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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매’ 많지만 여전히 비싸”…중개사무소엔 ‘간보기 매물’만 잔뜩
매도-매수 희망가격 간극만 커져
양도세 완화 등 기대에 고가 고수
가격하락 가능성에 추격매수 자제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매 안내 모습. [연합]

#. 결혼 4년차인 30대 무주택자 A씨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일대 아파트 단지를 둘러봤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돌아왔다. 공인중개사가 기존 호가 대비 1억원을 낮춘 ‘급매’라고 소개한 물건까지도 직전 거래가와 비슷할 정도로 가격이 비싸서다. A씨는 “가격이 내렸을까 기대하고 찾아갔는데 여전히 너무 비쌌다”며 “가격 조정을 조금 더 기다려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거래절벽 심화로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적체되고 있지만 현장에선 살 만한 물건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매물이 씨가 말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품귀 현상이 두드러졌던 지난해 9월과 달리 매물은 크게 늘었지만 대다수 매물이 가격 조정폭이 미미한 물건인 상황이다. 대출규제에도 주택매수 의향이 있는 무주택 실수요자가 적지만은 않은데 매도호가가 높게 형성돼 있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지난 이날 기준 4만4665건으로 집계됐다. 3만건대 중반까지 쪼그라들었던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1만건 가량 많은 수치다. 적정 매물건수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서울의 경우 허위매물 과태료 부과 이후 통상 4만건대를 유지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물량이다.

일반적으로 매물이 쌓이면 시세가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집주인이 일정 가격 이하로 팔지 않겠다는 의사를 고수하면서 시세 변동은 크지 않다. 일부 급매물을 제외하고는 수요자의 매수 희망가격과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거래가 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게 중개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울 서대문구 소재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수심리가 줄긴 했지만 매수 문의가 간간이 있어 매물이 충분한 상황에선 거래가 이뤄져야 하는데 거래 희망가격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거래가) 없다”며 “매도가 급한 집주인도 호가를 최대한 유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여야 대선후보가 나란히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서면서 대선 이후 정책 변화를 기다리는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팔리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고 보는 사례가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최근 은평구의 한 아파트를 내놨다는 2주택자 C씨는 “세금이 부담돼 한 채를 팔 계획이지만 급하진 않아 상한가에 맞췄다”며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가격을 내릴 순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요자가 매수를 보류하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 가격 하락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데 대출규제 강화에 따른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추격매수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사고 싶은 사람은 살 수 없고 팔고 싶은 사람은 팔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주택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매물이 나온다고 할지라도 누군가는 사고 누군가는 팔면서 거래가 이뤄져야 시장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본인의 의사 결정에 의해 자유롭게 주거 이동이 가능한 시장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가 하향 안정화를 자신하며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실장은 “거래가 충분히 이뤄지는 상황에서 가격이 하락한다면 견고한 하방압력으로 지속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거래가 끊긴 상황에선 시장이 안정화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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