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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노총 조합원 2만7000명, 경찰청 코앞서 150분간 기습 집회[종합]
서울 등 전국 14개 지역서 총파업대회
서울광장·종로 등에 흩어져 대기하다
집회 30분전 공지에 일시 집결…도로 점거
차량 통제…주변 시민들 통행에 불편 겪어
큰 충돌 없이 끝나…일부 조합원·경찰 간 실랑이
경찰, 시민 불편 최소화 위해 도심 무정차 단축 시행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총파업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사건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0일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 주변에서 2시간 30분 가량 기습적으로 집회를 벌였다. 지난 7·3 전국노동자대회처럼 집회 직전에 장소가 공지되는 ‘게릴라 집회’로, 3만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집회 행렬이 일시에 도로를 점거하면서 주변 일대는 혼란을 겪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 예정시각을 30분 앞둔 오후 1시30분께 조합원들에게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집회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 서울광장, 정동, 종로 일대에 흩어져 대기하고 있다가, 공지를 받자마자 서대문역을 향해 이동했다.

이들은 서대문역 사거리로 집결한 뒤 독립문 방향으로 행진했다가 다시 방향을 바꿔 서대문역으로 돌아왔다. 오후 2시30분께부터는 조합원들이 경찰청과 불과 400m 떨어진 서대문역 사거리 일대 도로 위에 자리를 잡고 앉은 채로 집회를 시작했다. 이날 민주노총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2만7000명이 참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불법 집회임을 경고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자진 해산하라는 안내 방송을 했지만, 이들은 무시하고 집회를 이어갔다. 집회 참가자들은 “부동산 투기수익 전면 환수, 자산불평등 해결하라”, “총파업 투쟁으로 불평등 세상 갈아엎자” 등의 구호를 연신 외쳤다. 민주노총 간부가 집회 해산을 요청하는 경찰에 “우리가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다면 경찰 책임”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정부는 민주노총에 파업을 자제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자리로 나와야 한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권의 말로를 보지 않았나”라고 경고했다.

김종민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 쿠팡이츠지회 준비위원장은 “오늘 라이더 2000명이 파업했다. 대한민국 플랫폼 노동자 최초로 진행하는 하루 파업”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들의 삶을 이 정부가 지켜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 피해자로 남는 게 아니라 주체로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110만 민주노총 조합원은 자본과 정권의 탄압을 뚫고 총파업을 성사시키고 광장에 나섰다”고 총파업을 선언하며 비정규직 철폐, 주택·교육·의료·돌봄·교통 공공성 강화 등을 요구했다. 집회는 2시간30분가량 진행됐으며 오후 4시 30분께 종료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총파업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이날 민주노총 집회에서는 조합원들이 도로를 무단으로 점거하면서 곳곳에선 큰 혼란이 빚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의 행진에 가로막혀 오가지 못하게 된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거나, 집회를 차단하느라고 통행이 제지된 시민들이 경찰에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서대문역 인근 공인중개소에서 근무하는 50대 A씨는 “갑자기 도로를 점거하고 난장판을 만들어놔서 오늘 손님이 오지 않는 건 물론이고, 주구장창 확성기로 소리를 질러 사무실 안에서도 시끄럽다”며 “위원장을 석방하라는 이유로 거리에 나온 것 같은데 이렇게 도로를 마비시키고 아수라장으로 만드니까 시위대의 요구에 공감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 1학년 박모(19) 양은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는 의사 표현은 존중하지만, 시민들이 먼 길을 돌아서 이동해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며 “구역을 정해서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집회를 할 수는 없었나”라고 반문했다.

집회 행렬을 피해 인도에서 자전거를 손으로 끌며 걷고 있던 박산(12) 군은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있어 서대문역 사거리에서부터 500m 앞까지 걸어가고 있다”며 “(횡단보도로)건널 방도가 없어 자전거를 들고 육교를 통해 건너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경찰과 민주노총 간 큰 충돌은 없었다. 다만 서울광장과 광화문 주변에서 차벽을 설치하고 대기 중이던 경찰들이 급하게 서대문역으로 이동하려는 참가자들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일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집회 대응을 위해 총 171개 부대, 약 1만2000명을 투입했다.

경찰은 집회로 인한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각종 조치를 취했다. 서울경찰청은 서울시와 협의해 당초 집회 예정시간인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적용하려 했던 광화문역 등 5개 지하철 역사, 27개 버스정류장에 대한 무정차 운영 시간을 오후 12시 30분부터 2시 10분까지만 단축 시행했다.

또한 도로 교통상황과 통제구간을 방송사, 내비게이션, 서울시 교통정보센터, 지하철 구내방송, 전단지 부착, 입간판 설치 등을 통해 안내하고 서대문역에서는 시민들이 집회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안내 방송을 내보냈다.

집회 장소 부근인 서울 적십자병원의 경우, 출입이 가능한 이면도로를 확보해 환자 이송 등에 불편이 없도록 조치했다.

spa@heraldcorp.com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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