미국 애리조나 원통형 배터리공장 건설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1조7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이 공장은 앞서 ‘원통형 배터리 독자 생산공장’이란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배터리업체 중 북미 시장에 원통형 배터리 전용 독자 생산공장 건설에 나선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2024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회사는 최근 공장 건설비, 인건비, 원자잿값 등이 대폭 증가하자 투자의 수익성을 다시 따져보기로 했다. 건설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은 작지만 업계에서는 투자 규모와 시점 등을 고객사와 조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시장 상황에 따른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양산을 시작한 공장이 아닌 만큼 타 지역 공장을 활용할 수도 있고, 미국 내 건설 중인 다른 공장에 투자금을 우선 집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짓고 있는 테네시·미시간주 합작 2·3공장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제2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공장과 배터리셀공장 건설계획을 발표한 현대차그룹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자금력이 충분치 못한 중견·중소기업들 역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 상승, 금융권 자금 조달 환경 악화 등으로 거시경제적 상황이 불리해 대규모 추가 투자에 보수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지윤·문영규·김지헌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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