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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가상자산 법적기반은 특금법…금융위 소관 분명
FIU가 모든 권한 가져
금감원 지원도 가능해
이미 금융시장 영향 커
합리적 질서 마련 시급

“비트코인 등 거래를 일종의 금융거래로 보지 않는다. 절대 거래소 인가나 선물 거래 도입은 안 한다. 가상자산 거래를 인정하면 수수료를 받는 거래소와 차익을 벌어들이는 투자자 외에 우리 경제에 무슨 효용이 있느냐”

2017년 12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송년 기자간담회 발언이다. 이어 2018년 1월 초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가상자산거래소 폐쇄 발언이 나왔다. 금융위원장 보다 법무장관의 발언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하며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했다. 당시만 해도 우리 법 체계에는 ‘가상자산’이란 용어 자체가 없었다. 당시 박 장관이 법적조치를 언급한 것은 가상자산 투자를 사행행위로 간주한 결과로 보인다. 사행행위규제 및 처벌특례법은 복권, 현상금, 경품, 투전기 등을 다루는 법률로 행정안전부 소관이다.

2020년 1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개정돼 공포된다. 가상자산과 가상자산거래소 개념이 처음으로 법에 규정됐다. 이 법 2조는 적용 대상을 ‘금융회사등’으로 명시했는데, 금융회사는 아니지만 ‘금융거래’를 하는 카지노를 포함하기 위해 ‘등(等)’이 사용됐다. 개정되면서 가상자산사업자도 ‘등’으로 간주됐다. 금융회사는 각 금융업권법을, 카지노는 문화제육관광부 소관인 관광진흥법을 적용 받지만 가상자산과 관련한 별도 법은 없다.

특금법 제3조는 법 적용을 주도하는 기관으로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을 두고 있다. 특히 개정된 법률에서는 가상자산사업자를 별도의 장(章)으로 분류해 거래소 신고수리권, 검사·감독권, 행정조치권을 모두 FIU에 맡겼다. 금융위원회 설치법은 다른 법령에서 금융위 소관으로 규정한 사항을 사무로 다루도록 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위 소속 기관에 대한 업무지원이 가능하다. 홍남기 총리대행도 가상자산 주무부처로 금융위원회를 지목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가상자산을 미술품에 비유하며 기타소득 과세 대상임을 강조했다. 소득세법 21조에서 기타소득 대상은 상금, 당첨금, 사행행위, 경마・경정, 컨텐츠 대여, 이용・개발권 등과 함께 미술품과 같은 창작품도 포함된다. 미술품이라면 특금법이 아닌 다른 법으로 규제했어야 했다.

금융위원장이 가상자산 투자를 ‘잘못된 길’이라고 했으니, 금융회사들이 계좌연결을 꺼릴 가능성이 크다. 계좌연결이 안되면 FIU가 가상자산거래소 신고를 거부할 이유가 된다. 대형사 몇몇은 계좌연결에 성공하겠지만, 중소형사 상당수는 폐업 위기에 몰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금법의 목적인 제1조를 보면 불법자금을 규제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범죄행위를 예방하고, 금융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데 있다. 특금법에 가상자산이 담긴 것은 금융시스템과 연결을 법체계가 전제한 결과다. 가상자산 거래소라는 실체는 이미 존재하고 금융시스템과의 접점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가상자산거래소가 투명하게 운영돼 불법에 악용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금융당국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가상자산의 실체에 대한 논란을 떠나, 이미 커져버린 시장에 어떻게 법적 질서를 부여할 지도 고민해야 한다. 사람들이 다니기 위해 길을 닦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길이 생기기도 한다. 길을 관리하고 행인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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