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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강태우 한국뇌연구원 홍보협력팀장 “사이코패스의 뇌를 이식한다면?”

강태우 한국뇌연구원 홍보협력팀장.

최근 종영한 인기드라마 ‘마우스’에서 주인공 역 이승기는 사이코패스의 뇌를 이식받아, 해당 범죄자의 비밀을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에서 싸이코패스는 인간 뇌에 ‘마음 속 거울’로 사람과의 소통, 공감 능력을 배우는 ‘미러 뉴런(mirror neuron, 거울 신경세포)’이 없어서 타인의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며, 죄책감, 동정심과 같은 감정이 없다고 표현한다. 실제 과거 우리 사회에 발생한 잔혹한 살인자의 뇌를 영상으로 분석하여 법정에서 참고한 사례도 있다.

만약 뇌과학의 급속한 발전으로 드라마 속의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이런 문제에 대해 과학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법률적, 제도적, 윤리적 측면에서 우리는 어떤 방안을 가지고 대처해야 할 것인가? 사실 뇌 이식은 19세기부터 시도됐으며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이러한 뇌 이식의 대표적 사례로 2018년 독일 막시밀리안 대학 연구팀에서 쥐를 대상으로 신경세포 이식과 회복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탈리아와 중국 공동연구팀은 2017년 시신으로 머리 이식 수술과 2019년 개를 대상으로 머리를 바꿔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공동연구팀은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머리 이식 수술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 급기야 자신의 머리이식에 동의하는 사람까지 등장하는 헤프닝도 벌어졌다. 이런 연구팀의 주장에 세계 학계에서는 수술의 성공 가능성 여부, 연구 윤리적 문제와 더불어 법률적, 도덕적, 윤리적 분야에서도 논란이돼 국제적으로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현재 신경세포 이식은 줄기세포를 치매 환자의 뇌로 이식해 신경세포 재생과 복원을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물론 뇌의 특수성과 복잡성으로 인해 임상적 성과는 아직 없으며 치료의 가능성만을 제시하고 있으나, 뇌과학의 급속한 발전은 어디까지 진화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20세기 이후 뇌과학을 비롯한 생명 과학기술의 발전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유전자 가위를 통한 유전자 조작, 줄기세포와 오가노이드(미니뇌)를 통한 생명과학의 새로운 영역 창출, 뉴럴링크를 통해 잘 알려진 뇌와 기계의 연결화(BMI) 등 과거 20세기 발견과 규명의 기초 연구를 벗어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 산업화, 실용화 단계로 이미 진입해 있다.

그러나 이런 눈부신 과학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항상 또 다른 어두운 면이 있기 마련이다. 헐리우드의 많은 공상 과학 영화에서 봐왔던 유전자를 조작한 우월한 인간의 탄생(영화 카타카), 뇌에 인공 칩을 심어 나의 자유의지가 아닌 인공지능의 조작으로 움직이는 삶(영화 업그레이드), 인간의 기억을 통째로 정보화, 전자화하여 기계에 이식하여 초연결 사회의 미래 삶을 보여준(영화 트랜센던스) 등 과학기술의 장밋빛 전망과 함께 또 다른 사회적 이슈를 담아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특히, 뇌는 지금 당장 살아 있는 우리의 뇌를 대상으로 한다. 당장 치매환자의 경우, 완벽한 성인, 물론 뇌 기능에 이상이 있지만 엄연히 인간으로 존엄성을 가진 대상으로 하기에 기존 동물과 배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생명윤리와는 다른 도덕적, 법률적, 윤리적 의제를 적용이 필요하다. 몇해 전 일부 부유층을 대상으로 수능 입시생의 주의력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ADHD 치료제 남용사례가 큰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었던 것과 같이 뇌과학 발전에 대한 선제적인 윤리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러한 뇌과학과 관련된 윤리적 사항을 신경윤리라고 하며, 이미 해외에서는 기존 생명윤리와 차별화하여 인문학, 사회학, 법학, 경제학, 심리학 등 학제간 융합연구로 윤리적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국가 차원의 신경윤리 연구전담기관을 설립하여 독자적 학문 영역을 확보함과 동시에 뇌과학의 새로운 분야, 신경윤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경윤리에 대해 국회에서 포럼도 개최하는 등 이슈화를 추진하였으나, 현재 공식적으로 구체적 거버넌스는 정립되어 있지 않다.

과거 우리는 항상 과학기술 분야에서 선도자보다는 추격자 역할만을 수행해 왔다. 4차 산업혁명의 초연결, 초지능 사회에서 우리에게도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을 제치고 새로운 융합연구 분야를 개적하고 활용하기 위해 목소리를 낼 기회와 분야가 많이 있다. 신경윤리 또한 이런 뇌과학의 블루오션으로 우리가 이런 윤리적, 제도적으로도 주도적으로 세계 선진국과 함께 국제적 신경윤리 규범을 선도할 수 있는 분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근대 과학기술의 발전에서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이 일부 수반되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연구기획부터 수행, 성과 창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공개되는 것이 아니고, 그 결과물을 특정계층, 특히 부유층만을 대상으로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상황이 유발될 수도 있다. 과학기술의 혜택은 보다 낮은 접근성과 보다 넓은 포용과 혜택 확산으로 모든 인류가 평등하게 그 결과물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결국 이런 연구 성과에 대한 사회적 포용과 넓은 확산의 중개역할은 국가와 우리 사회의 몫으로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그 역할과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어떤 전문가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전자 정보는 당신의 미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당신의 뇌는 지금 현재 당신 그 자체이다.” 이 한마디로 신경윤리학의 연구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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