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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는 한 해" 빈말 아니었다…승부사 정용진, 이베이 품고 큰 그림 그린다[언박싱]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유력해지면서 이커머스업계가 지각변동을 맞게 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신세계 제공]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유력해지면서 이커머스업계가 지각변동을 맞게 됐다. 오프라인 강자지만 이커머스업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되면, 단숨에 쿠팡을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서게 된다.

이번 인수전은 연초부터 야구단 인수, 네이버와의 지분교환 동맹, W컨셉 인수 등 연달아 깜짝 소식을 선사했던 정용진 부회장의 승부사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순간이다. 신세계그룹은 미국 월마트의 성공사례처럼 온·오프라인 통합 시너지에 사활을 걸 예정이다.

‘용진이형’의 통큰 승부수 통했다

17일 유통업계와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이베이 미국 본사는 이베이코리아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롯데쇼핑과 협상을 중단하고,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네이버 연합과 추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매각절차가 진행중이지만, 인수금액 및 지분 등을 조율하는 막판협상 차원으로 보인다. 양사가 제시한 입찰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롯데가 3조원, 신세계가 4조5000억원 내외로 통큰 베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유찰 가능성도 열려있으나, 이베이 측의 매도 철회가 아니면 사실상 신세계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초 ‘이기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정 부회장은 연이어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이는 앞서 패션플랫폼 W컨셉 인수전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당시 인수전에 참여했던 한 기업 관계자는 “오랜 기간 관심을 두고 인수를 추진하던 후보들도 있었지만, 인수의지가 확고했던 신세계가 금액을 높게 부르면서 단번에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임하는 롯데와 신세계의 온도차 역시 일찌감치 감지됐다. 롯데는 막판까지도 ‘승자의 저주’ 등을 우려하며 이베이코리아와의 시너지에 반신반의하는 반응을 보인 반면 신세계 관계자들은 “이기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이베이코리아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12% 정도로 네이버(18%), 쿠팡(13%)에 이어 3위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의 점유율은 3% 수준으로, 이베이코리아와 합산하면 15%로 쿠팡을 뛰어넘게 된다.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온의 점유율은 5% 수준이다.

2000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베이코리아는 현재 지마켓, 옥션, G9 등을 운영하며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유일한 흑자기업이지만,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쿠팡을 필두로 대세로 떠오른 풀필먼트(Fulfillment·상품의 보관, 포장, 배송, 재고 관리 등 통합 물류관리) 역량도 약하다. 그러나 2010년 한국 진출 후 이커머스 강자로 업력을 쌓아오면서 막강한 데이터와 셀러 파워, IT인력을 갖췄고 연 3만원의 회비를 내는 유료멤버십 스마일클럽 회원도 300만명에 달한다.

이베이코리아 본사.[연합]

통합 시너지 관건… 자금 조달 문제 남아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에도 당장 통합보다는 SSG닷컴과 G마켓, 옥션 등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운영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네이버와 지분 교환에 나서는 등 온·오프라인 시너지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 월마트가 2016년 오픈마켓 스타트업 제트닷컴 인수 후 온라인 강화 전략으로 아마존과 경쟁하는 것처럼 성공적인 변신이 목표다.

SSG닷컴은 이마트의 신선식품, 신세계백화점 계열의 프리미엄 상품 경쟁력에 더해 오픈마켓의 면모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와 이미 온·오프라인 협업에 나선 만큼 이베이코리아까지 3각 체제로 서로 시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온라인은 기존의 촘촘한 오프라인 점포를 PP(Picking&packing) 센터로 적극 활용하며 풀필먼트 서비스를 빠르게 강화할 수 있다. 2025년까지 이커머스업계 점유율 30%를 달성하겠다고 나선 네이버는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 센터도 오는 7월 오픈한다.

대규모 M&A에 따른 자금조달은 향후 과제로 남았다.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지분 20%를 가져가는 것으로 가정하면, 1조원 가량은 해결되지만 여전히 3조~3조5000억원 가량은 신세계가 부담해야한다. 이마트는 최근 유형자산 처분으로 약 1조5000억원을 확보했으며, 보유 투자자산 1조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1조원 가량은 회사채나 재무적투자자(FI) 추가출자, 핵심부동산 담보대출 등으로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시장1위 사업자인 네이버의 지분 투자 수준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 결합심사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는다. 특히 신세계가 당장 본입찰을 앞두고 있는 배달플랫폼 요기요 인수전에서는 물러난다고 해도, 스타벅스 본사가 가진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50%를 가져오는 방안도 모색중이라 올해 내내 자금조달에 분주할 전망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네이버와의 당초 협업 건에도 영향을 미쳐, 온·오프라인 유통업에서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빠른 그림을 내 놓게 될 것”이라며 “이베이코리아는 인수 이후 떨어낼 부실 없이 시너지에 주력하면 돼, ‘승자의 저주’보다는 ‘환상의 커플’에 더 무게가 실린다”고 분석했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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