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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억 낮춰도 안 팔려”…목동도 얼음장
거래절벽 속 아파트 급매 속출
2만여가구 석달간 13건 거래
9·11단지 안전진단 탈락 이어
대출규제 악재로 매수세 실종
서울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11단지의 모습. [헤럴드경제 DB]

“호가를 1억원 낮춘 급매가 여러 건이에요. 추가적인 가격 조정도 가능한 상황이죠. 작년 여름 매수 문의를 했던 사람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매수 의향을 묻고 있는데 산다는 사람이 없네요.”(서울 양천구 신정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서울 아파트 시장의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는 그야말로 매수세가 꽁꽁 얼어붙은 모양새다. 투자 목적의 거래가 차단된 상황에서도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꾸준히 움직였던 시장이 대출규제 강화 이후 완전히 멈춰섰다는 게 일선 중개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20일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단지마다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하나둘 쌓여가고 있지만 매수자 발길이 끊기면서 거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직후 주춤했던 거래가 여름부터 회복세를 찾았지만 대출규제 강화, 기준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목동 아파트 시장의 분위기도 바뀌었다는 전언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목동택지개발사업지구에서 체결된 아파트 거래는 13건이 전부다. 총 14개 단지, 2만6635가구 규모의 대규모 아파트 지구라는 점에서 극히 적은 거래량이다.

이들 거래 중 8건이 하락 거래였다. 직전 거래가보다 6억2000만원 낮게 손바뀜된 직거래 1건을 제외하고는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3억원까지 가격이 조정됐다. 1건은 직전 거래가와 동일하게, 4건은 신고가에 각각 손바뀜됐으나 대부분 지난해 초 신고가 경신 이후 거래가 없던 물건으로 시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거래됐다고 현지 관계자는 설명했다.

목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단지마다 급매가 수건 있는 데다 추가 조정이 가능하다는 집주인이 대부분이라 매수자로서는 고를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매수자가 없다”며 “간혹 가격을 문의하는 사람만 있을 뿐 잠잠하다”고 했다. 중개업자들이 과거 매수 문의를 했던 이들에게 연락해 급매물을 안내하는 등 매수자를 직접 찾아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는 게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목동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실거주 목적의 거래만 가능하다. 여기에 대출규제까지 강화돼 수요층이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재건축 단지가 일반 아파트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을 때 거래위축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지거래허가제를 풀어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단언과 달리 재건축 사업이 언제 제 속도를 낼지 모르는 상황에서 거래를 실거주 목적으로 제한해 시장이 과도하게 잠식됐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거래 위축에는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인 영향도 크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오 시장이 후보 시절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등을 약속하면서 대부분 단지가 안전진단 단계에 막혀 있는 목동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기대감이 커졌지만 규제 완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목동 내에선 현재 6단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9단지와 11단지는 2차 정밀안전진단인 적정성 검토에서 최종 탈락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2차 안전진단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다.

안전진단을 유일하게 통과한 6단지의 경우 최근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을 신청했으나 반려됐다. 인근 단지의 재건축 진행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안전진단 문턱이 낮아지지 않는 한 목동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사업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다만 여야 대선후보가 나란히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를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2차 안전진단을 앞둔 단지들은 오는 3월 대선 이후 정부의 정책 변화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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