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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도 예상 못했던 이경훈 2연패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항상 우승은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이경훈에겐 그랬다. 지난해 AT&T 바이런 넬슨 시합에서는 너무 퍼팅이 안되어서 시합을 나갈까 말까 고민했다. 결국 퍼터를 교체하고 연습해보자는 마음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시합을 나갔는데 우승을 해버렸다.

이번 주도 그랬다. 첫 우승을 안겨주었던 퍼터를 지난 1년간 계속 썼으나 계속 숏퍼트가 빠지고 어드레스가 잘 안나오는 느낌이 들어 지난주 다시 예전에 쓰던 투볼 퍼터로 교체했다. 그리고 이번주 퍼트가 너무 잘됐다. 그래서 2연패 달성.

이경훈의 아내 유주연 씨의 말에 따르면 대회 최종일 아침 잘 잤냐는 일상적인 질문에 이경훈은 좀 긴장되어 잠을 잘 못잤다고 얘기했다. 주연씨는 본인 생각에 남편이 선두와 4타 차인데다가 앞에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마스 등 쟁쟁한 선수들이 있는데 속으로는 살짝 도대체 왜 잠을 못잤나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전반에 5언더파 치면 긴장해도 돼”라고 말했다. 게다가 시합을 나가기 전 웜업을 하는데도 퍼팅이 잘 안 들어가서 속으로 내심 걱정을 했다고. 그런데 이경훈이 2번홀에서 15m 퍼트를 넣고, 전반에 5언더파를 쳤다.

대회 현장에는 부모님과 아내, 딸이 있었지만 모두 이경훈의 최종 라운드를 관전하지 못했다. 다음날 아버지가 귀국 예정이었기에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아내 주연씨와 아버지는 이경훈 티샷 후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가고, 어머니는 생후 10개월 된 유나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12번홀 이글이 들어가고 그때서야 가족들도 모두 우승 가능성이 있다 여겼지만, 괜히 갑자기 나타나 경기 흐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끝까지 호텔에서 기다리다가 이경훈이 17번홀 티샷을 치고 나서야 호텔에서 경기장으로 출발을 했다. 그러는 사이 이경훈은 멋지게 파 세이브를 하고, 18번홀 그린에서 가족들과 감격의 우승 포옹을 할 수 있었다.

첫 손주의 육아를 돕기 위해 부모님이 미국에 오신지 이미 한달 반. 그 기간 동안 이경훈은 연속 3번 예선 탈락을 했다. 지난해 우승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못 냈지만,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서는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페덱스컵 랭킹 30위까지만 들어갈 수 있는 투어 챔피언십에는 31위의 성적으로 마지막 대회 출전이 좌절됐다.

매해 시즌 시작인 가을 시리즈에서는 변변한 성적을 내지 못해 마음 고생을 많이 했는데, 첫 우승 후 시작한 시즌은 가을 시리즈에서 25위 안에 4번 들어가며 안정적인 순위를 기록했다. 그의 미래가 밝아 보였다. 그리고는, 다시 중위권으로 성적이 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나서 올해 단 한번의 탑10도 못한 상태에서 다가온 첫 디펜딩 챔피언 기회에서 다시 덜컥 우승. 이경훈이 PGA투어 AT&T 바이런 넬슨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인 최초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고, 특별히 본인의 PGA투어 첫 승과 두번째 승수를 같은 대회에서 기록하게 됐다. 게다가 최종 라운드에서 커리어 최소타인 9언더파를 치며 우승하게 될 줄은 그 누구도 예상못했던 시나리오였다.

“꿈만 같다.” 이경훈의 말이다.

〈KLPGA 프로 · 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peop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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