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고독사 사각지대’ 중년남성 …“사회적 기대 탓, 관계망 유지시켜야”[촉!]
2월 들어 잇단 중년남성 고독사
5년간 4050남성 고독사, 여성 7배
전문가 “도움 요청 심리적으로 꺼려”
“연결망 유지시키는 서비스 필요”
고독사 관련 이미지.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1.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홀로 살던 50대 남성 A씨가 사망한 지 2주가량 지난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남성의 사인을 고독사로 추정하고 있다. 이 남성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아니었다. A씨는 주민등록상 거주지와 실 거주지가 달라 관할 구청의 ‘고독사 예방 모니터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 지난 3일에도 서울 강동구의 한 원룸형 오피스텔에서 50대 남성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B씨가 오래 앓던 지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B씨의 시신은 같은 날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한 오피스텔 입주민이 119에 신고하면서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이혼 후 홀로 지내며 투병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장기화로 사회적 교류 위축까지 더해져 중년 독거 남성들이 ‘고독사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 사례들은 이에 대한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중년 남성이 사회에서 갖는 부담감이 이들의 고립에 영향 준다며 이들이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7일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 인원은 3159명이다. 5년 전(2008명)에 비해 57.3% 증가한 수치다.

고독사 인원을 추정할 때는 무연고 사망자 통계가 사용된다. 무연고 사망은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거나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중 40~50대 중년 남성 고독사 인원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3546명으로, 같은 연령대 여성(490명)의 7.2배였다.

성별로 봐도 사망자 중 남성이 여성보다 많다. 지난해 남성 고독사 인원은 2403명으로 여성(662명)의 3.6배나 됐다. 성별을 알 수 없는 사망자도 매년 100명 내외다.

연령별 인원을 보면 남성의 고독사는 50대에 들어서며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40세 미만 무연고 남성 사망자는 49명이었으나 ▷40대 194명 ▷50대 563명 ▷60대 817명 ▷70대 이상 780명이었다.

지난 3일 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강동구의 한 오피스텔 모습. 책상 위에 고인이 생전에 복용하던 각종 약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연합]

전문가들은 중년 남성 고독사가 동년배 여성에 비해 두드러지는 배경에 대해 심리적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고 봤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중년 남성은 가족 부양과 경제적 부담이 여성들에 비해 큰 측면이 있다”며 “삶이 안정돼야 할 시기에 혼자 외롭게 사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도움조차 거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남을 돌볼 여유가 더욱 없어졌다.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져서 사회복지적 지원이 아니더라도 주변을 돌아보고 살피는 민간에서의 문화가 필요한데 극복에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명민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중년 여성의 경우 사회적 관계망이 경제적인 조건이나 직업 여부 등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년 남성의 경우 여성에 비해 사회적 기대가 높아 도움에 대한 손길을 요청하거나 본인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들의 자립 능력을 키우되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들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중년 독거 남성들에게도 도움을 청할 경로를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알리되, 심리적 위축 없이 다른 독거 중년 남성 등과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서비스들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hop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