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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尹, 정책 대결 아닌 ‘사과 배틀’[정치쫌!]
윤석열 “아내 관련 논란으로 심려 끼쳐 드려 죄송”
이재명 “아들 성매매 없었다…부모로서 믿을 수밖에”
여야 총공세…“진정성 없는 사과”·“조건반사적 사과”
자취 감춘 정책 경쟁, 유권자 피로↑…자성 목소리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강문규·정윤희 기자]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7일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김씨에 대한 허위 경력 의혹이 제기된 지 나흘 만이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역시 아들의 불법도박 의혹이 불거지자 즉각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거대 양당의 대선후보가 모두 ‘가족 리스크’로 대국민 사과를 내놓는 진풍경이 연출된 셈이다.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야는 저마다 상대방의 사과를 고리 삼아 공세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나섰다. 대선까지 80여일 앞둔 상황에서 여야가 국정운영 비전이나 정책 대결이 아닌 ‘사과 배틀’을 벌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후보는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후원금 모금 캠페인 행사를 마친 뒤 당사 3층 기자회견장을 찾아 “제 아내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윤 후보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자체만으로 제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아내와 관련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겠다. 그리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께 다가가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날 윤 후보의 사과는 취재진에 사전고지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윤 후보는 당초 해당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파악이 먼저”라며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였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거나 오차범위 내 역전 당하고 당 안팎의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사과를 결심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윤 후보는 사과문을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이 끝난 뒤 아들이 불법 도박을 했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지난 16일 아들의 상습적인 불법도박 의혹에 대해 발 빠르게 사과한데 이어, 17일에는 아들의 성매매 의혹에 대해 “확인을 해 봤는데, 성매매 사실은 없었다고 한다. 부모 된 입장에서 믿을 수밖에 없다”고 거듭 해명했다.

불법도박에 대해서도 ”한 번에 몇 십만 원씩 사이버 머니로 환전해 한 것으로 안다“며 ”기간이 길다 보니 잃은 돈이 1000만원 내외로 은행에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후보가 나란히 고개를 숙였지만, 여야 모두 상대방을 겨냥한 공세의 수위를 한층 높이는 상태다.

강선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윤 후보의 사과가 나온 직후 브리핑을 통해 “윤 후보가 (부인의) 허위 경력사용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지는 않은 채, 여론과 당내 압력에 굴복해 마지못해 사과했다”며 “억지로 사과한 척하는 사과로 국민을 우롱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배우자에게 제기된 어떠한 의혹도 인정하지 않았다”며 “기획 공세 운운하며 언론의 명예를 훼손하고, 부인을 감싸려 전국의 13만 시간강사를 폄하했지만 이에 대한 사과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사과 이후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진정성과 반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김 씨의 허위 경력 의혹뿐만 아니라 김 씨가 60억원대 자산가임에도 월 7만원 수준의 건강보험료를 납부했다며 탈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김 씨 일가 경기도 양평군 일대 토지를 헐값에 매입했다는 의혹도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역시 이 후보의 사과가 ‘조건 반사적 사과’에 불과하다며 아들의 불법도박 뿐만 아니라 성매매 의혹 역시 즉각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석 대표는 전날 SBS 라디오에서 “(이 후보는) 언론이 빠져나갈 수 없는 근거를 제시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사과한 것”이라며 “이재명 자식에 대한 이야기는 내용이 더 있는 것 같다고 들었다. 나중에 더 심각한 이야기가 나오면 ‘꼬리자르기식 사과’가 아니었느냐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태 국민의힘 이재명비리검증특별위원회 위원장은 MBC라디오에서 이 후보에 대해 “3대를 이어서 범죄자 집안”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내놓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가 발빠르게 사과는 했는데,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며 “이게 도박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고 젊은 친구가 여기 저기 글을 썼기 때문에 지금 마사지 업소에 다닌 것까지 나온다. 혹시 성매매 여부가 있는 것까지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공방을 주고받는 동안 정책공약 경쟁은 자취를 감췄다. ‘네거티브 공세’ 수위가 높아지면서 유권자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각각의 당내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동학 민주당 청년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서로의 가족을 인질 삼아 패대기를 치고 정치인 가족들의 삶을 끝장내고 있는 정치 현실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태섭 국민의힘 선대위 전략기획실장 역시 이 후보의 아들 불법도박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캠프와 관련없는 제 생각”이라며 “상대 후보에 대해 가족 구성원의 개인 문제를 소재로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yuni@heraldcorp.com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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