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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없으면 발길 ‘뚝’…“놀이터 만들자” 매장은 변신 중 [언박싱]
‘정체불명 매장일수록 MZ세대 열광, 왜?
‘쇼핑’을 넘어 ‘머뭄’의 공간으로
“살 물건 많아야 온다” 편견 깨져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젠틀몬스터하우스 도산점. 김빛나 기자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젠틀몬스터하우스 도산점. 김빛나 기자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서울 강남구에 있는 ‘젠틀몬스터하우스’ 도산점은 입구부터 입장객들로 가득할 정도로 인기 있는 곳이다. 이 매장에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매장 1층과 2층에 ‘살 수 있는 물건’이 없다. 대신 거대한 콘트리트 조형물, 조형물 곳곳에는 파란색 곰돌이 인형이 설치됐다. 사전 정보없이 매장을 방문하면 무엇을 파는 곳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야 카페 ‘누데이크’가 있다. 그리고 3·4층에는 아이웨어·뷰티 브랜드 매장이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체불명 매장’은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다.

주말마다 입장 대기인원이 있는 서울 성동구 아더에러 매장은 싱크홀·거대 잠수함 모형 등 다양한 설치물과 함께 옷을 진열했다. 방문객은 설치물이 조성한 매장 분위기를 느끼며 옷을 구매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전시공간이자 쇼핑공간인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놀이터(Play)로 변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야외 활동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을 만한 강력한 무언가가 있어야 매장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주목을 받아야 살아남는 신생 패션 브랜드가 취했던 전략이라면 현재는 명품 브랜드, 백화점·대형 쇼핑몰까지도 ‘체험 경쟁’에 나섰다. 카페, 전시공간, 증강현실(AR)과 같은 신기술을 동원해 방문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있다.

‘쇼핑’을 넘어 ‘머뭄’의 공간으로
서울 성동구 카페포제에서 열린 한섬 온라인편집숍 EQL 팝업스토어. [카페포제 공식 SNS 캡처]

오프라인 매장은 크게 ▷전시공간형 ▷카페형 ▷신기술 결합형으로 변신하고 있다. 매장 안에 카페나 전시공간을 마련해 감성공간으로 만들거나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등 신기술을 총동원해서 이색적인 체험을 만드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패션기업에서 색다른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섬의 온라인 편집숍 EQL은 성동구에 위치한 ‘카페 포제’ 안에 인테리어 소품 팝업스토어를 지난달까지 운영했다. 매장은 테마별로 ‘인테리어 초보’ ‘감성 인테리어’ 등 다양한 주제에 맞춰 인테리어 소품을 구성했다. 최근 서울 한남동에 ‘구찌 가옥’을 연 구찌는 삼성전자와 협업해 스마트가이드를 만들었다.

방문객은 매장 안에 배치된 스마트폰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왔다 갔다 하면서 상품을 둘러볼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상품정보와 위치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할 경우 직원을 자신의 위치로 호출도 할 수 있다. AR 기능을 사용해 구찌의 최신 스니커즈를 가상으로 신을 수도 있다.

무신사의 첫 오프라인 매장인 무신사테라스도 매장 절반을 전시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운영 초기에는 800평이나 되는 대형 매장을 비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첫 무신사 매장이라 업계 관심이 쏠렸는데 옷은 별로 없고 설치물만 있어서 다소 의아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으나 현재는 체험을 중시하는 MZ(밀레니얼+Z)세대를 제대로 공략했다는 평가를 듣는다”고 말했다.

이색 매장이 뜨는 이유는 다양하게 꼽힌다. 색다른 경험을 선호하는 MZ세대·공격적으로 상품 수를 늘리는 온라인몰의 중요성이 늘어남과 동시에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의 차별화 전략이 절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상품군을 늘리면서 집객을 했지만 온라인시장이 부상하면서 그것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게 됐다”며 “분위기 있는 편집숍, 전시공간이 들어간 매장처럼 차별화된 콘셉트로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살아남는 시대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살 물건 많아야 온다” 편견 깨져
홍대 AK& 건물에 있는 무신사테라스. 매장 절반 정도를 전시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무신사 공식 SNS 캡처]

백화점·쇼핑몰도 달라지고 있다. 작은 매장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백화점식’ 나열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입점 매장과 전시공간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체험 콘텐츠 늘리는 등 ‘놀이터’ 만들기에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다.

올해 2월 여의도에 자리 잡은 더현대서울은 대규모 실내정원 ‘사운즈 포레스트’, 전시공간 등을 선보이며 쇼핑명소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바 있다. 최근 문을 연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초대형 도심공원 ‘더 테라스’를, 대전신세계는 4500평 규모의 옥상정원, 대형 전시공간을 조성했다. AK플라자 광명점은 보이드(빈) 공간에 키네틱아트(Kinetic art·움직이는 예술) 조형물을 설치하기도 했다.

업계는 쇼핑몰 내에 입점한 매장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매장을 재단장할 때 매장당 크기를 넓히고 방문객 동선을 길게 설정해 답답함을 없애는 대신 휴식공간·전시공간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비슷한 시도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경험·체험을 중시하는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은 커질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은 코로나19로 급성장한 온라인 매장과 결합되고 통합되며 연결되는 형태가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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