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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10년간 10배 오른 나스닥…‘무적함대’ 계속될까
달러·기술혁신·주가부양
금리도 오르며 달러강세
전세계 자금 빨아들일수
지나친 내부 탐욕은 경계

기원전 312년 로마는 이탈리아 반도 남부의 강자인 삼니움과의 전쟁을 위해 아피아 가도(街道)를 만든다. 이전에도 가도는 있었지만 구불구불해 효율이 떨어진데다, 내륙으로만 나 있어 군병력 이동시 해상을 통한 중간 보급이 어려웠다. 해안을 따라 만들어진 아피아 가도는 곧은 길이었고 바다로부터의 보급도 용이했다. 로마가 팽창하면서 제국 전역에 걸쳐 가도가 만들어졌고 군사적・경제적으로 엄청난 효율을 발휘한다. 특히 로마의 기준이 세계의 기준이 되면서 제국 통치의 효율이 높아진다.

100년 쯤 후인 기원전 221년 중국에서 전국을 통일하고 처음으로 중앙집권제를 택한 진시황이 도로 건설을 시작한다. 민간용 치도(馳道)와 군사용 직도(直道)다. 체제가 연결돼 도량형 통일도 이뤄진다. 이후 중국에서 통일제국이 계속된 데도 시황제 때 만든 플랫폼이 큰 역할을 했다. 아이러니하게 진제국이 13년만에 멸망한 데도 도로가 큰 기여를 했다. 한고조 유방이 강소성 서주에서 거병한 때가 기원전 208년인데, 그의 군대가 섬서성인 함양에 도착한 게 불과 1년 뒤인 기원전 207년이다.

20세기 이후에는 미국의 달러와 자본시장이 로마의 가도와 진의 치도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돈과 기술이 미국으로 향하는 현상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 심화됐다.

2000년 이후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까만해도 한미 증시는 꽤 동행(coupling)하는 흐름을 보였다. 2009년 이후에는 나스닥의 질주와 S&P500의 변신으로 동행이 흐트러졌다. 2011년 이후에는 연간수익률에서 코스피가 단 한차례도 나스닥을 이기지 못했다. 누적 격차는 더 어마어마하다. 올 12월20일까지 나스닥이 915% 오를때 코스피는 156%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국 증시 내에서도 기술주 비중이 큰 S&P500가 453%로업종대표지수인 다우존스는 336%, 중소기업 위주인 러셀2000은 383%보다 높다. 코스피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미국 증시의 독주는 뚜렷하다. 크게 3가지 힘 때문이다.

가장 먼저 기축통화인 달러다. 미국은 자국의 위기 극복을 위해 달러를 찍어낸다. 불어난 달러는 글로벌 증시에 투자되고, 이는 다시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을 통해 미국 자본시장으로 회수된다.

두번째는 자본의 미국행(行)에서 매개가 되는 기술혁명이다. 글로벌 기술혁신의 대부분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따져보면 이해가 더 쉽다. 최근 10여년간은 미국이 주도한 모바일과 플랫폼이다.

끝으로 연금이다. 401K로 대표되는 미국의 연금은 전세계 어느 곳보다 주식 비중이 높다. 미국 가계의 경제력이 연금에 달렸다. 증시가 올라야 미국 경제도 유지되는 구조다. 미국의 통화정책과 경제정책은 늘 증시에 우호적인 방향이었다.

코로나19 이후에 3가지 힘은 더욱 강해졌다. 달러는 더 풀렸고, 빅테크 집중은 더욱 심화됐다. 전기차와 반도체 등 한 때 미국의 패권을 잃었던 새로운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되찾고 있다. 의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재정지출을 추진 중인 곳도 미국이다. 특히 눈 여겨 볼 점은 모바일 투자와 글로벌 투자가 보편화되면서 전세계의 돈이 모두 미국 증시로 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돈이 몰리는 미국 증시로 글로벌 혁신기업들이 향하고 이는 다시 증시를 더 팽창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와 인프레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과연 이 둘이 미국 증시에 얼마나 타격을 줄까? 코로나19 초기 미국의 방역에는 허점이 많았지만 백신개발에 가장 먼저 성공하고, 각종 비대면 혁신기술을 선도하면서 빠른 회복을 이뤄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서도 가장 앞선 곳이 미국이다. 미 연준은 최근 인플레에 대응한 통화정책의 긴축전환 일정을 분명히 했다. 긴축전환 원인은 인플레이지만, 실행의 배경에는 실물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존재한다. 실물경제가 튼튼하다면 인플레는 경기활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글로벌 자금은 환율이 강해지는 곳으로 이동하는 성향이 강하다. 달러 강세는 다른 통화의 약세다. 인플레 부담을 더 높인다. 펀더멘털이 튼튼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을 자극할 수도 있다. 강한 달러는 전세계 자금에 “미국으로 오라”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2022년 증시 전망이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달러의 힘은 여전할 것이고, 혁신도 미국이 계속 주도할 것이란 점이다. 우리 증시의 변수는 경제가 과연 인플레를 이겨낼 만큼 튼튼한지, 기업들이 글로벌 혁신 흐름에 얼마나 동참할 수 있을 지다.

단 ‘무적함대’가 된 미국 증시지만 아킬레스 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탐욕’이다. 미국 증시를 구조적으로 무너뜨린 것은 외부의 힘이 아니라 내부의 지나친 탐욕 때문이었다. 긴축이 진행되면서 자산가격 재조정이 이뤄지면 비정상적 상승요인의 부작용이 드러날 수 있다. 일례로 콜 옵션을 통한 일부 기술주의 가격 급등이다. 개인들의 콜옵션 투자와 이를 헤지(hedge) 하기 위한 기관들의 주식 매수로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다. 만약 흐름이 반대로 바뀌면(unwind) 주가 급락이 나타날 수도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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