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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석 종로 출마’ 가능할까, ‘블러핑’일까[정치쫌!]
‘전략적 모호함’ 여지 남긴 李
노원 지킬까…차출론 있을까
與 마음 복잡…일단 견제모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종로에)내가 나가든, 다른 사람이 나가든 (유권자의 선택은)비슷할 것.”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26일 라디오에서)

“상계동에 출마하는 게 제게는 큰 의미가 있는 행보다. 라디오에서 농담조로 이야기한 것을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27일 서울대병원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는 실현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일까, 단순한 블러핑(bluffing, 허세·엄포)일까. 여야 정치권의 이번 주 주요 ‘밥상 이슈’는 이 대표와 종로였다. “제가 민주당에게 (종로 보선과 관련한)전략적 모호성을 줘야하지 않겠습니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님도 고민할 거리를 드리기 위해…”라며 이 대표가 출마 여지를 두는 듯한 말을 한 일을 놓고 정가 곳곳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진심’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 시점에선 이 대표의 종로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이 대표는 그간 서울 노원병에 3차례 출마했다. 상계동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에게 노원병은 각별하다. 지난 21대 총선에선 ‘제 고향 상계동에서의 세번째 출마’를 슬로건으로 삼을 정도였다.

이 대표는 3차례 출마하는 동안 차츰 성과도 내고 있다. 민주당계 강세 지역인 이곳에서 점차 보다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20대 총선에서 당시 ‘녹색돌풍’의 주역이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맞서 31.32%를 득표했다. 2위였다. 지난 2018년 재보궐선거에선 원내 제3당인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27.23%로 2위를 기록했다. 20대 총선보다 득표율은 낮았으나 당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12.75%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21대 총선에선 재선 노원구청장 출신의 현역 김성환 의원과 맞서 득표율 44.36%로 다시 2위를 차지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서울·수도권에서 밀려나는 사이 이 대표는 험지에서 직전 총선보다 13.04%포인트 더 득표했다. 그가 받은 4만6373표는 노원병에서 보수정당이 기록한 최다 득표였다. 나름의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이룬 셈이다.

그런 이 대표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청년 돌풍’을 일으키고, 당 대표 선거 때는 이들을 화력 삼아 이른바 '이준석 바람'을 이끌었다. 당 대표로 몸값을 키웠다. ‘이대남(20대 남성)’은 그의 든든한 믿는 구석이 됐다.

이 대표의 이런 모습을 지켜본 당 안팎 인사들은 이 때문에 그의 종로 출마 가능성을 낮게 예상한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이 대표가 노원병에서 당선되면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완성될 것”이라고 했다. 그 스스로도 MBC 라디오에서 “제가 상계동에서 그렇게 투자를 했는데 종로에 가겠습니까”라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

그럼에도 아직 불씨는 남아있다.

당 일각에선 여전히 ‘이준석 차출론’이 거론된다.

종로 보선은 내년 3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탓에 사실상 대선 후보와 종로 보선 후보는 ‘러닝 메이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후보의 약점을 보완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중량급 주자의 등판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까닭이다. 무게감이 있는 대선 후보가 60대 이상의 전통적 지지층을 잡고, 톡톡 튀는 이 대표가 ‘플레이어’로 뛰면서 20·30대를 공략하면 최적의 쌍끌이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종로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력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점도 지적되는 부분이다.

이 대표의 입장에선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종로 지역구가 매력적일 수 있다. 헌정 사상 최연소 제1야당 대표에 이어 최연소 정치 1번지 입성자로 확정되면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는 것이다. 주가는 최고점을 찍을 수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6월1~3일 전국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다음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이 대표는 3%의 지지율로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24%), 윤석열 전 검찰총장(21%),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5%)에 이어 3%로 4위를 차지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가 종로에 입성하면 명실상부 차기 주자로 정치적 입지를 다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지난 9월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커피숍에 방문했다. ‘이준석 차출론’이 퍼진 계기 중 하나였다.

이 대표는 “연휴에는 코딩하는 기분을 내보려고 한다.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해피 추석’하시길”이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종로구청 인근 카페에 방문한 ‘인증샷’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댓글에는 “굳이 왜 종로구청에서”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대표는 이에 “미국에 같이 출국하는 사람들끼리 연휴에 여는 광화문 이비인후과에 다녀왔다. 예약 시간을 기다리며 병원 바로 옆 카페에 있던 것인데 무슨 종로 출마설을”이라고 진화했다. 그러나 해당 글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라.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댓글을 달자 수십 개의 ‘좋아요’가 따라붙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출마설에 마음이 복잡해진 분위기다.

제1야당 원내대표 출신의 주호영(5선) 의원, 나경원(4선) 전 의원을 꺾고 당 대표에 오르는 등 바람을 탄 이 대표와 맞붙을 만한 카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은 ‘견제 모드’에 돌입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라디오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열어놓겠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정치 하수 중 하수”라며 “당 대표가 대선이라는 중차대한 일을 앞에 놓고 자기 출마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제사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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