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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 못 만들지?” 중국 자랑 ‘100만원짜리 안경’ 실체 엉터리 [IT선빵!]
[오포 제공]

[바르셀로나(스페인)=홍승희 기자] “착용하면 연결 끊기고 머리가 띵!… 중국이 만든 ‘빛 좋은 개살구’, 이게 100만원이라고?”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가 자랑하는 증강현실(AR)기기 ‘에어글래스’가 세계 최대 모바일박람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2’에 등장했다. 에어글래스는 무게가 30g에 불과한 조그만 렌즈 형태로, 안경 위에 부착하면 눈앞에 검색·번역·일정 그리고 번역 서비스까지 펼쳐주는 ‘보조 현실’ AR기기다. 가격은 100만원에 달한다.

지난 1일(현지시간) 기자가 찾은 오포 전시관은 에어글래스를 체험해보고자 하는 외신 및 방문객들로 ‘바글바글’했다. 오포 부스 체험도우미는 “아침에 부스를 열고 오후 5시까지 한 차례도 쉬지 못했다”며 “부스를 찾는 모두가 이 글래스를 착용해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기기에 대한 전 세계적 기대감이 크다는 걸 보여준다.

일반 안경에 오포 에어글래스를 탑재해봤다. 홍승희 기자

에어글래스는 지난해 12월 오포의 연례행사인 ‘이노데이 2021’에서 처음 소개된 작품으로, 이달부터 중국에서 판매가 시작된다. MWC를 통해 전 세계인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 기기에 대해 오포는 VR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자부했지만 실제 맞닥뜨린 에어글래스 기술은 아쉬움투성이었다.

제품의 한계는 명확했다. 일단 화면이 이따금씩 흐릿해지고 연결이 끊겼다. 기기를 장착하고 나면 시선이 부자연스러워지는 것도 문제였다. 초록색 글씨가 같은 위치에서 눈앞 허공을 떠다니니 이내 눈과 머리가 불편해졌다. 더 정밀한 시각맞춤기술이 필요해보인다는 비판이다.

에어글래스에 텍스트인 ‘텔레프롬프터’를 띄웠다. 홍승희 기자
기자가 오포 에어글래스를 착용해봤다. 홍승희 기자

또 대표적 기능인 번역 과정도 문제였다. 연동된 휴대폰에 대고 “셰셰(감사합니다)”라고 말하자 기계가 잘 인식하지 못해 시간이 걸렸다. 소음을 제거하는 노이즈 캔슬링이 전혀 되지 않아 주변 소리가 조금만 시끄러워도 음성 인식을 어려워했다. 재차 반복해서야 ‘생큐(Thank you)’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고개 한 번 숙이지 않고 원하는 곳까지 날 안내해주는 ‘지도’ 기능에도 앞선 시선 처리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에 오포가 자랑했던 ‘자연스러운 프레젠테이션’도 불가능했다. 오포는 에어글래스 공개 당시 “적응형 텍스트 디스플레이를 통해 직장이나 공공장소에서 손쉽게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경 앞에 텍스트가 나오니 대본을 보지 않고도 강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접 껴보니 한 곳만을 뚫어져라 바라봐야 해 자연스러운 프레젠테이션이 불가했다.

그럼에도 오포 관계자는 제품에 대해 자찬을 이어갔다. 부스에서 만난 오포 관계자는 “에어글래스가 완성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18개월에 불과하다”며 “오포의 스마트 디바이스 제조기술력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포의 에어글래스와 충전도구. 홍승희 기자

문제는 가격이다. 이 제품의 판매가는 4999위안, 우리 돈으로 95만원대다. 오포 관계자는 “초반에는 적은 물량만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라 가격은 얼마든지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귀띔했다. 시장의 수요를 보고 가격이 더 비싸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해당 기기는 이미 성능에 비해 비싼 가격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편 중국이 이런 비판에도 ‘급하게’ 제품을 내놓고 판매하는 이유는 시장 선점을 위해서다. 애플은 2015년부터 준비한 고글 형태의 ‘AR헤드셋’을 연내 출시 예정이다. 삼성도 메타버스 기기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본격적으로 AR시장에 참전하기 전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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