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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 여전히 개천에서 용나는 사회, 계층이동 20년간 감소안해”
박현준·정인관 교수, 1998 vs 2018년 비교 분석
10명 중 8명 계층변동…상승하는 비율은 낮아져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개천에서 용 나거나, 반대로 떵떵거리다 하위층으로 떨어지는 계층 간 사회이동 현상이 한국사회에서 20년 전과 비교해 사실상 감소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 한국사회학회에 따르면, 박현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와 정인관 숭실대 교수는 학회 학술지 ‘한국사회학’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1998년과 2018년에 30∼49세인 남성을 대상으로 분석했더니 계층 이동률이 두 시기 모두 높고 계층 이동 흐름이 여전히 유동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표본 수는 1998년에 1933명, 2018년에 2959명이다.

계층 사다리 타고 천장 부수기. ‘개천에서 용 안나는 시대’라는 세평과는 달리, 한국은 여전히 계층간 이동이 역동적인 사회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저자들은 한국노동연구원이 수행하는 ‘한국 노동패널조사’ 통계 자료를 활용했으며, 응답자가 14세 무렵일 때 아버지 계급을 출신 계급으로 보고 응답자의 현재 직업을 바탕으로 도달 계급을 판단했다.

계급은 전문직과 관리직을 포함하는 서비스 계급, 사무직과 판매 서비스업을 포함하는 일상적 비육체 노동자, 피고용자 유무를 막론한 자영업자, 농업 노동자를 포함한 농민, 숙련 노동자, 비숙련 노동자로 나눴다.

이어 서비스 계급은 상층, 일상적 비육체 노동자·자영업자·숙련 노동자는 중층, 농민·비숙련 노동자는 하층으로 다시 계층 구분을 시도했다.

저자들은 ‘1998년에 84%의 아들들은 출신 계급과 다른 계급에 도달해 있었다. 총 이동률은 지난 20년간 거의 변하지 않아서 출신 계급과 도달 계급이 다른 아들의 비율은 82%나 됐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2018년에도 아들 10명 가운데 8명 정도가 출신 계급과 다른 계급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는 여전히 역동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더 좋은 계급으로 올라가는 상승 이동률은 1998년에 58%였으나, 2018년에는 47%로 낮아졌다. 수평 이동률은 1998년에 19%, 2018년에 21%로 비슷했다. 하강 이동률은 1998년 7%에서 2018년에는 13%로 증가했다.

이처럼 상승 이동이 줄고 하강 이동이 늘어난 데 대해 저자들은 ‘부모 계급 구성에서 농민층이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계급의 가장 아래쪽을 차지하는 농민층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2018년에는 상승 이동을 경험할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1998년에는 응답자의 59%가 아버지 직업을 농민이라고 답했으나, 2018년에는 그 비율이 26%로 급감했다.

저자들은 6개 계급 중 농민을 제외하고 사회이동 흐름을 살피면 상승 이동률이 1998년 31%에서 2018년에는 36%로 늘어나지만, 하강 이동률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저자들은 ‘대수승법층효과 모형 분석’이라는 기법을 통해 출신 계급과 도달 계급의 연관성 정도를 산출하면 1998년이 1이고, 2018년은 0.7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출신 계급과 도달 계급의 연관성 정도가 30% 감소한 것이며, 사회의 개방성 혹은 유동성이 20년 사이에 증가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두 교수의 분석은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지났다’는 세평과 차이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논문 저자들은 “특정 집단의 경험이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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