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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여배우 최초 ‘오스카 연기상 후보’…‘코리아 그랜마’ 윤여정, 편견의 벽 깰까 [피플앤데이터]
생계형 배우서 개성 강한 연기자 성장
직설적 화법·유머로 색다른 예능 매력
‘미나리’ 순자 캐릭터로 전세계 열광
해외 촬영후 확인한 후보 지명 사실에
“꿈에도 생각 못한 다른 세계 이야기”
여우조연상 등 32관왕 이어 수상영예 촉각

배우 윤여정(74)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연기상 후보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윤여정은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한국 시간으로 15일 밤 9시 19분에 온라인 생중계로 공개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 명단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선정됐다.

16일 AP통신에 따르면, 윤여정은 애플TV 플러스 드라마 ‘파친코’ 촬영을 위해 캐나다를 방문했다가 15일 귀국한 직후 오스카 후보 지명 사실을 알게됐다. 윤여정은 “(오스카 후보 지명은) 전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나에게 단지 다른 세계 이야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여정은 이미 ‘코리아 그랜마’ 순자 캐릭터로 세계를 사로잡아 전미비평가위원회, LA비평가협회 등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등 무려 32관왕을 달성해 오스카에서 수상 가능성을 높여왔다.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한 윤여정은 1971년 영화 ‘화녀’와 드라마 ‘장희빈’에 출연하면서 유명인이 됐다.

하지만 연예계 활동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1975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하고 미국으로 가면서 13년간 공백기가 생겼다. 이혼 후 귀국해 두 아이를 키우면서 연예계에 복귀했지만, 특유의 굵은 목소리로 인해 잘 받아주지 않는 감독들도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인연을 맺은 김수현 작가의 작품들인 ‘사랑이 뭐길래’(1991) ‘목욕탕집 사람들’(1995)에서 연기 실력을 발휘해 작품 활동을 더욱 넓힐 수 있었다. 여기서 그의 ‘생계배우론’이 나온다. ‘무릎팍도사’에 나왔던 그는 “배우에게 가장 좋은 연기, 리얼한 연기가 나오는 때는 돈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라면서 “아이 둘을 키우기 위해 어떠한 연기도 다 할 수 있었다”고 말해 억척스러운 배우 인생을 털어놨다.

윤여정은 ‘바람난 가족’(2003) ‘그때 그 사람들’(2005) ‘여배우들’(2009) ‘돈의 맛’(2012) ‘그것만이 내세상’(2018) 등 영화와 ‘아일랜드’(2004) ‘굳세어라 금순아’(2005) ‘그들이 사는 세상’(2008) ‘내 마음이 들리니’(2011)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 ‘참 좋은 시절’(2014) ‘디어 마이 프렌즈’(2016) 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개성 강한 연기를 펼쳤다.

지난해 독립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감독 김초희)에는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 최근에도 넷플릭스의 미국 드라마 ‘센스8’에 출연했고,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를 찍고 있다.

74세, 데뷔 56년차 배우가 이렇게 영화와 예능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노년의 도전이 갖는 의미와 가치는 각별하다. 지금도 윤여정이 작품에 출연하면 젊은 기자들이 인터뷰를 하려고 줄을 선다. 판에 박힌 말이 아닌 완전히 살아있는 말을 하기 때문이다.

연기 할 때는 누구보다 ‘리얼’하며, 예능할 때는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예능에서는 유머러스함도 갖추고 있다.

윤여정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를 키워내야 해 말도 안되게 죽는 역할, 막장극도 했다. 아이를 다 키워놓고 내 미션이 끝나니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 프리랜서니까”라면서 “60세 이후에는 내가 하고싶은 작품을 선택한다. 작품이 마음에 들거나, 사람이 마음에 들어 참가하게 된다”고 했다.

한편, ‘미나리’에서 한예리 남편역인 제이콥을 연기했던 배우 스티븐 연은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 최초로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등극했다. 이로써 ‘미나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부문 등 6개 후보에 선정되며 세계 영화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2021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4월 25일 열린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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