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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영상의 현장에서] 1기 ‘쉰도시’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며 조성된 지 30년차를 맞은 1기 신도시(경기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아파트들을 향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1기 신도시는 주차공간 부족과 상하수도 부식, 층간 소음 등 각종 문제로 약 30만가구에 달하는 주민이 고통받는 곳이다.

1기 신도시의 재생 해법은 녹록지 않다. 평균 용적률이 170~226% 수준으로 높아, 재건축으로는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그래서 비교적 유연한 안전진단 기준과 초과이익환수제 미적용, 5~7년의 짧은 사업기간의 장점을 지닌 리모델링이 재건축의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총 98곳으로, 이 가운데 경기도가 42곳을 차지했다. 1기 신도시가 집중된 경기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추진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용적률 제한 등 관련 규제를 개선한다면 1기 신도시 재구조화를 통해 신규 택지 마련이나 교통시설 확충 부담 없이 주택 공급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결코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각종 규제가 가로막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수직 증축과 가구 간 내력벽 철거 완화가 문제다. 리모델링은 아파트의 기본 골조를 유지하면서 평면을 앞뒤로 늘려 면적을 키우거나 층수를 올려 주택 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정부는 2014년 주택법 개정을 통해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했지만 사실상 방치 상태다. 이 과정에서 서울 송파구 성지아파트만 유일하게 수직 증축을 통해 리모델링을 성사시켰다. 국토부는 수직 증축 제도 도입 후 좀더 검토하겠다며 2019년을 기점으로 결론짓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사실상 직무유기 상태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내력벽 철거도 마찬가지다. 내력벽 철거는 재건축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아파트 리모델링에서 다양한 평면 도입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핵심 요소다. 내력벽을 철거하면 2~3베이 아파트를 3~4베이로 바꿀 수 있어 상품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정부는 2015년 말 수직 증축 리모델링 시 아파트 가구 간 내력벽을 일부 철거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자 이듬해인 2016년 8월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후 깜깜무소식이다.

사실상 정부의 늑장 대응이 1기 신도시 주민을 ‘희망고문’에 빠뜨리고 있다. 1기 신도시 중 하나인 분당 정자동 한 주민은 “평일 대낮에도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니, 퇴근길에 주차할 곳을 찾아 10~20분 단지를 도는 것은 일상”이라고 푸념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들도 ‘리모델링 특별법’ 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1기 신도시가 있는 경기도 일산·분당·중동·평촌·산본 관련 지방자치단체장도 지난 6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리모델링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제 정치권에서 답변을 내놓을 차례다. 늦어지는 사이 ‘1기 신도시’는 ‘1기 쉰도시’가 돼가고 있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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