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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셰프열전]한석원 웨스틴조선 스시조 조리장 “패션을 꿈꾸던 소년, 이젠 접시 위를 디자인한다”[식탐]
패션 공부하러 일본 갔다 요리로 전향
‘일식의 현대적 해석’…지금의 스시조 안착

1년에 7번은 일본으로…현장에서 배워
식재료·타이밍·비주얼이 중요
일식당 스시조 내부 [웨스틴조선호텔 제공]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웨스틴 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일식당 스시조에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음식이 나오면 젓가락보다 휴대폰이 먼저 나온다. 접시에 담겨 나오는 음식들이 조선호텔 20층에서 내려다보는 야경만큼이나 멋지기 때문이다. ‘보고 음미하는 요리’인 일식에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은 신화식(新和食)을 추구하다 보니 어떤 일식 요리보다도 정갈하고 화려하다.

스시조만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08년부터 이곳 주방을 이끌어 온 한석원 주방장의 노고가 있어 가능했다. 스시조 요리의 세련된 자태는 공교롭게도 한 주방장의 패션에 대한 열정(?)으로부터 시작됐다.

한석원 웨스틴조선호텔 스시조 주방장. [웨스틴조선호텔 제공]

한 주방장의 원래 꿈은 패션 디자이너였다. 중학교 재학 시절부터 자신의 옷을 직접 디자인해 옷을 맞춰 입었을 정도로 패션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당시 한 주방장은 긴 머리와 귀걸이, 자주색 가죽 버버리를 입고 다니며, 옷이 가득한 방에서 죽는 것이 소원일 정도로 패션을 사랑했다. 지난 1989년 떠난 일본 유학길도 패션에 대한 열정이 있어 가능했다.

하지만 일본 유학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교복 세대인 자신이 자율복을 입고 자란 일본인과 패션으로 경쟁해 이기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삶의 지표를 잃어버린 그에게 뜻밖의 은인이 나타났는데, 그 분은 당시 그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레스토랑 사장 마사오였다. 마사오 사장이 패션홀릭이었던 한 주방장을 두고 “넌 패션보다 요리가 무기”라고 추켜세운 덕에 과감히 요리로 전향할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한 주방장의 요리는 멋들어진 색감 뿐 아니라 정갈한 맛으로도 유명하다. 세계적인 레스토랑 가이드북 ‘자갓(ZAGAT)’ 한국판이 스시조에 대해 ‘스시의 지존’이라고 극찬하며 맛 부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인정할 정도다. 이는 일본 최고의 스시 레스토랑인 ‘긴자 스시 큐베이’와 지난 2008년부터 기술 제휴를 시작했고, 2018년에는 일본 미쉘린 3스타 요시타케 셰프와도 신규 제휴를 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1년에 7번 이상 일본을 방문해 최고의 스시를 찾고, 이를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그의 열정 덕에 유명 식당과 셰프와 기술 제휴를 할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스시조가 주말에만 선보이는 토마토 스키야키 [웨스틴조선호텔 제공]

한 주방장은 일본에 가면 일식당 뿐 아니라 양식당 등 다양한 종류의 식당을 방문하기도 한다. 일식 외에 다양한 미식을 체험하고, 그곳에서 얻은 영감을 음식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스시조의 요리가 다른 일식과 달리 요리마다 야채가 곁들여지는 이유도 서양 요리의 샐러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요리에 어울릴 수 있는 접시나 그릇 등에 대한 욕심도 엄청나 출장이나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식기를 한 짐씩 사온다. 신메뉴 촬영 등 음식이 돋보여야 하는 날에는 한 주방장이 집에서 직접 식기를 가져 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음식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식재료와 타이밍, 담음새다. 한 주방장은 “좋은 식재료를 확보하면 자신도 모르게 요리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며 “가장 좋은 식재료를 찾기 위해 제철 식재료를 공부하고, 식재료 선별에 늘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이, 조리, 찜 등 요리법에 따라서 맛과 식감이 다양해지는 일식의 특성상 완벽한 타이밍을 잡아야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다”면서 “‘보는 요리’라는 일식의 특색을 잘 살리려면 어떤 그릇에 어떻게 담아 내느냐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주방장이 즐겨찾는 식재료는 전복이다. 전복은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구이나 조림, 찜 등 요리법에 따라 맛과 식감이 달라져 재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복찜에 나이죠, 와다라고 불리는 내장 소스를 곁들여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그는 “전복 내장으로 진갈색이 나는 특유의 향을 가진 소면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이 역시도 별미”라며 엄지를 세웠다.

한석원 스시조 주방장이 봄 메뉴로 제안한 부지갱이 돌솥밥. 울릉도에서 봄에만 난다는 부지갱이나물과 담백한 차돌박이를 곁들여 봄의 향긋함을 담아냈다. [웨스틴조선호텔 제공]

덕분에 전복 메뉴에 대한 애착이 있는데, 특히 전복과 송로버섯을 함께 곁들인 ‘송로버섯 돌솥밥’은 개발한 지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2009년 말께 낯이 익은 일본 분이 주문을 하길래 일본어로 인사를 했는데, 알고보니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이었다. 오자와 간사장은 이날 회와 초밥, 핫카이산 청주를 주문하면서 “트러플이 전복과 잘 어울리는데, 트러플(송로버섯)을 이용한 밥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한 주방장은 며칠 간 공을 들여, 이제는 스시조의 대표 메뉴가 된 송로버섯 돌솥밥을 개발했다. 그는 “송로버섯 돌솥밥은 송로와 전복의 쫄깃한 식감이 기분 좋게 어우러진다”며 “송로버섯 특유의 비릿한 냄새는 파를 뿌려 잡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도 이 메뉴는 오자와 돌솥밥으로 불리며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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